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7월 중순, 중부집단군은 소련 방어선을 연일 박살내며 모스크바까지 300km 정도의 거리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남쪽 측면으로 심각한 수준의 소련군 역습이 가해졌고, 북부와 남부, 다른 두 독일 집단군의 전진 또한 점차 둔화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중부집단군의 보급상황 또한 위태로운 상태였다. 집단군이 추후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했다.

그러던 1941년 7월 19일, 히틀러는 상당한 논란의 대상이 된 명령을 내린다. 그는 흔들리고 있던 독일군 측면에 활기를 되찾아주고자 했다. 따라서 이제 총통명령 33호에 의해 중부는 더 이상 공세의 중점이 아니었다. 히틀러는 레닌그라드와 키예프 인근의 소련군 격멸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고, 따라서 이제 중부집단군은 일시적으로 휘하 전력 일부를 할애해 이웃 집단군을 지원해야 했다.

총통은 스몰렌스크 전투로 소련 서부전선군이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믿었다. 따라서 그는 규모가 줄어든 중부집단군에게 ‘보병부대를 이용,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계속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한편 그동안 호트의 기갑부대와 1개 보병군은 북부집단군의 공격을 지원하고, 구데리안의 기갑부대와 폰 바익스의 2군은 키예프를 포위하기 위해 남부로 향할 것이었다.

그렇게 중부집단군의 실질적 전력은 폰 클루게의 4군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자원은 옐나 교두보를 유지하는 데 소모되었다. 그들은 그대로 멈춰 섰고 결국 1941년 7월 30일, 히틀러는 총통명령 34호를 통해 중부집단군의 수비 전환을 허가했다.

일단 결과적으로 구데리안의 키예프 전환은 군사 역사상 두 번 다시는 없을 최대 규모의 포위전을 초래했다. 616,000명에 달하는 소련군이 함정에 걸렸고 그대로 지워졌다. 남서전선군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우크라이나와 크림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 어떻게 봐도 이것은 독일군 사상 최고의 승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전후 독일 장군들은 히틀러의 이 소위 ‘키예프 전환‘을 가혹하게 비판한다. 그들은 이 결정만 아니었다면 사전에, 실제 역사보다 훨씬 빠르게 모스크바 공세를 시작해 진흙과 추위가 미처 찾아오기도 전에 모스크바를 점령할 수 있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들에 의하면 결국 모스크바 공세와 바르바로사 작전의 실패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더 나은 판단’을 따랐더라면 동부전선의 승리자는 독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면서 소련 측 자료를 포함한 더 많은 자료가 공개되었고, 덕분에 당시 독일군의 전략적 선택지와 후속 결정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 결과 모스크바 패배의 진짜 원인은 단순히 히틀러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소련군의 저항과 독일 동방군의 운영 자체에 있었다는 사실이 점차 명백해지고 있다.

 우선 히틀러의 전환 결정은 사실 군사적으로 상당히 합리적인 것이었다.

당시 키예프 인근에 주둔한 소련군은 스탈린이 1941년 보유하고 있던 전력 중 여러모로 최강이었다. 그들은 그리 간단히 무시, 우회할 수 있는 병력이 아니었다. 만약 독일군이 키예프를 정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모스크바 점령을 시도했다면, 키예프 부근 남서 전선군의 44개 사단은 거의 확실하게 중부집단군, 특히 구데리안의 측면으로 치명적인 역습을 가했을 것이다. 당시 남부집단군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들을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구데리안의 지원이 없었다면 남부집단군은 그대로 키예프 인근에서 주저앉아 패배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소련군 병력의 섬멸 자체는 히틀러와 독일 장성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던 전략목표였다. 독일은 소련군의 병력을 소멸시킴으로써 전쟁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브라우히치와 할더 같은 이들은 모스크바야말로 소련군 병력을 끌어내 한꺼번에 섬멸할 최고의 미끼라고 생각했다. 반면 히틀러는 경제적 요소를 좀 더 중시해서, 소련의 자원지대를 박탈해 독일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싶어 했다.

또한 장군들이 주장하는 ‘빠른 모스크바 공세안’은 소련군 예비전력과 독일 기갑전력, 독일군의 인력부족과 보급문제 등의 복잡다단한 요소들을 대체로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키예프의 소련군을 정리하지 않을 경우 중부집단군이 직면하게 될 노출된 측면의 문제점을 지적한 장군은 기록에 의하면 단 한명도 없었다.

