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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트래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2019년 가을 덕유산 1박2일 육구종주 2일차 31
분류: 산행후기
이름: 최고의장비=체력


등록일: 2019-10-24 18:06
조회수: 1848 / 추천수: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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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10월 21일 ~ 22일) 덕유산 육구종주 둘째날

 
 
1일차: 육십령 - 할미봉(3.9km) - 서봉(3.1km) - 봉황봉(남덕유산)(1.2km) - 삿갓봉(4.3km) - 삿갓재대피소(1.0km) 국공지도 기준 총 13.5km
2일차: 삿갓재 - 불영봉(무룡산) - 대기봉(칠이남쪽대기봉, 거북바위) - 동엽령(6,2km) - 백암봉(2.2km) - 중봉(1.0km) - 향적봉(1.1km) - 칠봉(3.5km) - 구천동 탐방지원센터(3.5km) 국공지도 기준 총 17.5km  
 
 
 
삿갓재대피소  04:30 기상



다음 날 새벽.
대피소 직원분 말로 해뜨는 시각이 6시반경이라 하더군요. 해서 4시반쯤 일어나서 밥 해먹고 5시반쯤 출발하자 계획했습니다.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서 아랫층 취사장으로 내려갑니다. '갓뚜기 북어국 블록 하나 + 계란 하나 + 김치국물 약간 + 갓뚜기 햇반 두 개'로 그럴듯한 꿀꿀이죽을 만들어 김치 반찬 하나에 먹는 듯 마시는 듯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습니다. 적당히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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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미터를 내려가 샘터에서 물을 2리터 받아서 올라옵니다. 몸이 안 풀려서인지 어제 할미봉-서봉 구간 다음으로 힘들었습니다. 숨이 차서 3번은 나눠 쉰 듯 합니다.
얼려온 1리터의 물에 아직 얼음이 남아 있어서, 샘터물로 보충합니다. 나머지 물은 옆구리 쪽 물통에 보충을 하고 마지막 남은 물로 물양치를 합니다. 이렇게 다시 2리터의 물을 확보한 후 짐을 꾸리기 위해 대피소 방으로 들어갑니다.

방안은 불이 환히 켜져있고, 인기척이 없습니다. 아차, 이럴 수가. 시간이 이렇게 흐른 줄 몰랐네요. 벌써 6시 훌쩍 넘은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낭패입니다.
불영봉(무룡산)에서 일출을 보려던 계획은 그렇게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어디서 시간이 지체된 것인지 모르겠네요. 



삿갓재대피소(06:15) - 불영봉(무룡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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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동이 터오는 시각에 삿갓재에 대한 좋은 기억을 뒤로 하고 대피소를 나서게 되었습니다. 
길을 나서기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산행에 기여하는 바가 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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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봉 가는 길 중턱에서 일출을 맞이합니다. 
저 붉은 기운은 언제 보아도 질리질 않습니다. 예전 화대종주 때 만났던 기체조하시는 분 말씀대로 두 팔을 열고 크게 심호흡을 하며 양기를 받아들인답시고 어설픈 흉내를 내보았습니다. 효과는 모르겠으나 괜히 기분은 좋아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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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태양의 그러나 상냥한 아침햇살을 맞으며 쾌활하게 산등성이를 오릅니다. 아침기온이 싸늘하여 바람이 휘몰아치자 산잔등에 냉기가 돕니다. 앞에 챙이 달린 모자(cap)를 쓰고 그 위에 자켓의 후드를 덮어 귀를 보호했습니다. 저처럼 등산시 hat을 선호하는 산객들도 이렇게 따로 cap을 챙겨오면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해 후드를 써야할 때 시야확보를 위해 유용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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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맞으며 걷는 이 나무계단길이 참 아름답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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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의 능선길. 뜬금없이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겨 아내를 다시 잃은 오르페우스가 생각나네요. 
지금 이 시간 이 아름다운 산 위에서 상쾌한 아침공기를 들이마시며 쭈빗쭈빗 굽이친 산줄기의 곡을 내려다 보노라니, 알 수 없는 벅찬 느낌이 들면서 참 오길 잘하였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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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 곳에서는 아직 운해가 넘실거리고 있군요. 요즘 일교차가 심해서인지 덕유산 부근은 아침마다 안개와 운해가 풍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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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봉은 나무가지로 시야가 가린다며 대피소직원분이 추천하여 준 일출포인트입니다. 계단을 다 올라오면 바로 나오는 바위로군요. 사실 이 곳부터 불영봉까지 가는 길은 내내 훌륭한 일출포인트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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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파릇파릇할 봄 덕유, 원추리가 한창일 때의 여름 덕유, 흰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 덕유, 그리고 지금의 가을 덕유. 반드시 계절을 바꾸어 다시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하는 풍광입니다. 이런 절경을 계절을 달리 하여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불영봉(무룡산)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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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봉(무룡산 1,491m)에 도착했습니다. 
봉우리에 올라오니 바람이 세차군요. 사진 몇 장 찍는 사이 손이 시리고 귀가 얼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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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 수려하고 멋들어진 봉우리입니다. 이 곳이 여름이면 원추리 군락으로 둘러싸여 장관을 연출한다지요. 
불영봉(佛影峰)이 한자로 부처불(佛)에 그림자영(影)을 쓰던데, 아무래도 부처의 형상을 닮은 무언가가 있는가 봅니다. 저는 불심이 약해서인지 발견하지 못했네요.
또한 무룡산(舞龍山)이 한자로 춤출무(舞)에 용룡(龍)을 쓰는 걸 보면, 이 산에서 춤추는 용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봅니다.   
 
