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의 뒤태를 볼 수 있는 북설악... 고성군까지 갑니다. 화암사 입구 편에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기본 고도가 있어서 400미터 정도만 오르면 정상입니다.

화암사는 벼 화를 한자로 쓰네요. 수바위의 전설에서 쌀이 소재라서 그런가 봅니다. 바위에서 쌀 나오는 전설은 가지산 쌀바위에서도 있었던 거 같은데 말이죠.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에 좌측엔 계곡물이 조그맣게 수로를 따라 흐르고 석탑이나 조각상 따위가 있습니다. 오른편엔 25년까지 출입금지된 계곡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화암사 입구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아예 금강산이라 못 박았네요.

유일한 매점(적어도 술, 전을 파는)에서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수바위라고 하는 녀석은 5분 정도만 올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녀석은 사실 화암사 대웅전이나 내부 카페에서 봐야 제대로 보입니다.

벤치가 있고 왼편에 수바위를 오를 수 있습니다. 오늘 바람이 미친 듯이 부네요. 태풍급입니다. 몸이 휘청거려서 모자와 스틱이 날아갈 판이라 신경이 이리저리 쓰이는데 경치는 너무 좋군요. 바람이 세다는 건 미세먼지가 없다는 걸 의미할 테니까요.

더 위로도 올라갈 수 있지만, 초안전 산행을 목표로 합니다. 바람만 안 불면 수바위 꼭대기까지도 갈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정말 태풍급입니다. 올라온 방향을 보면 화암사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화암사 뒤로는 1200미터 고지의 신선봉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목표 지점에 온 것도 아닌데 벌써 보이는 울산바위의 모습으로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왼쪽 끝멘 달마봉이 뾰족 튀어 나왔네요. 너무 짧은 시간 만에 산뽕을 맞습니다.

시루떡 바위라 불리는 앤데 어쩐 이유에서인지 설명 안내판이 통으로 뜯겨 있습니다.

묵묵히 그냥 뒷산 오르듯 오르면 성인대가 나옵니다.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짐승 머리 같기도 합니다.

고성 앞바다가 펼쳐집니다. 고층 빌딩이 없는 새파란 동해입니다.

사람 머린지 벙어리장갑 손인지 하여튼 평소에는 여기가 미어터지는가 본데 바람도 엄청 불고 연휴의 마지막 날이고 춥고 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고 맙니다. 저도 사진 찍다가 폰이 날아갈 뻔했습니다. 오늘 이곳 강원도 바람은 대청봉에 내리는 눈이 바람에 흩날려 마른 하늘에 비가 되어 내렸습니다.

고개를 휙 돌아보니 평평한 대, 신선대가 나옵니다. 저기가 사실 핵심이죠.

신선대 진입을 하려니 군 생활 혹한기가 떠오릅니다. 바람이 너무 불어대서 숨을 쉴 수 없습니다. 푸아그라 만들듯 코와 입으로 바람을 욱여넣으니 볕은 따뜻한데 콧물이 나오려 합니다.

신선대 위에서 고성 앞바다를 찍으려고 3분을 씨름했습니다. 폰을 놓으면 날아갈 거 같았습니다. 하필 카본 스틱을 들고 왔는데 마치 나뭇가지처럼 제 손 안에서 제멋대로 흔들립니다.

잠시 앞에만 가면 끝일 줄 알았더니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가도 되나 싶은데 눈앞에 울산바위가 다가오니 바람에 휘청거리면서도 본능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대 안에 물이 고여 있어 꼴사납게 넘어지다가 반신욕 각이 나올 거 같습니다. 바람이 정말로 셌습니다.

특수부대처럼 쑤그리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약하거나 심호흡할 때 기습 이동합니다. 전략을 변경합니다. 모자와 스틱을 아예 바위 뒤에 벗어두고 돌로 눌렀습니다. 넥쿨러로 중무장하고 호흡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습니다. 가다 서다 10분간 침입 작전과 사진 촬영을 겸합니다. 

돌 뒤에서 바람을 피하다가 울산바위 방향이 아닌, 화암사 쪽을 보니 상봉과 신선봉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날씨라면 이북 땅의 금강산도 보일 거 같습니다. 얘네들이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끝이라고 들었는데요...

바위 밑에서 쑤그린 채 고개만 내밀고 다시 울산바위를 영접합니다. 어찌 이렇게 섹쉬하지요?🤩

바람으로 너무 아픈데... 이 무슨 장관인지... 직접 보셔야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하필 이리 바람 불고 추울 텐데도 여긴 단풍의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지금 먹구름이 울상인데 뒤편에 그리메처럼 있는 뾰족한 것은... 대청봉일 테지요?

5분간 멍하니 계속 바라봅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만 몰입하려면 바람이 저를 때립니다... 넥쿨러가 불면서 제 얼굴을 때립니다.

체온이 떨어짐을 느낍니다. 돌아가야 합니다. 더 이상 갈 곳도 없었습니다. 모자와 스틱을 수거하던 중 모자가 날아갔습니다. 다행히 소나무 사이에 걸려 비탈길을 잠시 내려가서 스틱으로 수거했습니다.

