일에 푹 빠져 몇월 몇일인줄 모르고 손목의 시계만을 보며 분주하게 몇날을 보낸 후 휴일을 맞았다. 새벽까지 티비를 보고 이불 속으로 입수한 후 좀처럼 헤쳐 나올 것 같지 않던 노곤한 몸뚱아리는 오후가 되서야 굼뱅이처럼 괜시리 탈피하였다.
거실로 나와 관자노리를 한참을 엄지로 비빈 후 밝아진 눈으로 티비를 응시하지만 다시금 몸뚱아리를 소파에 가로 눕힌다.
소파와 붙어버린 몸은 떨어지지 않는다. 약간의 자세 교정은 있지만 일 자로 붙어버린 것엔 별 달라진 것은 없다. 어머니가 가져다 준 방울 토마토에 잠시 몸을 일으켰을 뿐 저녁 식사로 비빔밥을 먹기 전까지 소파는 분신이다.
그 방울 토마토.
오른손으로 꼭지를 따고 왼손으로 입에 넣는다.
오물오물 씹는다. 하, 둘, 셋, 넷, 다, 여가 끝나고 다른 하나가 입에 들어간다. 컨베이어에 올려진 작업물처럼 토마토는 오른손으로 꼭지가 따이고 왼손에 입으로 넣어진다. 일곱 번째 씹기 직전에 들어가며, 숨은 쉬는 것인지 나의 미각에 신선하고 풋풋한 토마토를 쏟아 붓게 된다.
한 번씩 쉬게 되는 이유는 왼손이 리모콘으로 TV 채널을 바꿀 때이다. 그래도 오른손 하나만으로 꼭지를 따서 먹는다. 그러할 때는 열매를 때고 꼭지를 간혹 먹는 경우가 생긴다. 혀는 착각하여 토마토 껍질이겠거니 생각하지만, 여섯을 씹었으나 넘기지 못하며 신선하고 풋풋한 토마토의 맛을 확인하려 한다. 일곱을 씹고 여덟을 씹어 그 맛을 되찾지 못하자 혀끝은 그것이 꼭지임을 지각하게 된다. 그 상황에선 누가 홈런을 치더라도 시선은 티비를 벗어나 바구니 안에서 꼭지 따진 열매를 찾게 된다.
휴일, 주섬주섬 무언가를 먹으며 티비를 보는 자는 많을 터이나 번개같이 먹어 치우고 늘어지는 한량은 나뿐인 것 같다. | |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