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0일. 다녀온 후기를 이제서야 쓰네요ㅠ

(일기처럼 기록해야..속닥속닥)

다들 연말에 많이 바쁘시죠?ㅠ

밀린 일기를 써볼까 합니다.

엄마 아빠를 모시고 북한산 백운대 등산 겸
때늦은 단풍놀이를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은 평소 산이랑은 거리가 머셨죠.
십수 년 전에 환갑도 전에 설악산을
가보신 게 아마 전부일겁니다.

올해 벌써 부모님이... 칠순이시라니ㅠ
시간 참 무색하게 빠르네요.

저는 거의 요 두 달 사이 매주 산에 갔던 거 같습니다.

저만 좋아서 다녔는데..
생각해 보니 부모님 살아생전 건강하실 때
멀리 못 가더라도 가까운 곳부터 가보자는
마음에 함께 가을 북한산을 다녀왔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먼 길 나설 채비를 합니다.
소사에서 북한산우이역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저의 배낭은 오늘도 빵빵하게!
사람이 많아 물도 2리터 챙기고,
무엇보다 컵라면을 위해 FFX-900을 
두둑이 챙겼습니다!

1호선을 타고 신설동역까지 갑니다.
누나는 아침 일찍 움직이는 게 피곤한지
전철에서도 꿀잠이네요.

부모님은 무슨 배낭이 이렇게 무겁냐며
궁금해하십니다~^^

우이 신설선으로 갈아타서
재밌는 사진들을 찍습니다.
이렇게 즐거워하실 줄이야..ㅠ

매주 혼자 다녀서 죄송스럽네요.
종종 함께 가야겠어요.

북한산우이역 2번출구. 만남의 광장.
강북 오산종주 불수사도북 중에..
중탈 유혹이 매우 컸었는데.. ㅎ
그때 생각나네요.

저는 산에 갈 때 아침을 거의 먹지 않고,
김밥이나 편의점에서 바나나 등
간편식을 먹고 다니는 편인데
이날은 약을 드셔야 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아침을 챙겨 먹습니다.





아침을 챙겨 먹고 서둘러 길을 나섭니다.
주말에 조금만 늦으면 
자칫 기차줄 산행을 하게 되니깐요

아직은 군데군데 물들어있는 단풍이
눈요기하기 좋습니다.
아마 이번 주면 정말 단풍도 다 지고
겨울 시즌이 올 것 같네요ㅠ

몇 해 전.. 저도 없던 고어텍스를 사드렸는데..
아껴 입으신다고.. 아직도 새 옷 느낌의
빳빳함이 남아있는 커플 쟈켓입니다.

엄마 쟈켓 컬러는 참 곱습니다.^^
매장에서 한눈에 반하셔서 자꾸 만지작 하시는 모습에
차마 사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죠ㅠ




북한산 백운대 등산코스 중
도선사 광장으로 오르는 길 우측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밤새 빗소리가 들렸는데...
덕분에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생각에 스틱을 꺼내 드렸더니
너무 가벼워서 그런지 믿음이 안가신답니다.
그래도 뭐 도선사까지 길이 좋아서 다행이죠.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다며 즐거워하시는
엄마는 아직도 가을이면 소녀감성입니다.

붙임바위에 도착해서는 돌 하나에
각자의 소원하나 얹어 붙여봅니다.

절묘하게 서있는 돌은 누구의 작품일까?
아슬아슬하게 균형 잡고 있는 게 놀랍습니다.

도선사 광장에 도착해.
오늘 산행에 아무 탈 없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초입인데 벌써 누나는 지쳤고,
아빠도 꽤나 땀을 흘리셨습니다.
역시 산신령은 빨간 옷을 입는 건가요?
엄마만 아직 기운이 팔팔 나십니다.

천천히 아버지 속도에 맞춰서 올랐습니다.
산을 함께 오른다는 것은
많은 대화를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느낌을 공유하며 공감능력이 오릅니다.

평소 대화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날만큼은 북한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많이 했네요.

이쯤 오면 계단이 그렇게 반갑습니다.
돌만 밟다가 발이 호강하는 느낌적 느낌

백운산장에 도착해 미리 준비해온
과일을 꺼냈습니다.
가을철 대표 과일인 단감과
열량을 보충을 위한 바나나입니다.
산에 오니 멍이 들었네요.





간식도 먹었으니 이제 정말로 남은
절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위문에서 도착한 엄마와 아빠.
이제부터가 진짜 백운대 코스입니다.

엄마를 닮았나 봅니다.?
왜 아슬아슬함이 좋을까요?
사실 저도 아주 무섭지 않은 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높이에 대한 공포는 있을 터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찌릿함과 쫄깃함이 좋습니다.
분명 유전이지 싶습니다.

엄마 왈 
" 오메 높다잉~. 저봐라 아따 멋지다잉!"

이제 정말 같이 늙어가는 사이가 된... 큰누나.
내가 어렸을 때 내 자랑이었다가.
지금은 원수가 돼버린 사이지만.
가족이란 이름은 변함이 없네요.

겁쟁이 탐험가 왈
"아부지요 겁나 되지라잉?
안되겄으면 내려갈까라?"

아빠 왈
"아~따 여도 못 감시롱
설악산은 어찌게 따라가긋냐"

ㅋㅋㅋ 아버지도 올겨울
설악산은 꼭 가보고 싶은가 봅니다.

좋은 풍광을 많이 눈에 담으시는 부모님
그렇게 난코스를 지나 백운대에 오릅니다.

백운대 정상은 태극기와 함께 인증해야겠죠?!

칠순의 노부부의 백운대 등정 완료입니다!!

아시죠?
백운대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덕분에 이날 엄마의 자존감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인수봉을 배경으로 한껏 들뜬 모습들입니다.
나름 인솔한 보람이 있습니다.

좋은 사진 건질 수 있었네요!ㅎ

그리고 제가 배낭에 숨겨온 건 바로!
짠 족발ㅋㅋㅋ입니다!
사진엔 없지만 ffx-900으로 미니 컵라면 3개를
추가했죠! 역시 산에서는 뭘 먹어도 맛있습니다!






맛있게 먹고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조심조심 하산을 해봅니다.

산신령들은 빨간 옷을 입는다더니
엄마는 아직도 체력이 한참 남으셨네요!

설악산으로 갑시다!!

오를 때는 부모님도 누나도
많이 힘들어서 이야기를 조금 했다면.. 
내려올 때는 어찌나 즐겁던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쳤습니다.

칠순의 부모님과 함께한 북한산 백운대
등산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사실 몰랐습니다.

덕분에 재밌고 안전하게 잘 다녀와서 후기를 적습니다.

후기를 적으며 사진을 하나씩 살펴보니 제가 참 부모님에게 해드린 게 없구나 생각 듭니다.

나 하나 행복하자고 그렇게 산에 다녔나 생각도 들고, 너무 혼자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벌써 칠순이라니... 제가 나이 먹고 늙어가는 것처럼

부모님도 무상한 인생을 보내고 어느덧 많이 늙고 병들으셨네요..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겠습니다. 다들 부모님께 효도하세요!!

다른 후기를 위해서 지난 가을의 산행으로 미끼후기 깔고 갑니다~^^

굿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