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경계열이라고 하셨는데, 경영학과가 아니라 경제학과셨군요. 그럼 좀 더 선택의 폭이 좁아집니다. 경영학은 기업과 조직의 관리, 운영 및 미래전망 예측을 추구하는 실증주의에 가까운 학문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학문을 매우 폭넓게 배웁니다. (그래서 경영학을 두고 '뭐든지 다 해처먹는 잡학'이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취업시엔 경영학과만큼 범용성있는 전공이 드물지요.) 경제학은 경영학보다는 좀 더 계량적, 수치적이며 학문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경영학과는 기업내 거의 모든 부서에도 지원하기 수월하지만, 경제학은 아무래도 재무회계나 통계분석쪽으로 다소 치우친 경향을 보입니다. 현재 글쓴님의 스펙만 놓고 고려한다면, 전공(경제학) + 인턴(외국계 파이낸스팀) 이라는 것 두 가지 스펙이 있기 때문에 재무팀, 회계팀, 원가분석팀 같이 재무회계지식과 통계분석지식을 요하는 부서가 가장 적합해 보입니다.

우선, 유통관리사의 경우 물류유통업체 지원시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류유통업체 재무회계팀에 지원하면서, '제가 목표로 한 OO기업 재무회계팀에서 원활히 근무하기 위해서는 비록 재무회계팀이라고 하더라도 물류의 흐름과 유통업의 성질을 기본적으로 숙지해야만 기업내 자본흐름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실무와 연관된 업무프로세스를 빠르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약하나마 유통관리사 자격을 공부해서 취득했습니다.' 정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유통관리사는 메인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유통관리사 자격에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과 인턴경험에 무게를 두어서 자신이 재무회계팀 취업을 위하여 준비해 왔으며 유통관리사는 그 준비의 일환이었다고 어필해야된단 겁니다.

물론, 아마도 글쓴님께서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당시에는 대체 무슨 자격증을 따야 할 지 모르겠으니 일단 시간이 덜 걸리는 자격증이나 따자는 마음으로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걸 이대로 자기소개서에 쓰거나 면접장에서 말하면 절대 좋은 평가를 못받습니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최대한 유통관리사와 자신이 지원하는 기업의 종사산업군, 직무와 연계하여 표현을 바꿀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말을 자칫 잘못하면 압박면접에서 끝없이 탈탈 털리기 때문에 아주 심도있게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상기 스토리를 들은 면접관이 글쓴님에게 "그래요? 내가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유통관리사 자격증 취득하면서 뭘 배우기에 재무회계팀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지요?" 라고 질문을 던질 수가 있습니다. 이 때, 말문이 막혀서 어버버하면 면접관은 속으로 '물류유통업계 재무회계팀에 오고싶어서 유통관리사를 딴 게 아니라 그냥 아무 자격증이나 딴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격증 취득 당시엔 별반 고민을 안했을지라도, 취업을 준비할 때는 자신이 그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지원하는 기업이 속한 산업군,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어떤 지식을 배웠는지,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심도있게 정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공과 유통관리사 이외의 스펙들, 특히 모바일앱 스타트업 경험이나 웹사이트 기획 및 제작 경험은 재무회계팀하곤 연관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이건 솔직히 스토리텔링을 정말 정교하게 하지 않는 이상은 재무회계라는 직무와 너무 괴리감이 큰 경험들이라서 뭐라 변명하기가 난해합니다. 자신이 스타트업 경험과 웹사이트 기획 및 제작 경험을 재무회계팀 직무내용과 맞추어서 신빙성있게 설명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이런 경험들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면접장에서 언급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보셔야 합니다. (대신에 이런 경험들을 언급하지 않는 만큼 비게되는 공백기에 대한 '신빙성 있는 변명'은 별도로 준비하셔야 됩니다. 그게 알바경험이 됐든, 여행경험이 됐든 뭐가 됐든 간에요.)

재무회계팀에서는 전공과 관련직무 인턴경험 이외에 추가로 눈여겨보는 자격증이 몇 되지 않습니다. 세무사(CTA), 회계사(CPA) 이런 자격증은 전문직 자격증이라 취득에 너무 많은 노력과 Risk가 수반되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 기업체 취업용으로는 적합하진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재무회계직무 관련 자격증으로는 삼일회계법인에서 주관하는 재경관리사 자격증, 한국세무사회에서 주관하는 세무회계 1급, 전산세무 1급 자격증이 있습니다. 재경관리사와 전산세무 1급 자격증은 그나마 비교적 수월하게 취득이 가능하나, 세무회계 1급은 회계사 시험보다 난이도가 살짝 낮을 만큼 매우 어렵습니다. (매시험 응시자 중 세무회계 1급 자격증 합격률이 20%밖에 안됩니다.)

주의하실 점은, 재경관리사, 세무회계 1급, 전산세무 1급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문직 자격증이 아니기 때문에 취업을 100%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디까지나 이 자격증들은 글쓴님이 재무회계팀 취업을 위해서 이만큼 노력해왔다는 것을 나타내는 징표이자, 자신의 전공과 직무에 대한 관심, 자격증 취득, 인턴경험 등 모든 취업을 위한 노력이 '재무회계팀 취업을 위해서' 일정한 방향을 향해 흐른다는 일관성과 방향성을 나타내주는 요소일 뿐입니다.

어떠한 산업군의 어떠한 직무에 취업하기 위해서 자신의 사고관과 가치관, 스펙을 일정한 방향으로 맞추어 일관성을 나타낸다는 것은 이처럼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된 취업준비'는 구직자들의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물론, 때로는 직무에 대한 별다른 관심도 없이, 뛰어난 스펙이나 자격증도 없이 정말로 운 좋게, 쉽사리 좋은 기업의 좋은 직무에 취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있다는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요행이 따라서 운좋게 쉽게 취업했다고 해도 내가 그 요행의 당사자라고 확신하고 나한테 운빨이 터져주길 기대할만큼 지금 대한민국 상황이 녹록치는 않습니다. 운 좋게 취업 잘 한 사람은 그냥 운이 끝장나게 좋은거죠. 그뿐입니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마시고 자신의 취업활동에 전념하셔야 합니다.

어학점수는 사실 재무회계팀과는 별반 상관이 없긴 합니다. 직무상 영어가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익점수와 토스등급은 높을 수록 좋습니다. 왜냐? 요즘같이 취업난에선 재무회계팀같이 TO가 적은 부서에 구직자들이 미친듯이 지원하기 때문에, 서류단계부터 경쟁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수 회사에서 정량적 스펙을 토대로 서류전형을 걸러버리는데, 토익점수가 높을수록 이 필터링과정에서 덜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신의 시간이 촉박하고 여유가 없다면 지금 토익점수와 토스점수 그대로 유지하시면서 재무회계직무에 입사지원을 꾸준히 하시든지 자격증을 공부하시든지 하는 것도 고려해보실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재무회계직무의 핵심역량이 영어가 아니니까요.

건승을 기원합니다.

말하는 꼬라지라기보단, 솔직히 글쓴이님 힘든거 고통받는거 알지만, 분명 최선을 다하진않았다는걸 말씀드리고싶었습니다. 그게 본인에게 하나의 자극점이 되어야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