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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편지는 처음인가..?
이런 편지 하나 쓰는게 뭘 그렇게 어렵다고 이제서야 쓰고싶은걸까..?
나 알잖아. 표현하는게 서툴러서..
우리 처음 봤을때 기억나? 친구랑 같이 까끔씩 정말 가끔이지만 편하게 술 한잔하고 회사 욕도 하고 그랬는데.
그때 너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었어. 얼굴도 이쁘장하면서도 성격은 털털하기도했었어.
우리는 그렇게 어쩌다 가끔씩 보면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갑자기 친해졌잖아.
처음에는 우리 모두 재밌게 다같이 잘 어울렸잖아~ ㅇㅇ도 ㅇㅇ도 ㅇㅇ도.
다같이 만나서 노는게 재밌기도 했겠지만 내가 왜 맨날 부르면 나갔는지 너는 알아?
나는 너랑 좀 더 가까이 친해지고 싶어서였어. 그렇게 자주 어울리다 보니까 우리는 좀 더 가까워졌잖아.
너 그거 기억나~? 우리 그때 6개월정도를 거의 매일 만나서 소소하지만 커피마시고 밥먹고 드라이브도 가고
놀러도 다니면서 그렇게 점점 더 가까워 진거.
나 그때 친구한테 자랑도 하고 그랬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얘도 나 좋아하는지 매일 같이 붙어다닌다고.
커피 프린스에 나왔던 커피집도 추억에 남고 호수공원에서 산책하고 바다보러 부산도 놀러가고. 많은 추억들이 아직도 생생해.
우리 그렇게 재밌게 추억도 만들고 놀다가 추석 연휴가 긴 그 날 같이 유럽여행 가기로 했던거.
나는 너가 정말 같이 가자고 할 거라는 생각은 그때 못했었어. 근데 진짜 같이 간다고 해서 놀라웠지.
그래서 우리 여행계획도 짜려고 서점에도 같이 가고 그랬는데.
너랑 만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서 재밌었어 다 작고 크고 좋은 추억들 뿐인거같아.
매일매일 너 퇴근할때를 기다려서 충무로로 데리러 갔을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일이 새벽까지 밤늦게까지 있을때 내가 데려다주고 그랬었잖아. 넌 나보고 피곤할거라고 하지말랬지만. 나보다 일하는 너가 더 피곤하겠지.
내가 너에게 있어 그런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어.
우리 청계천에서 걸은거 기억나?
그때 우리 만나자고 했던거. 사실은 내가 해야했던 말이고 내가 하고싶은 말인데.. 왜 내가 먼저 하지 못했을까..
사실 너무 좋아하면 너무 보고싶으면 고백했다가 못보게 될까봐.
그냥 평생 이렇게 친한 사이로 옆에서 바라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어.
그때는 우리가 매일 만나고 매일 같이 산책하고 매일 맛있는거 먹는게.
영원할 것 같았거든. 참 어리석었던거 같아 돌이켜보면. 내가 먼저 말할걸..
그렇게 우리 만남이 이어지면서 여행도 다니고 그랬잖아.
너는 에버랜드를 정말 좋아했지. 꽃도 이쁘고 팬더도 사파리 동물들도 구경하고 하루종일 너랑 같이 걸으면서.
범퍼카도 재밌어서 질리도록 타고. 새벽부터 가서 놀고 걸으면서 불꽃퍼레이드도 같이 보면서..
불꽃 하니까 롯데월드도 생각난다. 롯데월드몰 개관할때 우리 같이 불꽃축제 구경했었는데.
지하 주차장에서 조금 삐졌던 너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차들이 너무 막혀서 졸리고 피곤해하는 널 보고 눈감고 자라고 한건데.
제주도에서 우리 며칠을 같이 있었을때 우도에서 물놀이도 하고 튜브도 타고.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주머니랑 아침일찍 수다도 떨고.
또 새벽부터 해뜨는거 봐야한다고 깨워서 등산시키고. 한라봉 쥬스인지 돌하루방 같이 생긴 쥬스병 사야한다고 돌아다니고 그랬는데.
아쿠아리움도 같이 가보고 물고기 보면서 신기해하고 너 아니었으면 내가 그런데를 가봤을까 싶어.
방탄소년단 영화도 같이 봤잖아. 나 그런 다큐같은 영화 좋아해 재밌었어 억지로 본거 아니야.
우린 산책 하는걸 엄청 좋아했어. 한강까지 걸어가는건 너 아니면 아무도 도전하지도 못했을거야.
유부초밥에 와인들고 자전거타고.