자, 적당히 즐겼으면 이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야겠지요.

 
 
불영봉 - 대기봉(칠이남쪽대기봉, 거북바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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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길 내내 여러분을 인도해 주는 조릿대(산죽)길입니다. 참 운치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것이 향적봉까지의 구간은 분위기 좋게 지날 수 있는 길이지만, 칠봉구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악몽이 되더군요. 산객이 많이 지나지 않는 구간은 조릿대가 너무 빽빽하여 몸으로 밀치며 나아가야 하는 바, 시야확보가 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뱀이나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과 마주쳐 놀란 기억이 있는 분들은 불안감이 들 수 있겠네요. 네, 제가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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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야가 뻥 뚫린 능선길이 나오네요. 아! 정말 좋습니다. 저 부드럽게 곡진 산마루를 따라 걷는 기분이란 참 사람을 들뜨게 합니다.




대기봉(칠이남쪽대기봉, 거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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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봉(칠이남쪽대기봉, 거북바위 1,482m)에 도착합니다.
정상석이 따로 없어 바위 위에 돌을 쌓아 그 중 큼직한 돌 하나를 골라 매직펜으로 '대기봉'이라 써넣었네요. 이런 것도 어느 이름 모를 산객의 배려이겠지요. 나는 산을 통해 참 많은 것을 얻는데, 과연 나는 산을 위해 어떤 배려를 하고 있고 또 할 수 있는가. 가급적 산이 다치지 않게 산행하는 것? 산을 다치게 하는 산객들을 만났을 때 점잖게 당부하는 것? 나로 인한 모든 쓰레기는 수거해서 가져가는 것? 등산로 주변의 플라스틱성 쓰레기를 주으면서 하산하는 것? 산을 깎고 밀고 쇠말뚝 박고 콘크리트 바르려는, 자기 동네산은 자기들 마음대로 해쳐도 되는 줄 아는 토건족과 개발중독자들에게 맞서 의견을 내는 것? 곰곰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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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나 골라 그 위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시 쉬었습니다. 이제 두 개의 봉(불영봉, 대기봉)을 지났고 앞으로 네 개의 봉(백암봉, 중봉, 향적봉, 칠봉)을 올라야 합니다. 그러나 체력적인 소모는 전날에 비해 한참이나 적습니다. 경사가 크지 않은 부드러운 능선길 위주로 걷다보니 몸이 편한 산행입니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습니다. 식사는 동엽령에 들러 할 생각입니다.



대기봉 - 동엽령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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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엽령 가는 길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능선길입니다. 
산등성이 한 가운데로 좁게 패인 가르마길을 따라 졸졸 걸어가다가, 아무 순간 멈춰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덕유산의 누른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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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걸어온 길 (아래) 걸어갈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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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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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풍치있는 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 정말 좋습니다. 




