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철원 용정산과 금학산 연계산행기로

인사드립니다

작년 겨울 철원 한탄강 물윗길 트래킹을 하러 차 타고 지나가

다 능선의 모습에 반해 꼭 찾아오겠다고 다짐했던 용정산

을 어제 다녀왔습니다 

등산화가 적응이 안돼서 집 주변으로 다니면서 길을 들이다가

지난 두번의 산행에서는 크게 불편이 없어서 이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려 합니다

이틀간 컨디션이 안좋아서  일단 전날 짐은 싸놓고 아침

에 컨디션을 보고 갈지말지 정하기로 합니다 

혼자 사람없는 곳을 선호하다보니 제 산행기를 보시는 분들께

서는 대책없는 녀석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거라 생각

합니다 하지만 성격이 워낙 느긋하고 약간은 꼼꼼하고 조심성

도 상당한 성격입니다ㅎ

아침 6시에 일어나 컨디션이 괜찮기에 아침먹고 이것저것 또

챙기고 하다보니 출발 시간이 생각보다 약간 늦어졌습니다

7시 20분쯤 집에서 나서며 평일에 외곽으로 나가는거니 차는

당연히 안막힐줄 알았는데 아~~ 의정부 안에서는 물론 외곽

도로며 고속도로 안막히는 곳이 없어서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가는 도중에도 살짝 짜증이 났는데 들머리 부근에 도착해서

차를 댈 곳이 마땅치않아 동네를 두번정도 돌으니 괜히 왔다

는 생각마저 살짝 들었습니다

들머리로 삼을 펜션에서 2백여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대놓고

9시 30분쯤 펜션 맞은편의 산소 옆으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극초반 산소가 몇군데 있어서 길이 명확하지만 바로 심한 경

사지에 길도 거의 없는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낙엽과 참나무

꽃가루에 금방 등산화가 엉망이 돼버렸습니다

초반 30분 용정산이 저를 확 찍어 누르고 시작합니다

이 지점부터 간간히 조망이 터지는 곳이 나타납니다

제가 내려올 담터계곡 길과 차를 대놓고 올라왔던 상노리 

마을이 보입니다

제 후기를 보고 찾으실 분들이 계시진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만에 하나 찾으실 분들이 계시다면 극구 말리고 싶

습니다 용정산은 살짝 과장해서 등산로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산에서 길잃고 길없는 비탈에서 헤매는걸 일명 알바

라고 하시잖아요 용정산은 들머리에서 금학산 정상까지 7.5

키로 정도 되는데 그 알바를 오르는 내내 하신다고 보면됩니

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인가 했는데 멧돼지의 흔적입니다

바로 종을 꺼내서 배낭에 달고 진행합니다

길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라 능선만 보고 알아서 요리조리 진

행해야 하는데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가는 내내 길목마다 

벌목을 해서 길을 막아놨네요 무엇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해

놓은 것인지 산에 오르지 말라는 뜻인지 알수가 없지만 정말

가는 길이 불편했습니다

담터계곡 임도와 뒤쪽의 보개지맥 보개산 능선이 보입니다

능선길 곳곳을 크고작은 바위들이 막고있어 작은 지대는 넘

어갈수 있지만 큰 바위는 우회해야 하는데 우회길이 비탈을 

비스듬이 걸어서 가야합니다

용정산 에서는 우산나물을 참 많이도 봤습니다

저멀리 금학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제가 차 타고 지나온 비둘기낭 폭포 쪽에서 오는 길도 보이고

요

어느분의 후기에서 탱크바위라고 본것같은데 앞에것인지

뒤에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손 군락지도 만나고요 

담터계곡과 보개지맥 능선이 펼쳐짐니다

도마뱀인지 장지뱀인지 모를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미 뭐에

잡혔다 탈출했는지 꼬리가 잘려있네요

일기당만님이 풍뎅이를 만난걸 부러워 했는데 저도 바로 다음

날 만났습니다 조팝나무 꽃에 숨어있는걸 꺼냈더니 죽은척

하다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다래덩쿨을 발견해 순을 한잎 따 먹어보니 상큼한게 좋습니다