우리 만나면서 한번도 치킨집은 안간거 알지? 안좋아했으니까.
삼겹살이랑 빵 만두는 엄청 좋아했어 우리. 나 티라미수 위에 파우더 가루만 먹는거 보고 엄청 웃었어 너.
통영도 그렇고 제주도 갔을때도 해산물은 안먹고 고기만 많이 먹은것도 어쩜 이리 기억에 남는지 웃기기도 하고.
이순신공원이었나 마루같은데서 너의 무릎을 베고 누웠을때 정말 행복했는데.
우린 꼭 놀러가면 항상 같이 팩을 했었지.
통영에서 우리 루지타려고 새벽부터 엄청 줄섰던거 기억나~? 유민이네랑 강화도 놀러가서 루지탈때 통영 생각나더라고.
유민이네 결혼식때 그 사진아저씨 생각나? 우리보고 잘될거같다고 했었는데. 그때 얼마나 그 말을 듣고 내심 엄청 좋았는데.
예전에 우리 처음 헤어지고 친구들이랑 대부도 가는거 나보고 운전해달라고 했을때. 그때 알았다고는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동네 형들보고 차 주고 펜션 잡아줄테니까 대부도와서 술먹자고 부른거였어. 우연히 만났다고 뻥치긴 햇지만. 그런 우연이 어딨어.
다 부른거지. 술먹고 쓰러져 잔 기억밖에 없다 그날은.
너랑 나랑 장혜선이랑 서지혜랑 가평에 놀러갔을때 우리 따로 나와서 계곡을 갔잖아. 거기 물도 맑고 이뻣는데.
삼청동도 자주갔어 우리 아지트는 커피빈이었지
우린 매년 겨울이 오면 명동을 가곤 했는데..
명동의 연말 분위기 너무 이뻐. 우린 친구사이일때도 명동에 갔었어. 크리스마스에 서로 할거없다고 만나서 커피마시고 연말 분위기 즐기면서.
워커힐에서 바라보는 한강을 같이 바라보면서 이런 곳에서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너 그거 알아? 이어폰 이제와서 말하는건데 너가 자꾸 고장이 잘나서 내가 남는거 있다고 줬잖아. 그거 다 미리 사둔거야. 쓸만한거로.
집에 이어폰이 남는게 그렇게 있는 사람이 어딨어. 너가 자꾸 고장나고 아무데서나 싼거 사고 고장나고 하니까 쓸만한거 알아보고 미리 사둔거지..
나만 그런가. 생각해보니까 나는 싸운기억이 하나도 없고 좋은 기억만 나는거같아. 이런 좋은 추억들 만들어줘서 고마워. 잊지못할거같아.
근데 문득 너는 느꼈을거야. 어느순간부터 만나는게 줄어들고 약속한 날에만 보는게 한동안 그랬지.
아마 그때부터 잘못된거같아.
우리 크리스마스날.. 그때 내가 정말 크나큰 잘못을 했어.
나 그때 너무 힘들었거든. 검찰에 법원에 재판받는데 생각도 못한 아빠가 조용히 와서 재판받는걸 보니 억장이 무너지더라고.
치욕스럽고 분하고 자존심 상하고. 근데 내 잘못 내 죄인걸 어찌하겠어. 내가 이겨내야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너에게까지 실수한거같아. 정말 미안해.
문득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지금 오늘 하루는 너랑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하지만. 미래는 우리 어떻게될까. 미래에는 행복할까.
나이들면 행복할까. 영원히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내가 실수한거같아.
너는 많은걸 바라는 아이가 아닌데.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우리 대화 중에 친구 얘기나 결혼에대해 나오면 돈 문제로 이혼한다. 애기 생기면 돈 없어서 고생한다 뭐 이런거 말야.
문득 그런 얘기들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고. 내가 돈이 없으면 나는 어떨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무리 서로 좋아한다해도 돈이 없으면 힘들거야 라고 생각했어. 그런 생각이 들면서 너는 다를까. 아마 똑같지 않을까?
돈 없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어? 싸우겟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
그래서 일을 더 해서 잘 살면 우린 더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조금만 참아보자. 이런 생각을 하게된거같아.
그렇게 하다보니 너한테 점점 소홀하게 되고.
나도 알아. 점점 소홀해진거. 알았는데 또 바보같은 생각이었어. 지금은 잠깐 소홀해도 나중에 우린더 행복할거니까 조금만 조금만 또 조금만 기다려보자 라고.
그렇게 점점 나한테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을거야. 내가 왜 그랬을까. 왜 이제와서. 한심하다.
