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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17일 지리산 화대 무박 종주를 아주 우스운 성적으로 마치고ㅋㅋ
올해는 설악산 종주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구간구간 나눠서 다녀보고, 코스를 익힌 다음에 종주를 하라고 조언해 주셨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서 한번에 끝내자는 생각으로 5말6초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3주 전 설악산 정상부가 털진달래로 가득하고 날씨가 화창했던 시기에는 산행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고
2주 전 겨우 잡은 날에는 인제군 북면 남교리까지 갔다가 비가오는 바람에 팬션에서 잠만자고 되돌아 온 글을 썼었는데요.
지난주에도 동서울까지 갔다가 변경된 날씨예보를 보고 그냥 돌아왔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제가 바로 세번째 산행 시도였습니다.
휴...
2021년 6월28일 저녁 집을 나섰습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원통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아!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비만 오지 마라!!! 제발...
22시 45분경 원통에서 내렸는데 여기서 귀한 분을 만났습니다.
설악산이 초행길이고 야간 산행 걱정도 많았는데
설악산 산행 경험이 많은 한 분을 만났습니다.
목표로 하는 산행코스도 일치하고, 남교리까지 택시비도 절약되고 출발이 아주 좋았습니다.
남교리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준비를 마치고
23:16분 산행을 시작합니다.
12선녀탕 계곡을 따라 2시간여를 올라 대승령 도착 전에 하늘을 보니 밤 하늘이 아주 맑았습니다.
별도 보고 달도 보고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아~ 느낌이 좋아!!!ㅎㅎ
02시10분에 대승령에 도착을 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20여분 빨리 도착을 했습니다.
복숭아탕 부근에서 급격하게 한 두번 가파르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대승령까지는 무난한 길이었습니다.
04시50분경 여명이 밝아 옵니다.
두시간 여를 쉼없이 달려왔고 귀때기청봉을 1.2km 정도를 남겨둔 곳에서 일출을 맞이 합니다.
오른쪽 봉우리가 귀때기청봉 입니다.
설악산에서 자신이 제일 높다고 자랑하다가 대청,중청,소청한데 귀싸대기를 맞아서 귀때기 청봉이라는 썰~이 있네요.
대승령을 떠난지 3시간 40여 분만에 귀때기청봉에 도착을 했습니다.
귀때기청봉 직전에 너덜길을 처음 접했습니다.
생각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힘들기는 했습니다.
귀때기청봉에서 한계령3거리 방향 하산길 입니다.
약 1km 정도 연속되는 너덜길입니다.
이야~ 아주그냥~ 어느 등산유투버가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오르더군요.
자비가 없었습니다. 이 "자비가 없다."라는 말은 공룡능선 이후 비선대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리산은 어머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산
설악산은 아버지처럼 엄격하고 때로는 냉혹한? 자비가 없는 느낌의 산이랄까요?
네가 감히 설악 무박 종주에 도전을 해!!!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만만하지 않을거야!
이런 느낌이랄까요?
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귀때기청봉에서 내려와 한계령3거리를 지나 끝청방향으로 향하며 찍은 운해 입니다.
오른쪽 하단 사진이 끝청에서 바라 본 북쪽 공룡능선,용아장성 방향인데
대청봉 도착 이후 10시부터 설악산은 온통 곰탕뷰라서 하늘이 열렸을 때 더 많이 찍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끝청 거쳐서 대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대청봉에 오르며 중청방향 한 번 바라봤습니다.
저 축구공처럼 생긴 것은 뭔가요? 조금 흉물스럽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뻥~ 차서 산 아래로 굴려버렸으면 좋겠다고...ㅋㅋ
9시44분 산행시작 10시간28분만에
22.2km 지점인 대청봉에 도착을 했습니다.
하늘이 맑아 새벽달, 새벽별도 보았고
일출도 보았고, 운해도 보았습니다.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청봉 도착 이후 설악산은 곰탕뷰였습니다.
공룡능선에서는 그 무엇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산행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니들이 설악산에서 먹는 황도맛을 알아?
