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산타는 거북이 입니다.

5월초에 화대종주를 다녀온 뒤로 공룡능선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셋째의 출산과 집안일로 인해서 못가고 있었습니다. 장거리 원정이 이제는 와이프의 눈치를 보느라 한 달에 한번 이상 가기가 좀 그렇네요.;; 

대신 요즘에는 내년초 풀코스 완주에 목표를 두고 마라톤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10km씩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이게 그래도 계속 꾸준히 뛰니까 시간이 조금씩 줄기는 하네요. ㅎㅎ

각설하고 어제 바로 설악산 공룡능선에 다녀왔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공룡능선은 우리나라 산들의 능선중에 가장 힘들기도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 공룡능선에 가서 가파른 암벽에 쇠봉을 잡고 긴장해서 가슴두근거리고 설레임을 느꼈던 그때가 아직도 마음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네요. 이제는 그런 긴장감과 설레임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산세와 주위의 풍경에 감동을 받는 것은 여전합니다.^^

오색탐방지원센터에서 4:20분에 출발을 했구요. 오랜 친구와 함께 동행을 했습니다.  이 친구가 간만에 등산이라서 그런지 저보다는 체력이 좋은 친구인데도 불구하고 조금 힘들어 하더라구요. 어쨌든 쉬엄쉬엄 대청봉까지는 3:20분 정도가 걸린 것 같습니다. 대청봉에서는 안개가 많이 껴있었고 바람이 많이 불어 손가락이 시린 정도였습니다. 이때는 날씨가 기온이 높아 엄청 더울것으로 예상 해서 식수도 많이 챙겼지만 예상외로 아침에는 춥고 낮에는 하루종일 선선한 정도 였습니다. 전혀 덥지 않았어요. ㅎㅎ

중청대피소에서는 잠시 화장실만 다녀오고 나서 바로 희운각대피소로 향했습니다. 얼마 있으면 없어진다고 하는데 아쉽네요.

안개에 쌓여 있어 보이지 않는 대청봉.

춥고 바람불고 손도 시려웠습니다. ㅎㅎ

중청대피소에서 중청 삼거리를 지나 소청삼거리로 가는 도중에 갑자기 구름이 걷히면서 아랫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멋진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입에서는 자연히 와~ 하는 소리가 나옵니다.

능선을 중심으로 백담사 방향은 아직 구름이 있고, 설악동 방면은 구름이 걷혔습니다.

야~ 갑자기 구름이 완전히 걷히면서 동해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얼마전에 합리적인 충동구매님이 어머님과 같이 가셨을때 산행기 사진이 생각이 나네요.

뒤 돌아보니 대청봉도 구름이 완전히 걷혔습니다.

소청쪽으로 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습니다.

소청에서 희운각의 극악의 내리막길을 내려와보니 희운각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서 공간이 있는 곳을 찾아서 오다보니 삼거리까지 오게 되었네요. 요기서 김밥 한 줄 먹고 출발하기로 합니다. 이때가 아마 9시 정도였는데, 앉자서 김밥을 먹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공룡능선 방향으로 가시더라구요.

제 생각으로는 공룡능선 5km구간 중에서 신선대와 1275봉 올라가는 구간이 가장 힘이 드는 구간인 것 같습니다. 요 바위 구간을 지나 돌계단 길을 한참을 올라가지요.

신선대로 올라가는 길고 가파른 오르막길입니다. 처음 왔을때 여기서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친구놈은 조금 쳐지기 해도 잘 따라옵니다. 몸무게가 5kg이나 불었데요.

대청봉과 중청봉

공룡능선을 타다보면 항상 보인느 것이 대청봉과 귀때기 청봉 그리고 울산바위인데, 정말 지겹도록 쳐다보게 되죠.

신선대 도착했습니다.

하얀 뭉게 구름들이 낮게 깔려 있는 모습과 공룡능선의 봉우리 들이 참 멋집니다.

공룡능선 배경으로 한 컷.