분명히 널 처음 만났을때 너는 큰걸 바라는 아이가 아닌 작은 소중한 추억 경험 일상 생활 작은 걸 바랫을건데. 동네 한바퀴만 산책해도 좋아했던 아이인데..
나는 그런걸 알앗는데.. 그 작은 것들조차도 나는 잘 하지 못했던거같아.
얼마전에 전화왔을때 깜짝 놀랐었어. 결혼할 사람을 만났고 우리 동네에 잠깐 살다가 행복주택인가 들어간다고 하기에.
결혼 소식도 놀랐는데 우리동네 그리고 행복주택 살거라고 당당히 말하는 널 보고 널 처음 만났을때 그 모습이 생각나는거야.
너는 당당하고 당찬 아이였던 내가 알고있던 너라는 처음 원래의 모습이 생각나더라고.
나는 너가 만난다고 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잘살고 능력있고 다 갖춘 그런 사람일줄 알았는데..
그런게 아닌 너의 원래 처음 만났을때 모습이 생각나는거야. 둘이 벌어 열심히 살면 되는거야! 라는 당당한 모습이.
당당한 모습 보여줘서 고마워.
나는 왜 내가 고생하면 너는 편하게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던걸까. 힘든게 있으면 나누면 되는걸.
힘든게 있으면 나혼자 이겨내려 했을까.
내 착각이 컸던거 같아.
작년에 우리 다시 연락해서 만났을때. 사실 잘해보고 싶었었어.
부산으로 같이 갔을때도 며칠 여행좀 하다 갈까 라고 말할까 하다가 망설이게 되었어.
사실.. 지금 말하지만 그때부터 나 하는 일이 친구랑 금이 가고 있었거든. 여력도 없고 힘들었던 시기여서 또 놓치고 만거같아.
너가 그랬었지. 너의 어머니께서 남자 깐깐하게 본다고.. 엄마가 그럴줄 몰랐다면서. 그런 얘기 듣고 또 자신감도 내려갔고. 나도 힘들겠지 생각하면서.
나 사실 너의 가족들하고 같이 어울려 놀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그러고 싶었는데.. 그거 기억해? 너 가족여행간다고 해외여행.. 내가 따라가겠다고 했었잖아.
근데 내가 그러면 너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그러지도 못했었어.
너가 어른공포증 있다고 했던게 기억에 남았거든. 내가 그렇게 어울리면 너도 우리 부모님 가족들이랑 어울려야하나 생각할까봐 어려워할까봐..
근데 그건 이제 극복했나봐. 잘 어울리는거 보면 보기 좋고 부럽다.
사실 있잖아. 이번에 연락했던게 나 친구도 일도 모든걸 버리고 도망쳐온거거든.
모든걸 잃어버리고 나서 보니까 생각이 나는게 너 하나더라고.
아 이런거구나 싶었어. 세상에 혼자 버려져도 내 편이 되어줄 사람 한명만 있으면 된다는거.
나는 왜 친구들이 많으면 인생을 잘 살은걸거야 라고 생각했던걸까 바보같이.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싸우고 등지면 끝이구나. 왜 이걸 깨닫는데 3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걸까.
다 잃어버리고 나서 보니 너뿐인거라는걸 깨닫는 순간이었어.
나 사실은 우리 헤어지고 떨어져있는 시간들이 헤어진게 아니라 잠깐 멀어져있는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바보같지?
더 열심히 살아서 다시 만나면 더 자신있게 만날 수 있겠지. 그러면 결혼하자고도 말할 수 있겠지 생각했거든. 진짜 멍청한거같아.
문득 이번에는 너랑 잘 해보려고 연락되면 우리 처음 해외 여행을 가려고 했던 곳에 가서 한두달 같이 살고 여행다니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같이 살자고 얘기하는 꿈을 꿔봤어.
그래서 연락했던거야.
근데 참 하늘은 잔인한거같아.
인생은 쉽지도 않고.
나에겐 안좋은 소식이
너에겐 좋은 소식이 있었다니.
참 인생이란게 이런거구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너를 만나면서 과거들을 돌이켜 보고나니 참 미안햇던거같아. 뭐 이런 놈을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잘 못해 준거 같아.
너의 모습 그대로를 지켜주고 잘 해줬어야했는데 해준것 없이 나만 욕심이 컸던거같아.
미안해.
나에게는 이제 정말 이별한거같아. 슬프다.
내 소심한 성격에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솔직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써 말하고 싶었어.
편지는 읽었으면 버려줘.
우린 다시는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가 되어가는 중이니까..
친구도 없어 이제는 말 할 곳도 없어 이렇게 글을 남기며 정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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