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이스캠프와 교신이 됩니다. 그래서 그제 본 헬기가 베이스에서 보낸 것이라는 걸 알았지요. 오늘은 바위지대는 금방 끝나고 끝이 안 보이는 나이프릿지입니다. 나이프릿지를 오르던 대장님이 갑자기 외칩니다.
‘형(학재형님)! 앞에 봉우리가 하나 더 있어요!’
올라보니 우리가 있는 곳은 정상은 아니고, 정상과는 거리가 있는 전위봉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정상...... 정상까지는 무시무시한 나이프릿지의 연속인데다 중간에 바위가 없는 설능이라 거리를 가늠하기가 애매합니다. 전위봉이긴 하지만 일단은 등정사진을 찍고 정상 아래의 안부로 하강을 합니다.
단장님은 북벽초등에 성공했으니 전위봉에서 하산하라고 권유합니다. 북벽에선 하루에 한, 두 번씩 눈사태가 나니 헬기를 타고 내려오라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두 형님들은 거부를 했고, 정상등정을 고집하는 대장님과 하산을 고집하는 학재형님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결국은 하산을 하자는 학재형님의 말을 대장님이 따르기로 합니다.
잠을 자기위해 설동을 교대로 파던 도중, 갑자기 학재형님이 삽을 집어던집니다.
‘구대장 내일 다시 올라가자. 여지 것 올라왔는데 하루 더 굶는다고 죽기야 하겠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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