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메라 포럼에 오랜만에 글을 남겨봅니다.
이번 스르륵 사태로 아예 뽐뿌로 넘어왔는데, 자게에서 좀 있다가 포럼에도 간만에 들러봤습니다.
작년에 한창 EOS M으로 난리가 났을 때 왔었는데 거의 1년만이네요.
오랜만에 온 김에 간단한 강좌 하나 남기고 갑니다.
초보를 위한 EOS M 촬영 모드 비교 :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camera&no=34293
예전에 적었던 이 글을 먼저 보시면 이해하시는데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노출에 대해 이해하고 계신 분이라면 바로 읽으셔도 좋습니다.
오늘은 측광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측광은 말 그대로 빛의 세기를 재는 것을 말합니다.
사진에서의 측광은 빛의 양을 잼으로써 적정 노출을 잡는 것을 말하죠.
그럼 적정노출은 과연 뭘까요?
대부분의 카메라에는 노출계가 있습니다.
노출계의 수치가 0에 가까워져 있으면 적정노출일까요?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는 꽤나 단순한 방식으로 적정 노출을 계산합니다.
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찍어보면서 18% gray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게 바로 18% gray 입니다.
카메라는 프레임 안의 노출을 계산해서 딱 18% gray를 만들어내게끔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적정 노출이라고 표시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는 풍경과는 다르게, 카메라는 프레임 안의 사물에 대해서만 밝고 어두움을 계산하여 적정 노출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을 보면 눈으로 보는 것과 매우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역광으로 사진을 찍거나 혹은 사진의 대부분이 너무 밝거나 어둡거나 한 상황이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카메라는 대부분 적정노출을 잘 계산해서 노출을 지시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노출계를 참고하여 노출 레벨 마크가 0에 가까울 때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많은 상황에서 카메라가 지시해 준 적정노출 값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
나는 좀 더 밝게 사진이 찍히길 원했는데.. 또는 더 어둡게 찍혀야 했는데.. 라는 식으로 말이죠.
근데 카메라는 단순한 기계기 때문에 이런 사용자의 마음을 파악해서 사진을 찍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직접 카메라를 본인의 입맛대로 조작을 해야 하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적정노출을 찾아서 말이죠.
일반적인 DSLR에는 서너가지의 측광 모드가 존재합니다.
저는 주력 기종이 대부분 캐논이므로 캐논의 측광 모드를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브랜드의 카메라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매뉴얼을 펴고 측광 부분을 정독해보시기 바랍니다.
굳이 측광 때문이 아니더라도 카메라 구입 후 매뉴얼 3회 정독은 필수입니다. 매뉴얼만 잘 읽어봐도 웬만한 기능과 이론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평가 측광 : 전체 평균을 내서 카메라가 자동으로 노출 설정
부분 측광 : 뷰파인더 (또는 라이브뷰) 영역의 약 10% 전후를 측광
스팟 측광 : 뷰파인더 (또는 라이브뷰) 영역의 약 2-4%를 측광
중앙 중점 평균 측광 : 중앙에 중점을 둔 후 전체 장면에 대한 평균을 냄
보통 카메라의 초기 설정값은 평가 측광으로 되어 있을 겁니다. 전체 장면에 대한 노출을 계산해서 18% gray를 적정 노출로 계산합니다.
위에 설명했듯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없고 무난한 측광 방식이지만, 특정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적정 노출을 원할 경우에는 이 방식으로 측광을 할 경우 원하는 사진을 얻지 못합니다.
부분 측광은 뷰파인더 영역의 약 10% 전후를 커버하는 측광 방식입니다.
카메라에 따라서 커버 정도가 다르니 매뉴얼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체 장면을 두고 계산하는 평가 측광과는 달리 내가 원하는 특정 부분의 대략 10%만을 계산하여 적정 노출을 잡아줍니다.
위의 사진과 같은 상황에서 평가 측광으로 노출을 계산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많은 빛 때문에 카메라는 18% gray를 맞추기 위해 사진을 어둡게 찍으려고 할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 측광을 한 후 적정 노출로 사진을 찍게 되면 위의 이미지보다 더 어두운 사진이 찍히게 될겁니다.