실제로 7월과 8월 내내 바익스의 2군과 구데리안의 기갑부대는 보크의 길고 노출된 남쪽 측면을 방어하는 데 묶여 있었다. 그러나 키예프 전투를 통해 남서전선군이 파괴되었고, 덕분에 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동쪽으로 진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진격 과정에서 남부집단군의 지원 또한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더 이상 남쪽 측면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보크 또한 이후 비야즈마-브리얀스크 포위전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살펴보면 결국 키예프 전투는 모스크바 전투를 지연시켰다기보다는, 오히려 모스크바 전투를 가능하게 해준 핵심 사건이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나 다수의 연구에 의하면, 전쟁 이후 독일 장군들은 진실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전후 히틀러에게 전쟁범죄 혐의를 포함한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1941년 키예프 전투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린다.

키예프 전투는 독일군의 역량을 분산시킴으로써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시간, 전력 손실을 불러왔다. 이후 모든 것이 이미 늦고 난 뒤에야...히틀러는 모스크바 공격을 명령했다. 곧 겨울이 찾아왔고, 일련의 군사적 차질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특히 군대의 고갈, 적의 대응 및 독일 측 명령의 지역적 오류 면에서 볼 때 키예프 전투의 영향이었다.

냉전이 막 시작된 당시 독일 장군들의 이러한 주장은 그리 큰 비판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1941년 가을, 모스크바 인근의 소련군을 지휘했던 주코프 원수는 1970년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종류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독일군의 모스크바 공격시점에 대한 질문과, 만약 공격이 좀 더 일찍 이루어졌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정말 8월에 공세가 이루어졌다면 상황은 1941년 11~12월의 상황보다 오히려 더 나빴을 것이다. 중부집단군은 수도 정면을 막아서는 소련 병사들의 완강한 저항뿐만 아니라, 남서방면에서 가해지는 막강한 역습 또한 상대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스크바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히틀러에게만 돌리려는 독일 장군들과 일부 서방 전쟁 역사가들의 모든 시도는 당시 독일군의 전략만큼이나 근거가 빈약한 것이다.

주코프가 언급한 소련 남서전선군의 역습이 보크의 모스크바 진공을 어느 정도나 방해할 수 있었을지 여부는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모스크바로 향했을 공세 전력 중 상당수가 집단군의 노출된 측면을 방어하기 위해 후방으로 빠졌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또한 장군들이 한창 모스크바 공세를 주장하던 8월 말, 히틀러는 아직 300대의 전차를 신규 생산하거나 2, 5 기갑 사단에서 차출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이시기 공세가 이루어졌다면 독일군의 기갑전력은 실제 역사보다도 적었을 것이다. 그리고 철도의 확장을 고려해보면 보급 조건조차 8월보다는 9월이 더 양호한 상태였다.

게다가 이시기 소련군의 전력은 실제 모스크바 공세 당시의 소련군보다 더 강력한 상태였다. 독일군의 모스크바 공세가 8월에 시작되었다면 8월 28일~9월 10일 동안 진행된 두홉시나-옐나 공세로 소모되지 않은 소련군은 실제 역사보다 더욱 강력한 저항을 펼쳤을 것이다.

결국 키예프 전투는 1941년 8월 독일 동방군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동부전선의 역사에서 정말 드물게도 순수한 히틀러의 업적이었다. 

중부집단군의 구데리안과 보크는 물론, 할더와 남부집단군 룬트슈테트까지 거의 모든 OKH 고위장교들이 키예프 전환에 반대했다. 심지어 OKW의 요들까지도 이들을 지지했다. 그러나 히틀러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그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옳았다.

이후 구데리안은 실제로 의견을 바꿔 히틀러의 결정을 지지했고, 이 때문에 그는 OKH 내부에서 원한을 사게 된다. 특히 히틀러를 가장 맹렬하게 비난했던 것은 할더였다. 그러나 그가 내놓은 소위 ‘대안’들도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리 유망하거나 획기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대승리조차 동부전선의 향방을 가르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전쟁의 전략적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독일 최고 사령부의 결정 하나보다는 최전선에서 터지는 일련의 사건들이었다. 히틀러와 독일 장군들은 사실 그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만큼 전쟁의 모든 진행 과정을 통제하지는 못했다.

전쟁의 승패는 독일 최고 사령부의 선택 하나만으로 갈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히틀러와 독일 장군들의 선택만큼이나, 스탈린과 소련 장군들의 선택 또한 전쟁의 승패를 가른 중요 요소였으며 전쟁의 결과는 드라마틱한 ‘신의 한수’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다수의 요인들로 인해 결정되었다.

출처는 Thunder in the east: the nazi-soviet war 1941-1945 by Evan Mawdsley

The battle for moscow by David Stahel

Moscow 1941: Hitler's first defeat by Robert Forczyk

Operation Typhoon: Hitler's March on Moscow, October 1941

The Drive on moscow 1941 by Niklas Zetterling

그리고 진격할 수록 전열이 엉망이 되죠. 당장 우리 한국전쟁때도 전후바의 빨치산들이 설치고 다니는거 그냥 무시하고 북진하다가 큰코 다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