 도중에 어디에서 날아온지 모르는 빈 페트병이 보이지 않는 케이블카를 타고 눈앞에서 동해 바다 반대편으로 멀리 떠내려 갔습니다. 이건... 투기가 아니라 재해일 겁니다. 패러글라이딩 하면 동해 앞바다까지 갈 기세입니다.

문득 등산 전에 봤던 매점에서 두 장에 15000원 하던 부추전이나 김치전이 먹고 싶습니다. 일단 먹고 또 오르면 그만이란 생각을 합니다. 땀도 나지 않고 소변만 마렵습니다. 모공도 다 봉인당했습니다.

빠르게 하산하되 돌아서 하산합니다. 이 와중에 안 가 본 길을 하산길로 택하는 것도 참 못말립니다. 화암사 팻말과 달리 진입로가 또 보입니다. 상봉으로 들어가는 비탐로네요. 금지 표지나 줄도 없습니다.

계곡이 이어집니다. 돌아서 하산하는 길은 거의 경치가 없습니다. 굳이 안 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코어네트가 깔려 있긴 하나 내리막으로는 축축하거나 경사가 있어서 차라리 오를 때 가는 게 더 낫겠습니다.

분명히 전을 먹겠다고 해놓곤 화암사 내부로 들어갑니다. 평지에 도달하니 거센 바람은 별 문제가 안 됩니다.

다리를 건너니 약수와 풍암제일루라는 누각이 보입니다.

일단 가운데 녀석으로 한 잔 들이켜 봅니다. 목이 마른 건 아닌데 계곡물을 보니 먹고 가야겠습니다.

누각 안에 원래 종이 있었나 봅니다.

화암사 대웅전

누각에서 수바위를 바라보니 화암사가 보이던 그 뷰와 자리를 맞교환한 거 같습니다.

모르겠지만 일단 절 깊숙이 진입해 봅니다.

바람이 불어 물길이 휩니다.

삼성각

수도원까지는 진입이 안 돼서 하산한 방향의 계곡물을 여기서 찍어봅니다.

다시 대웅전으로 돌아와 이상한 오르막길을 발견압니다. 용화정토? 그리고 마니차? 하여튼 불교에서 손으로 빙빙 돌리는 물체를어디선가 본 거 같습니다. 전부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시주? 봉납?을 한 사람과 가족 같습니다.

불상도 8개인가 보입니다. 각 부처의 설명이 있고 그 뒤편 비석에는 사람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쭉 올라가니 여긴 고성군의 뷰 포인트인가 봅니다.

수바위와 눈높이를 맞춘 거 같습니다.

약수 같은 게 나오는데 주변이 흥건한 건 바람으로 사방에 퍼져서 그렇습니다.

부처 석상이 또 있네요. 여긴 벽과 바닥이 전부 공양?한 사람들로 채워진 공간입니다.

다시 내려왔습니다.

 상봉과 신선봉... 금강산이 보고 싶습니다.

화암사 내부 카페는... 비싸네요. 유자차 6천 원... 추워서 한 잔 마셔 봅니다. 수바위를 정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좋은 자리가 다 나가 저는 뒤에서 봤습니다. 왼편에 내려가는 길에 화장실이 있는데 가는 도중에도 수바위를 제대로 영접할 수 있습니다.

잊고 있었던 김치전을 떠올립니다. 더 늦기 전에 먹어야 한다...! 못 올라가더라도 여기서 이건 먹어야 한다... 계곡물이 좋아 보이던데 25년까지는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네요.

막상 도착하니 추워서 5분 전에 전을 마무리했답니다. 어째서!!

오히려 제게 벌집 아이스크림을 권하시네요. 이냉치냉이래요. 말이 숩지... 이 뽑힐 일 있나... 생강차로 쓰린 맘을 달래 봅니다. 3천 원...

매점 뒤편에 입구까지 이어지는 트레킹코스가 있습니다. 계곡 물이 시원하게 흐릅니다.

계곡 물소릴 들으며 걷다 도로가 왼편에 보이고 샛길도 있어 내려가 봅니다. 샘치골교... 이름 한번 특이한데 길이 넓적해서 화암사로 이어지나 싶어 쭉 올라가 봅니다. 설악밸리 켄싱턴 리조트 안내판을 무시하고 쭉 올라가는데 이상하게 절이 안 나옵니다.

길은 임도처럼 좋습니다. 지도를 펴 보니 이미 화암사를 지나간 고도네요. 신선봉 가는 길이었습니다. 네이버지도상엔 비탐이 와닌 듯합니다. 날이 좋으면 언젠가 가 보고 싶네요. 너무 바람이 심해지고 추워져서 다시 내려갑니다. 

올라갈 때 못 보고 지나친 못과 공기돌처럼 올려진 돌을 보며 떠납니다. 미시령 고개 가는 길부터 있는 호텔 맞은편이 울산바위가 장관으로 퍼져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