근데 만약에 기차의 의자 부분에만 부분 측광을 해서 사진을 찍었다면 어떨까요?
10% 전후의 영역을 커버하는 부분 측광을 하게 되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양은 측광의 대상에서 쏙 빠집니다.
의자 부분만을 적정 노출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것이죠.
그래서 보시는 것과 같은 이미지를 얻을 확률이 높습니다.
의자는 적정한 노출로, 빛이 들어오는 창 밖은 매우 밝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스팟 측광은 부분 측광과 매우 유사합니다.
다만 그 영역이 부분 측광에 비해서 매우 작습니다.
대부분의 카메라에서 뷰파인더 영역의 약 2-4%를 스팟 측광 영역으로 사용합니다.
뷰파인더 영역의 2-4%라고 하면 나름 작은 영역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사실상 그렇게 작은 영역이 아닙니다.
'스팟'이라는 단어 때문에 꽤나 많은 분들이 측거점의 빨간 불이 들어오는 부분 정도를 스팟 측광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질적으로는 그것보다 꽤나 넓습니다.
단순히 뷰파인더를 100%라고 가정해보면, 4% 정도는 100 면적의 1/25 정도이므로 사각형으로 나눠 계산해보면 꽤나 큰 영역입니다.
그래도 이 스팟 측광은 작은 영역을 대상으로 해서 적정 노출을 잡기에 꽤나 유용한 도구입니다.
보통은 인물 사진에서 인물의 적정 노출을 잡을 때 스팟 측광을 많이 사용합니다.
동양인의 피부색은 대부분 18% gray의 노출값과 비슷하므로 단순히 피부색을 기준으로 스팟 측광하면 주위의 상황이 밝던지 어둡던지 상관없이 인물을 적정 노출로 표시해 줍니다.
때문에 역광 상황에서 매우 유용 합니다.
예시로 사용할 마땅한 인물 사진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만..
만약에 위 사진의 고양이를 스팟 측광이 아니라 넓은 영역의 평가 측광이나 다른 측광으로 노출을 잡았으면, 아마도 대부분의 어둑어둑한 부위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미지의 밝기가 증가하고 고양이는 노출 오버로 하얗게 날아가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스팟 측광으로 고양이 부분만 적정 노출을 잡아주게 되면 나머지 부분은 무시하고 고양이 부분만 딱 적정 노출을 잡아주는 겁니다.
중앙 중점 평균 측광은 중앙에 중점을 둔 후 전체 장면에 대한 평균을 내는 측광 모드입니다.
평가 측광과 약간 비슷한 면이 있지만, 중앙부에 더 가중치를 준다는 점이 다릅니다.
위의 설명과 같이 상황에 따라 그리고 나의 기호에 따라 원하는 측광모드를 선택하면, 그에 따라 카메라가 잡아주는 적정 노출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시는 Av, 일명 얃옹모드 -_-와 Tv, 일명 테레비 모드는 각각 조리개값, 셔속을 사용자가 지정해두고 적정 노출에 맞춰 알아서 셔속, 조리개값을 잡아주는 모드인데, 위와 같은 측광 모드를 잘 숙지하시고 사용하시면 내가 원하는 사진을 얻을 확률이 더 커집니다.
참고로 평가 측광을 제외한 나머지 측광 모드들은 반셔터 후 구도 변경시 반드시 노출 고정(*) 버튼을 눌러주셔야 해당 설정값이 유지 됩니다.
반 셔터 후 그냥 구도 변경을 하시게 되면 변경된 구도에 따라 다시 적정 노출을 잡게 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난 M 모드 쓰니까 이런거 다 몰라도 되겠네? 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은데..
M 모드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지정된 측광 방식에 따라 노출계를 표시해 주기 때문에, 적절한 측광 모드 지정이 중요합니다.
근데 사진을 많이 찍다 보면 카메라의 노출계보다는 본인의 감에 따른 일명 '뇌출계'에 더 의지하게 될 겁니다.