동엽령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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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식사터인 동엽령 안전쉼터가 억새밭 한가운데에서 저를 부르는군요. 놀랍게도 쉼터에는 자그마치 '태양광 스마트폰 충천시설'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처럼 바람이 거센 날 실내에서 따뜻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시설관계자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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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엽령 역시 경관이 멋드러진 곳이었습니다. 억새밭이 휘날리는 산바람 속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따뜻한 쉼터에 들어앉아 속세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멋진 풍광을 즐기며 식사를 하는 것과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최고가의 식사를 하는 것 중에 선택하라면 저는 주저없이 전자를 택할 것입니다. 최고의 운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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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쉽게도 이 멋들어진 풍경에 식재료가 따라주지 못하는군요. 식사는 우유에 시리얼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집에 있는 시리얼을 먹지 않고 놔두다 보니 상할까 싶어 산에 올 때 식사대용으로 가져오곤 합니다. 사지를 말아야 하는데 마트에 가면 자꾸 집어오게 되더라구요, 참. 그런데 이 식사를 아침이라고 해야하나, 점심이라고 해야하나? 아침은 5시에 먹었고, 점심이라고 하기엔 시각이 9시45분? 아점도 아니고, 그것 참 애매하군요.



동엽령 - 백암봉 가는 길 

배도 적당히 채웠겠다 이제 털고 일어날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합니다. 덕유산 이곳저곳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는 이곳 동엽령부터 향적봉에 이르는 4.3km구간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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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봉을 오르면서 걷게 되는 저 나무울타리길은 마치 양이나 소를 치는 목장의 그것이 연상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고 세상만물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소백산 능선길과는 또다른, 대단히 색다른 감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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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인생길을 돌아보듯 걸어온 길을 가만히 내려다 봅니다. 
몸 상태는 원만한데, 뚜벅뚜벅 꽤 멀리도 걸어왔군요. 제 나이를 닮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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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계단길에 깔린 고무바가 새삼스러운 길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관계자에게 상을 주고 싶습니다. 내딛는 발도 편하고, 스틱으로 인한 바닥목재의 손상도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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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예보대로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늘이 지니 시원해서 오히려 좋습니다.
능선자락에 늦은 가을색이 완연하군요. 

 

백암봉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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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봉(1,503m)에 도착합니다.
봉우리에 올라서자, 왠 까마귀 한 마리가 봉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을 하지 않는 것이 영 신기했습니다. 북한산의 고양이떼나 설악산의 다람쥐가 사람의 손을 타서 인기척을 꺼리지 않는 것은 익히 보아왔으나, 까마귀가 사람 근처에 맴도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홀로 꼿꼿하고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왠지 적적해 보여서 뭐 좀 던져줄 것이 있나 떠올리던 차에, 제 짝이 나타나더군요. 둘이 잘 먹고 잘 살아라하는 기분에 외면하고 더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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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부터는 오가며 마주치는 탐방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국공직원복을 입은 분들을 3~4팀 마주쳤는데, 쓰레기를 줍거나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물어보아도 업무중이라고만 답하시더군요.
백암봉에서 국공직원복 차림을 한 네 분을 만났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인사를 건네고 몇 마디를 주고 받는데, 한 분이 잘 익은 감 하나를 통째로 건네 주십니다. '고맙습니다'하고 받기는 하였으나 이걸 어떻게 먹지 하고 고민하는 사이, 그 분들은 그걸 껍질째 드시더군요! 이 나이 먹고 살면서 감을 껍질째 먹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지역차가 있는 것인지. 암튼 저도 따라서 껍질째 한 입 베어물었는데 먹을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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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길을 내다보니, 저만치 중봉이 보이네요. 다시 길을 나설 시간입니다.



백암봉 - 중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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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다 제각각의 아취가 있는 것이 참 분위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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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덕유평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전(平田)이 무언가 알아보니, 그냥 높은 곳에 있는 평평한 땅을 말하는 것이더군요. 
정말 아름다운 길입니다. 계절을 달리하면 그 계절에 따른 새로운 흥취를 자아내는 평전입니다. 1년 사계절 중 어느 계절에 찾아도 결코 흥미를 잃을 수 없는 최고의 능선길입니다. 저 또한 계절을 달리하여 이 길을 꼭 다시 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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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길.



중봉(1594m)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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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에 도착합니다. 덕유평전은 사랑입니다.