금학산이 아직은 멀리 보입니다 금학산 봉우리 왼쪽 밑으로

진행해야 할 용정능선이 펼쳐짐니다

다시 나온 조망터 입니다 금학산이 좀 더 가까이 다가왔고 

옆으로 철원평야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위들이 계속 앞을 막으면 옆으로 돌아가거나 비탈을 내려갔

다 다시 기어 올라가야 합니다 오르는 내내 스틱이 없었다면

네발로 기어가야 했을거에요

금학산이 점점 가까워 짐니다

요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12시가 넘어가니 허기가 

지기 시작하고 힘이들기 시작하는데 마땅히 쉴곳이 없어서

조금 더 나아갑니다

더이상 참았다가는 퍼질까봐 12시 40분경 점심을 먹습니다

없는 길을 능선과 금학산 정상만 바라보며 찾아갑니다

용정산은 겸손하신 분들이나 겸손해 질 준비가 돼있는 분들만

오시길 바랍니다 여기저기 철쭉나무 가지가 온 사방을 막고

있어서 산행내내 인사하듯 허리를 엄청 숙여야 하거든요ㅎ

정말 거지같은 곳들을 헤치고 올라왔는데 분명 조망터인것 

같은데 나무가 길목을 막고있습니다 고민하다 배낭을 내려놓

고 비스듬히 들어가 봅니다

이곳에 도착한게 산행 시작후 3시간 반정도 됐을때였고 집에

서 나온지는 5시간 반정도 됐을때 였습니다 중간중간 조망터

도 괜찮았지만 산행내내 내가 다시는 이곳을 찾을일은 없을거

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이 조망터에 올라 지나온 용정능선을

바라보니...참 어쩌면 다시 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다시 오르는 중 골짜기도 아닌 사면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신기한 장면을 봤습니다 나무가 머금었던 물이 나오는건지 

그냥 땅속에서 나오는건지 궁금했습니다

산행 시작 4시간 30분만에 금학산 정상 부대밑에 다다랐습니

다 

이곳에서 부대쪽으로 오르다 다시 쭉 내려가서 우회해야 하는

데 길 같아 보이는 곳을 따라갔다가 끝부분에 다다르니 5미터

정도의 절벽에 가로막혀 다시 기어 나왔습니다

다시 내려와 로프길을 따라서 마애불상 쪽에서 오르는 금학산

등산로와 만납니다 이제 알바는 끝입니다

금학산 정상 주변부엔 얼레지가 많이도 피었습니다 수줍은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녀석의 향기를 맡아 보겠다고 땅바닥에

엎드리듯이 했는데 수고에 비해서 향기는 별로없는데 나중에

셀카를 찍고보니 제 코에 보라색 흔적을 남겼더라고요

오후 두시반쯤 금학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저번에 왔을땐 

흐려서 거의 못봤던 철원 평야도 감상하고요 저번엔 못 봤는

데 이날은 부대에 군인들이 있더라고요

사진찍고 간식먹고 쉬다가 3시 10분쯤 하산을 시작합니다

하산길이 안좋아 임도로 내려와 걷습니다 

콘크리트 임도가 맘에 안들어 다시 산길로 들어섰는데 역시

안좋습니다 다시 찾을땐 임도로만 내려오겠다 생각합니다

대소라치라고 불리우는 계곡의 최상부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왔을때 반해 다시 찾아왔던 사문안골 안양계곡의 임도길

이 아른 거리지만 또 거길 갔다오면 시간이 어찌될지 모르니

금학산과 오늘 지나온 용정능선을 사진에 담고 바로 반대편의

담터계곡 임도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이곳 임도도 정말 제 취향에 딱입니다 저는 이런 임도가 옛날