감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뇌출계는 '경험의 산실'입니다.
여러 상황에서 사진을 찍어보고, 찍어보면서 해당 상황에 대한 적정 노출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완벽하게 뇌출계만 사용하는건 아닙니다. 카메라의 노출계도 봐 가면서 그 때 그때 다른 빛의 양을 빠르게 계산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확고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찍어야 내가 원하는 피사체가 내가 원하는 느낌으로 잘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기준 말이죠.
흔히 음악에 절대 음감과 상대 음감이 있다고 하죠?
뇌출계도 이와 약간은 비슷하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절대 음감까지는 필요도 없습니다.
디지털 사진은 바로 찍어보고 그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그 상황에 따른 적정 노출을 머릿 속으로 빠르게 계산하면 되는거니까요.
카메라의 노출계와 뇌출계를 매우 적절하게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카메라의 촬영 모드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Av 모드에서 조리개값을 고정하고, 노출 보정을 통해서 셔속을 결정하든..
Tv 모드에서 셔터스피드를 고정하고, 노출 보정을 통해서 조리개값을 결정하든..
M 모드에서 조리개값을 결정하고, 셔터스피드를 결정하든..
결국엔 똑같은 행위거든요.
물론 노출 보정의 한계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도가 M 모드가 제일 높은 편이고, 직관적인 숫자 입력이 가능 하기 때문에 뇌출계에 적응되면 M 모드가 편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측광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뇌출계 얘기를 많이 하게 됐군요 -_-;;
참고로 팁을 하나 드리자면, Av 모드나 M 모드를 사용하실 때에는 노출계를 통하든 뇌출계를 통하든
조리개값은 F1 -> F1.4 -> F2 -> F2.8 -> F4 -> F5.6 -> F8 -> F11 -> F16 -> F22 -> F32
셔터스피드는 1/2 -> 1/4 -> 1/8 -> 1/15 -> 1/30 -> 1/60 -> 1/125 -> 1/250 -> 1/500 -> 1/1000 -> 1/2000 -> 1/4000
노출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위와 같은 지정값으로 변환하는게 좋습니다. 제 이전 글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 하나 하나의 값의 변화를 1 스탑이라고 하는데요. 노출 계산을 위해서는 저 1 스탑의 계산이 편합니다. 물론 카메라의 조리개값과 셔속을 설정하다보면 위의 값들의 중간 중간 값들도 많이 존재하고, 그것으로도 1스탑 계산이 가능하지만 그런 경우는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빠른 노출 계산을 위해서 또는 본인의 적정노출을 잡고 기준을 잡기 위해서는 되도록 위의 조리개값과 셔속을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에 광량이 일정한 실외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가정해보면, ISO 100에 F4.0, 1/500s 가 적정 노출이라고 칩시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피사체의 주목도를 올리기 위해서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여 아웃포커싱이 하고 싶어져서 F값을 1.4로 내리게 되면 결국 노출이 3 스탑 높아집니다. 그 3 스탑 만큼의 셔속을 줄여줘야 하는 거죠. 1/500s의 3 스탑은 1/4000s 입니다.
이렇게 딱 떨어지는 값이기 때문에 계산이 편한거고, 그렇기 때문에 더 빠른 촬영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계산이 빠른 값이기 때문에 본인의 머릿 속에 입력이 더 잘 됩니다.
이렇게 밝은 날에는 F4.0으로 1/500s면 사진이 적정 노출이 되는구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사진이란건 순간적인 포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구도를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노출을 결정하고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빠르게 계산하는 것도 분명히 필요합니다.
측광 얘기를 쓰다보니 괜히 말이 길어져서 딴 소리를 많이 하게 됐는데..
아무튼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적정 노출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본인만의 뇌출계를 확실하게 가지기 전에 다양한 측광 모드를 사용해서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좋은 사진 많이들 찍으시기 바랍니다.
글이 길어져서 다시 본문 확인을 안 해봤는데, 오류가 있는 부분은 추후 확인 후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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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v
생각보다 너무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씩 이해되는것 같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