(신구 할아버지 버전~ㅋㅋ)
제 글을 검색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리산 버전도 있습니다.ㅋㅋ
간단하게 요기를 마친 후 소청봉 3거리를 거쳐 희운각으로 내려갑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 공룡을 향해...
소청봉3거리에서 희운각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내려가다가 잠시 앉아서 쉬고 있는데 다람쥐가 가깝가 다가와서 제 곁을 떠나지 않더라구요.
산짐승들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던져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사람을 피하지 않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젤리사탕을 하나 던져줬는데
잘 한 짓인지 모르겠네요. (ㅡ.ㅡ;;;) 맛있게 먹는것 처럼 보이기는 했습니다.
11시15분 희운각에서 15분간 휴식을 취하며 다시 한 번 점검을 하고
11시40분 무너미 고개에 도착을 해서 공룡능선으로 진입을 합니다.
어떤 느낌일까? 어느 정도일까?
대청봉에서 내려오며 곰탕뷰는 예견했던 일이고
과연 얼마나 난이도가 있을까? 설렘반,걱정반으로 진입을 합니다.
위에다 잠깐 썼지만 한마디로 자비가 없었습니다.
공룡은 자비가 없다.
아니 산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야! 너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한거 있냐?)
설악산에 온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ㅠㅠ
신선봉~1275봉~큰새봉~나한봉
신선봉까지는 그저그냥 그랬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이정표도 전부 거짓말인 것 같고
등산앱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해서 거리와 속도감을 예측할 수도 없고
분명 한~참 지나온 것 같은데 500m마다 울리는 알람도 안 울리고...
1275봉 직전 교행이 불가능한 바위 위에서 만난 어떤 분이
"스틱 접으셔야 합니다. 아직 시작도 안한 겁니다. 스틱을 접는게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라고 조언을 해주시더군요.
(그 분의 조언을 듣고 큰새봉까지 스틱을 접었습니다.)
1275봉 직전의 암벽에서 난간을 잡고 올라가는데
체력저하와 근력부족을 뼈저리게 느끼며
아~ 잘못들어섰구나! 공룡을 너무 만만하게 봤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275봉 정상에 올라서서 정말 토 할뻔 했습니다.ㅋㅋ
야~ 이제 겨우 반 왔는데 집에 언제가냐?
이때 시각이 13시50분경이었는데
이슬비는 내리고, 체력이 저하되고 있었고
하산 할 때까지 한 사람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봉우리 하나하나 넘을 때마다 나타나는 저 철제 난간은 정말 적응이 안되더군요.
잠깐, 여기서 질문 하나!!!
공룡능선의 1275봉 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1275봉에 왔다면 저 암릉위를 올라가야 한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엄청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올라가는 방법까지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놓은 유튜브와 블로그가 있습니다.
혹자는...
여기를 안 올라올거면 공룡에는 뭣하러 왔나? 라로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다고 하던데...
공룡을 다녀오신 분들께 여쭙겠습니다. 저기 올라갔다 오셨나요?
날씨가 맑은날 올라가면 내설악, 외설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소기이고 하고
저기를 올라가야 진짜 공룡을 탄것이라고 호기롭게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궁금해서 여쭙습니다.
저기 꼭 가야되나요?
아! 물론 저는 겁이 많아서 못 올라 갑니다.
억만금을 줘도...^^;;;
1275봉 이후 운무와 안개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야가 좁아지고 시작했고, 급격한 체력저하와
귀가 시간에 대한 촉박함 때문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공룡에 찾아올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집에와서 찍은 형편없는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화딱지가 나기 시작하네요.
오로지 공룡능선의 사진을 위해서 한 번 쯤은 다시 한 번 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잇~ 지리산 무제치기 폭포도 보러가야 하는데...ㅋㅋ)
나한봉을 지나면 마등령3거리가 바로 나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설악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산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왜 너덜길이 시작되는데???
허... 참... 나...
안개비는 내리고 마음은 급해집니다.
마등령3거리에 도착해서 정비를 합니다.