좌측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서북능선의 귀때기 청봉과 그 앞의 용아능선이 보이네요.

우측으로는 근육질의 울산바위와 그 뒤의 동해가 보입니다.

한 15분 정도 사진촬영을 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아주 짧게 이런 흙길이 나올뿐 흙길은 거의 없습니다.

 가파른 돌길.

1,2미터의 이런 직벽 구간에는 안전을 위해서 쇠봉을 박아놨습니다.  어제는 반대방향으로의 진행자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크게 정체되는 구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풍철에는 엄청나게 밀리죠.

멋진 길의 배경으로 한 컷.

저도 한 장 찍어봤습니다. ㅎㅎ

아크테릭스 레프로이 팬츠를 수선집에 맡겨서 반바지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다리가 새다리라서 그런지 반바지를 절대 입지 않았었는데 한 번 입어보니 편하고 시원해서 봄 여름에 긴바지는 입지 못하겠더라구요. 과감하게 짤라 버렸는데, 아주 마음에 듭니다.

주위 풍경 뿐만 아니라 바위와 봉우리의 모양이나 형태가 참 멋진 곳입니다. ㅎㅎ

쓰러진 고사목 속에서 피어난 식물

힘들때마다 고개를 돌려서 보면 엄청난 풍경이 펼쳐집니다.

앞에 능선 중에서 가장 힘이드는 구간인 1275봉과 그 뒤에 큰새봉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 개미처럼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거대한 암벽에 박아놓은 쇠줄을 잡고 올라갑니다. 겨울에 오면 항상 이 구간이 결빙지역이라 크게 주의해야하는 구간입니다.

대청봉이 다시 구름에 휩싸이고 하늘이 약간 흐려졌네요. 오늘따라 날씨의 변화가 좀 있습니다.  

쇠줄구간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돌길.

이렇게나 가파르고 깁니다.

마등령 삼거리 2.1km.. 많이 왔네요. 절반 이상이나 왔습니다.

1275봉 정상을 보러가는 사람들인데, 저기로 가도 되는거 맞나요? 저도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많이 왔습니다. 이제 봉우리 두세개만 넘으면 끝이 납니다. 벌써부터 비선대로의 극악의 하산길이 걱정되네요. ㅎㅎ

아주 시원하고 쎈 바람이 불었던 곳.

가파른 돌길이 또 시작이 됩니다. 친구랑 앉자서 조금 쉬고 다시 출발하려는 찰나에 조리퐁님과 대장님이 내려오십니다. 얼마전에도 오셨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다시 오시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먼저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잠깐 나누고 서로 헤어졌지만 사진으로 항상 뵙던 모습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ㅎㅎ 그래도 말씀을 많이 나누지는 못했네요.ㅎㅎ

마지막 쇠줄구간입니다.

이 곳을 지나서 가파른 돌길을 지나면 힘든 구간은 끝이납니다.

마지막 가파른 돌길 구간

저 멀리 아주 작고 볼록하게 안산이 보이네요.  마등령에 거의 다왔습니다.

마등령을 지나서 한 컷. 다음번에서 미답구간인 오세암 쪽으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하산길인데 조심해야 겠지요. 가파르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합니다. 집중해야지요.

아주 작은 샘물.

하산시에 보이는 넓은 너덜지역. 이렇게 높은 산에 이런 구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ㅎㅎ

가파른 하산 구간. 많은 분들이 함께 내려갔네요. 정말 지겨운 구간입니다. 빨리 비선대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겨워도 경치하나는 정말 끝내줍니다.

비선대 갈림길.

비선대 도착했습니다. 이제부터는 편안한 임도로 3km를 가야합니다. 굉장히 지겨운 길이지요. 사실상의 산행이 끝이납니다. 공룡 또 한 번 했습니다.

이후에 소공원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오색에 가서 차량을 회수한 뒤에 속초로 가서 물회 한 그릇씩하고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친구와 함께한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19km, 12 시간 산행.

허접한 산행기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