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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푸념입니다.
멕시코에서 비영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주민들에게 교육활동을 제공하는 일이죠.
병원을 세우고 싶어서 이곳으로 왔고 지금은 70여명의 학생들이 다니는 작은 학교와 도서관을 운영중에 있습니다.
멕시코는 어제자로 하루 확진자 수가 7000명이 넘었고, 사망자 수는 세계 5위 입니다.
이제 제 주변에도 환자가 흔합니다.
실제 70명 학생 중 4명이 감염되었고, 부모님 두분, 그리고 학교 선생님까지 감염되었습니다.
현지 친한 친구가 2명 있는데 그 친구들도 감염되었고 말 그대로 컨트롤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도시는 슈퍼와 병원을 제외하면 모두 셧다운을 하였고 통행제한까지 했습니다.
덕분에 확진자가 심하게 늘지는 않았지만 생계곤란으로 자살을 하더군요. 한달사이 우리 마을에서만 5명이 자살을 했고
이에 놀라 구호활동을 더 넓혀갔습니다. 결론적으로는 3000명정도에게 식료품과 마스크를 전달했고 기초 약품도 잘 전달했죠.
아픈친구는 미국으로 수술을 보냈고
생계가 곤란하고 가족이 아픈 친구들에게는 가게를 열어주고
집이 없는 친구들에게는 집을 지어 선물했습니다.
힘든 가운데서 많은 후원자분들이 마음을 모아주었고 성공적으로 구호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부터 방역의 구멍이 생겼는지 확진자들이 정말 눈앞에서 생겨나기 시작하더군요.
어제 저에게 생필품을 받아갔던 부모님이 감염되고 학교 문을 닫고 출근을 하지 않은 선생님도 결국 감염.
그리고 한주사이에 제가 아는 사람중 12명이 감염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무서운 병이긴해도, 실제로 감염자들을 보면 고열과 두통을 호소하긴 해도 증세가 호전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기본약품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죠.
그런데 7시간전 선생님의 동생이 호흡이 힘들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일단 병원을 보내려고 했지만 병실이 없었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한다기에 사방팔방으로 인맥을 동원하여 병원까지 다 전화했지만 여분이 없답니다.
결국 4시간만에 다이빙 샾 하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산소100%를 충전한 산소통을 구해 현장으로 갔습니다.
비상상황이기에 아내가 옆에서 이래저래 도움을 찾기 위해 전화통화를 하며 오늘로 100일된 아들도 함께 동행했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환자 보호자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마스크도 안쓰고, 그 어떤 보호장비도 없이 말입니다.
서둘러 마스크와 손소독제, 장갑등을 드리고 오기로 한 의사선생님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산소통만 준비해갔기에 의사선생님이 의료용 산소 마스크를 구비해주실 수 있다고 했고
한시간 넘게 달려 산소통에 산소를 채우고 도착한거죠.
긴급상황인데 의사선생님이 안오십니다. 환자 집에서 5분거리인데 한시간 반을 기다려도 안오시더군요.
그리고 결국 못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제가 산소통을 들고 환자 가족들에게 사용법과 생필품 구호품들을 나눠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단칸방에 다 모여살며 환자는 지금 호흡도 제대로 안되는데 가족들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마 무증상이겠지요. 그냥 허탈했습니다.
매일 매일 보건국에서 통계를 발표하는데, 제가 아는 지난주에 발병한 환자만 12명인데, 저희 도시전체에 겨우 8명이 증가했다고 발표가 되더군요.
결국 보건국도 관리가 안되는 것이겠죠. 또는 숨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구요. (숨기는 것보다 관리가 안되는것 같긴 합니다. 환자들도 보험이 없는 경우도 많고 증세가 명확한데 병원에 가지 않고 저를 먼저 찾습니다.)
부모님은 매일 멕시코 뉴스를 찾아보시며 이제 돌아오시라고 했는데 어떻게 주민들 놔두고 우리만 살겠다고 도망오냐며 버텼습니다.
법인 이사회에서 복귀 결정을 내렸지만 마음이 안되더군요. 아직은 이곳에 온지 2년밖에 안되서 현지 시스템이 명확히 세워지지 않았기에 저희 가족이 없으면 말 그대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일들이 뻔히 보이니까 위험한걸 알면서도 한국으로 갈 마음이 안생기더군요.
물론 아이를 생각하면 100%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지만 여기 있는다고 해서 100% 감염되는 것도 아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의 감염도 걱정해야 하고, 이래저래 마음이 심숭 심숭했습니다.
근데 오늘은 마음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불러도 오지 않는 의사선생님. 마스크도 쓰지 않고 길거리를 다니는 환자의 가족들.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현 상태.
조금 비겁한 변명일 수도 있지만 잠시 한국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33도 땡볕에 마스크와 페이스쉴드까지 착용하고 손에 장갑까지 끼면서 다니면 죽을 맛입니다.
집에 들어오기전 밖에서 손발을 씻고 오자마자 옷을 빨래통에 넣고 샤워까지 다 해야 제 아이를 안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버티고 버티면 결국 코로나가 지나가겠지, 라는 희망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새벽 2시까지 환자들 가족 옆에 있어줬던 겁니다.
근데 이곳은 꽤나 장기전이 될 것 같고, 요즘이 그 시작인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래저래 살기 힘든것도 사실이지만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에는 너무도 자랑스럽고 멋져보이는게 저처럼 외국에 사는 사람의 시선이랍니다.
소나기를 피했다가 다시 달리는 것도 지혜겠지요?
오랜기간 동안 이 일을 하고 싶네요.
긴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참. 외국에 살면서 한국 혜택은 다 받는거 아니냐고 미워하실 분이 있으실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자면 세금은 한국에 다 성실히 납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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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monkeys
아들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쉬어가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