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8년 지기 남사친때문에 고민이 많은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남사친과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학교 재학시절에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가

수능치고 같이 어울리게 되면서

정말 친한 친구로 발전한 케이스입니다.

다른 과이긴 하지만 같은 대학으로 진학도 함께 했고

어학연수 1년과 각종 대외활동을 같이해서

정말 가족처럼 지냈어요.  

19살의 후반부터

28살에 이르는 지금까지

그 녀석이 제 일상에서 벗어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말이에요.

이전까지 이 친구를

남자로 느낀 경우는 없었는데

갑작스런 저의 심경(?)변화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워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습니다.

지난 달에 퇴근하고

같이 동네 캐틀ㅂ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대학 후배를 만났어요.

그 후배도 같은 동네라

종종 같이 있을 때 여러번 봤었는데

후배가 그날따라 둘이 진짜 사귀는 거 아니에요?

라고 놀렸는데 제가 갑자기 말문이 막히더라구요.

이전 같으면 그렇게 보이냐? 아닌데ㅋㅋㅋㅋㅋ

라고 여유롭게 되받아 쳤을텐데

이상하게 그때는 바로 아니라는 말이 안나왔어요.

친구는 그 후배 물음에

얘한테 물어봐. 우리 무슨 사이야?

라고 저한테 다시 되물었었는데

그때 제가 너무 당황해서

아직 여름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맛 갔냐며, 가족끼리 그런 소리하는 거 아니라고

헛소리만 잔뜩 했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후배의 물음에 부정하기 싫은 내 모습이나

친구의 대답을 기대한 그 순간부터

적어도 저는 그 친구를 이성으로 느끼고 있다고

결론지었어요.

어쩌면 그전부터 이성으로 대해왔는데

제가 너무 늦게 자각한 것일 줄도 모르죠.

어쨌든, 자각을 하고보니

예전에는 별 의미없었던

아침에 출근해서 카톡을 주고받는,

저녁에 퇴근해서 운동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전화해서 하루를 공유하고

그래도 모자라서 새벽에 한두시간씩 통화하고

맛집도 같이 다니는 이런 일상들이

너무 설레게 다가와요.

심지어 이제는 남사친 생각만 해도 마음이 뻐근하기까지 하네요.

특히ㅠㅠ 그 친구가  

장난처럼 툭 던지는 몇 마디가

자꾸 메아리가 되어 머릿속을 맴돌아요.

먼저 저를 제일 힘들게 하는 말은

30살까지 서로 혼자면 우리 결혼하자,

사실 지금 결혼해도 되지만

니가 고백하면 거절할테니까

내가 너 30살 때까지 기다릴게- 라는 멘트입니다ㅋㅋ

마냥 흘려듣던 말들도  

좋아하게 되다보니 하나하나 마음에 박히네요ㅠㅠ    

남사친, 여사친들 한번씩 할 수도 있는 멘트인데도

눈을 보고 너무 다정하게 얘기하니까 조금 화도 나면서 설레기도 하고 그래요.

또 어떤 날은

술먹고 새벽에 전화와서

넌 정말 좋은 친구야라고 고맙다고 전화를 하기도 하고

힘든 일이 있어 우울한 어떤 날은

자기가 저를 많이 아낀다며

축 처진 모습으로

자기 마음 아프게 하지말라고 하고 ㅡㅡ

남사친은 이전과 다름없이

워낙 성격이 좋아서 저한테 허물없이 대하는건데

제가 괜히 혼자 오버하나 싶어서 힘들어요.

우린 서로 연애 과정을 다 지켜봤고

지금 솔로가 된지 각자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전에 제가 감정을 자각하기 전까지

적어도 저는 이 친구를 정말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 친구도 마찬가지겠죠...

정말 가족같은 친구인데

지나가는 말 한두마디에

흔들리는 제가 진짜 경멸스럽네요ㅠㅠ

그래도 주변 친구들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라고는 하는데

제가 다른 남자한테 고백 받은 얘기하면

진지하게 다 들어주고 진심으로 조언해주고

자기는 언제 연애 새로 시작하냐고 푸념할 때면

완전 친구인 것 같기도 하고

정말 헷갈리네요ㅠㅠ

우리는 무슨 사이일까요.

그냥 저만 혼자서 착각하고 날뛰는 건가요?

정말 자꾸만 생각이 나서 미치겠어요.

그 애의 마음이 너무 궁금해요.

이제는 친구로서 말고 여자로서 그 일상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요.

정말 속내 다 터놓는 고등학교 여동창은

우리가 이렇게 될 줄 알았대요,

아니 우리 둘 중에 한명은 적어도 이럴 것 같았대요.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저에게,

감정의 자각이 너무 늦은 만큼 제가 먼저 방아쇠를 당겨보래요.

그런데 자꾸 겁이나요.

끝을 생각하고 만나는 사람은 없겠지만

저는 인생의 1/3을 얘랑 같이 달려왔는데

만약 잠시 잠깐의 감정에 흔들려서

이 친구랑 해피엔딩으로 끝맺지 못할까봐 너무 무서워요.

당분간 연락을 자제하고 덜 보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을까요?

어떡하는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