시골길 느낌도 나고 정말 좋더라고요

조금 내려오다보니 계곡이 수량이 조금씩 많아지면서 쉬기

괜찮은 곳이 나와 윗옷만 벗고 엎드려뻗쳐 자세로 셀프 등목

을 하고 보는 이 없으니 옷을 널어놓고 계곡에 앉아 간식먹고

쉬어 갑니다

정말 좋습니다 s자로 휘감아져 있는 용정 능선을 보기 전까진

다시 오지 않으리란 감정이 그 이후부터는 사그라 들더니 

용정산은 아니라도 안양계곡과 담터계곡의 임도길은 무조건

다시 찾을것이 명확해 졌습니다

차 타고 다니다 길가에 피어 있던 저 꽃을 보고 벌써 아카시아

가 피었나 그럴리가 없는데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코앞에서 

마주했습니다 귀룽나무 라고 하네요 향기도 은은한게 좋습

니다

계곡 정상부 1키로미터 밑에 위치한 산장과 다리도 지나고요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데 이 친구인것 같아서 다가가 맡아

보니 맞습니다 검색해봐도 이름을 모르겠네요

지나온 용정산 능선을 밑에서 바라보며 등목도 해서 상쾌하고

딱 취향에 맞는 임도길을 은은한 꽃향기를 맡아가며 츄파춥스

한개 꺼내 물고 콧노래까지 나올 정도로 기분좋게 내려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서 지나온 풍경을 바라 보는데 저도 모르게 

뭔가가 울컥 하더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나쁜 감정은 아닌

데 딱 꼬집에 무슨 느낌이다라고 표현할수 없는 감정 이었습

니다 제가 남자답지않게 감수성이 좀 풍부해서 노래를 듣다가

도 눈물이 나올때도 있고 그냥 길 가다가 바람에 나부끼는 

풀이 보기좋아 하염없이 바라 보기도 하는 성격인데 이번에

느낀 감정은 정말 지금도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습니다

철풍 훈련장너머 용정산과 멋진 폭포와 꽃잔디가 흐드러지게

핀 곳을 지납니다 

이곳 담터 계곡은 반대편의 안양 계곡과 다르게 개인 소유지

가 많은지 캠핑장과 시설들이 많이도 있었습니다

차를 대 놓은 곳까지 2키로미터 정도 남은 곳에 잠깐 포장길

이 나옵니다 내리막은 끝인것 같아 보호대와 스틱을 접어넣고

출발 하려는데 위쪽에서 포터가 한대 내려오며 저에게 짧게

경적을 울림니다 아~그냥 풍경 보면서 걸어 내려가고 싶은데

제 예감이 맞았습니다 제 옆에 정차하셔서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시며 이미 조수석에 있던 물건들을 뒤로 치우시는데 괜

찮다고 할수가 없어서 차를 타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나머지 2키로미터를 내려왔습니다 

마지막 2키로미터를 길이 안좋은 관계로 천천히 달리기는

했지만 차의 힘을 빌려 평속을 무려 0.3키로 늘려서 2키로

미터를 만들고 5시 50분쯤 산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보개봉에서 지장봉 가는 길은 용정능선에 비하면 양반 이었

습니다 분명 능선의 모든 봉우리를 거쳐왔는데 트랭글 배지도

안주는거 보니 트랭글에 등록도 안된 산인가 봅니다 

오르는 내내 다시는 안오겠다 다짐했건만 마지막 봉우리에서

바라 본 능선이 또 생각이 나고 담터계곡 임도길에서 너무

좋았고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울컥해서 눈물을 글썽인

부분까지 이번 산행도 참 잊지못할 산행이 됐습니다

그로인해 오늘은 산행기가 더 길어졌습니다 너무도 긴 산행기

를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만 산행기를 마치겠습니다

모든분들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하시길 바랄께요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