중봉 - 향적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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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먼치 떨어진 곳에 향적봉이 보이네요. 이제 마주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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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께에 이런 고급진(?) 벤치가 있는 것이 뭔가 어색하네요. 그러나 이것 또한 고령의 탐방객 등을 위한 배려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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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힘이라는 것이 참 놀랍지 않습니까?
좌측의 구상나무는 저 큰 바위를 뜷고 뿌리를 박아 저 크기로 성장하였습니다. 
우측의 주목은 허리를 베어냈음에도 그 안에서 다시 줄기를 키워 생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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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포장이란게 있군요. 말 그대로 묘목을 기르는 밭이라는 건데, 이런 것이 산 정상 근처에 있는 줄 몰랐습니다.
주목이 바둑판 만드는 데 쓰였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주목과 인연맺기'라, 재미있는 발상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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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대피소에 들러 몸무게를 좀 줄였습니다. 취사장과 매점을 둘러 보았습니다만 매점은 메뉴안내가 없어 답답하더군요.




향적봉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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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덕유산 최고봉, 향기가 머무르는 봉, 향적봉(1,614m)에 도착합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만만치 않게 많더군요. 역시나 정상석 인증에 사람들이 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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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없이 참여한 건강검진에서 시작하여 지금 이곳 덕유산 제1의 봉 향적봉까지 이르기까지를 돌아봅니다. 
매해 첫 날이면 어김없이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제 1의 소원으로 비는 주제에, 마치 남의 몸인양 자기 몸의 관리를 엉망으로 하여 이 지경에 이르게 하고는, 다시 건강을 되찾겠다며 기를 쓰고 걸어 올라온 곳이 이 곳 향적봉이었습니다. 다시는 몸관리를 허투루 하지 않겠습니다. 자기 몸을 함부로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짓는 죄요, 또한 가족에게 덧씌우는 죄에 다름이 아니라는 자각이 생겼습니다. 이 산을 내려가는 즉시 철저하고 체계적인 건강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이 나이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건강한 몸을 만들고야 말겠습니다. 그 어떤 인생의 계획을 세우더라도 그것이 기본 뼈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제 인생에서 추구하는 그 어떤 가치도 건강, 그 다음에야 비로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건강을 소홀히 한 채로 무언가를 이룬다? 그것은 사상누각이 되겠지요.

향적봉 정상석이 있는 바위 뒤 편에 신발을 풀어헤치고 걸터앉아 산아래를 내려보며 긴 시간 사색을 했습니다. 사방이 트인 시야로 저 먼 곳을 조망하듯, 제 인생의 향로를 조망해 보았습니다. 후회, 책망, 반성, 희망, 의지, 계획... 여러 형태의 감정과 생각들이 머리 속을 소용돌이 칩니다. 따사로운 햇살은 마치 제가 섬기는 신의 눈빛과 시선인양 저를 어루만져 주고 위로하였으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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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설천봉 곤돌라 승강장이 보이는군요. 이제 그만 슬슬 내려가야겠습니다.



향적봉 - 칠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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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봉입니다. 저 기와로 된 원통형 건물은 물건 파는 곳이고요. 좌측에 목조 전망대가 나름 분위기가 있었네요. 가끔 바람 쐬고 싶을 때나, 연인과의 소풍 장소로 나쁘지 않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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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 승강장입니다. 곤돌라 타고 산에 올라올 생각이 없기 때문에 요금, 운행시간 등의 정보는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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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봉에서 칠봉에 관한 이정표를 찾지 못했습니다. 공사중인 분들에게 물어보아도 분명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카카오맵으로 대충 짐작해서 찾아가야 했습니다. 설천봉에서 내려다 본 스키장 슬로프 전경입니다. 저 멀리 가운데 쯤에 보이는 봉우리가 칠봉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흙길이 끝나는 지점에 칠봉으로 가는 길과 이정표가 있습니다.  길을 내려갈 때 비포장 차도로 가면 길게 돌아가야 해서, 그냥 슬로프로 가로질러 쭉 내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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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 흙길이 크게 꺽이는 지점에서 우측을 보면 저 이정표가 생뚱맞게 서 있습니다. 그 옆 숲길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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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것은 좋지 않습니다. 탐방객이 적은 탓인지 조릿대가 촘촘하게 산길을 막고 있어서 몸으로 헤치고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방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멧돼지나 뱀 등의 야생동물의 출현을 미리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계방산 수풀 속에서 괴음으로 저에게 으름장을 놓던 멧돼지들, 금수산에서 까치독사에게 얼굴을 물릴 뻔 했던 일, 명지산에서 낙엽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깔고 앉았던 벌집 그리고 그 집 벌떼 등의 안좋은 기억들이 새록새록하네요. 일단 향적봉에서 떼었던 방울을 꺼내어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배낭의 뒷부분에 달았습니다. 조릿대 사이로 몸을 먼저 밀지 않고 스틱으로 벌리면서 최대한 인기척을 내며 진행하였습니다. 혹자는 유난떤다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와 같은 상황을 몇 차례 겪다 보면 솥뚜껑에 가슴이 놀라게 되어 있습니다.