이곳 등포와 유툽에서 많은 분들이 이야기 했던
"공룡능선 진입 직전 물 3리터 이상 확보 필수"
물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저하게 시간과 거리를 배분해서 마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희운각에서 비선대까지 8.6km
한여름에 물 3리터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네요.
에너지젤 열개를 챙겨갔는데
마등령까지 8개를 먹고 두개가 남았더군요.
(광고 아닙니다. 제게 효과는 좋은 편이었습니다.ㅎㅎ)
"아!~ 안전하게 시간내에 갈 수 있을까?"
마등령 출발 시각이 15시 45분
물은 살짝 부족하고... 간식은 떨어져가고... 시간은 촉박하고...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 합니다.
지리산 화대종주의 시작점은 천왕봉이라는 말이 있듯이
설악종주의 시작점은 마등령부터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왜냐고요? 거리가 안 줄어 들어요.ㅋㅋ
내리막인데 오르막이 자꾸 나와요.
마등령3거리~비선대까지는 3.5km
한시간 동안 1.7km를 진행했는데
해발고도가 1200에서 900으로 300 밖에 안 줄었어요.
비선대가 해발 300인데...ㅠㅠ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로 가파르고 힘든 코스일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만약 이 코스를 반대로 진행한다면???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등산 코스에 자비심이 없어요.ㅋㅋ
이거 너무한거 아니냐고요?
비선대까지 남은거리는 800m인데
해발고도가 아직 900m에요.ㅠㅠ
급한 마음에 알바도 두차례나 하고
무너지기 직전의 멘탈을 겨우겨우 부여잡고
마등령~비선대까지 110분 예상했던 코스를
135분만에 내려 왔네요.
18시 정각에 비선대에 도착을 했습니다.
당초에 예상했던 하산완료 시각은 18시30분이지만
남교리에서 예상보다 40분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결국 계획보다는 10분 더 소요되었습니다.
설악산 소공원까지 36.3km
19시간 24분 소요
시속 1.87km
67,941걸음
처음 출발 할 때 페이스가 좋은 편이었고
일찍 출발한 것을 감안해서 5시 즈음에 하산완료 하면
속초 맛집을 검색해서 물회라도 한사발 들이키고 오려고 했는데
물회는 무슨 개~뿔...
서울에서 집에가는 막차도 생각해야 하고
하의 여벌옷을 챙겨오지 않았고
저런 반 거지 상태로는 버스 승차거부 당할까봐 조마조마...ㅋㅋ
뒤도 돌아보지 않고 터미널로 이동하여 집으로~ 집으로 고고~
결국 12시가 넘은 시각에 집앞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네요.
휴...
등산화 밑창갈이 하면서 볼치기를 하는 바람에
발바닥과 발가락의 상태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아무래도 새로 구비를 해야겠고요.
이런저런 장비구입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자연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는
아주 쉬운 교훈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산행이었습니다.
지리산은 어머니산
설악산은 자비가 없는 엄격한 아버지 같은 산이라는 생각을 산행내내 했습니다.
비예보로 인한 두번의 산행 연기가
결국은 귀한 분을 만나게 되는 기회가 되었고요.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지만
2021년 6월29일 설악산 남교리에서 대청봉까지 길잡이를 해주시고
대청봉에서 아쉽게 헤어진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박종주 코스를 단순히 지리산과 비교를 한다면
지리산 화대보다 설악산 대종주가 30~40%의 에너지를 더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업힐과 다운힐을 반복하는 횟수가 더 많고 가파르며
천왕봉~중봉~써리봉을 오르내리는 고난도 산행코스가
서북능선,공룡능선,비선대 하산길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지리산 화대종주 보다 더 철저하고 세분화된 계획을 잡아서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더군다나 설악산은 식수보충이 쉽지않아 배낭이 무거울 수 밖에 없고
탈출로가 많지 않아서 자칫 위험한 상화에 빠지면 지리산보다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네요.
설악산의 안전시설이나 편의시설이 지리산 만큼 많지 않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혹여나 무박종주에 도전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철저하게 준비하셔야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고요.
마지막은 늘 그렇듯이... 어플 인증샷과 수기로 작성한 기록표 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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