칠봉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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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 우여곡절 끝에 오후 3시가 다 된 시각에 칠봉에 도착했네요. 구천동에서 대전으로 가는 버스가 15:20, 19:10에 있는터라, 이제 꼼짝없이 7시10분까지 구천동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습니까? 4시간 일찍 간다고 마누라가 '오라버니 웰컴'하며 반겨주는 것도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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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봉에서 내려가다가 녹색 철계단을 만나시면, 무릎이 약한 분들은 가급적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뒷걸음질로 내려가시길 권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길어서 무릎에 부담스럽겠더라구요. 그리고 이 녹색계단이 끝나면 그때부터는 돌길이 약 1km 정도 계속됩니다. 골산 위주로 다녀서 익숙하긴 한데, 여전히 발바닥은 아프군요. 국공에서 지도에 보라색으로 표시한 이유가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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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봉약수를 지나 한동안 내려가다 보니 다시 부드러운 흙길이 나타나고 이후 쭉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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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길이 나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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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암을 지나 길 따라 쭉 내려가다가 다리를 건너면 야영장 관리소가 나옵니다. 관리소를 지나 왼쪽 다리를 건너 다시 길 따라 걷다보면 우측에 파출소, 좌측에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가 나옵니다. 거길 지나 우측에 구천동 임시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국립공원사무소에 그린포인트 적립하고 버스터미널로 향했습니다. 



구천동 임시버스터미널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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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슈퍼처럼 생긴 곳이 터미널 매표소인데, 주인 할아버지가 좀...
7시10분 표를 산다하니 시간되면 다시 오라 합니다. 시간 되어 다시 가니 불끄고 집에 가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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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옆을 지키는 매우 심심해 보이는 강아지. 테니스공을 던져주니 신이 나서 물고 뜁니다. 너는 제발 커서 사나워지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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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 차를 놓쳤으니, 다음 차는 19:10 차 뿐입니다. 18:40차는 무주읍 나가는 차랍니다. 대전은 안 간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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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 배를 움켜잡고 식당을 찾습니다. 터미널 할아버지는 다리 건너 "한국관"을 추천하셨지만 단체손님이 있어 못 먹고, 그 옆 쪽에 있는 '전주제일맛집'에서 산채비빔밥(10,000원)을 주문해서 말 그대로 폭풍흡입을 했습니다. 식당 주인 아저씨는 동네 친구분들과 식당에서 탁주를 함께 하시다가 저를 보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후루륵 탁탁 하는 소리 약 5분여 만에 위와 같은 식사를 차려 내오시고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친구분들과 어울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십니다. 잠시 후 주방에서 사모님이 나오셔서 술 잡숫는 아저씨들에게 투덜거리면서 뭐라뭐라 한 소리를 하시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함께 자리를 차고 앉아 같이 또 주거니 받거니 함주를 하시더군요. 아주 유쾌한 분들이셨네요. 
아저씨에게 부탁해 핸드폰을 충전하고, 사모님에게 부탁해 차 시간까지 식당 안에서 쉴 수 있었습니다. 

식당 맞은편에 공원 화장실이 있어 버스에서의 땀냄새 테러를 방지하고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머리를 감고 옷을 모두 갈아 입었습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버스를 타러 갔으나 표파는 할아버지는 가게 불끄고 사라졌고, 저는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카드기로 결제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였습니다. 

7시10분 차를 타고 대전에 도착한 시각은 8시45분이었고, 터미널에서 졸음운전 방지를 위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구입한 뒤, 차를 맡긴 주차장에 가서 탈 많았던 주차비를 지불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얼결에 도전한 덕유산 1박2일 가을육구종주를 성공리에 마치게 되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지적해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본 게시글은 작성자에 의해 2019-10-25 07:03:23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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