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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잃은 아비가 자식에게 쓰는 편지글입니다. 

-나의 강아지. 예서야.

아빠는 니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보고 싶은데, 안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눈물만 나는구나.

예서야.. 내 생명을 줄여서 너에게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내가 죽어서 우리 강아지..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예서야.. 

아침마다 2층침대에 누워있는 널 깨우는 엄마가 니가 일어나기 전 엄마가슴에

한참 안겨있었다고 들었다. 엄마두 너두.. 너무 행복했을 거 같다.

엄마냄새 맡으며 행복한 너의 얼굴이 안봐도 그려진다.

-예서야..

엄마 닮아서 책을 좋아한 니가 매주 토요일에 영도도서관에 갔었지.

도서관에서 엄마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곁에서 조용히 책을 보다가,

잠에서 깬 엄마에게 "엄마, 잘 잤어?"했다며...

예서 표정과 말투, 목소리가 그대로 그려진다. 너의 밝고 사랑이 가득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했겠지.

잠이 든 엄마를 깨우지 않고 곁에서 묵묵히 지켜준 우리 강아지.... 예서답구나..

-예서야.. 

짐 정리하다가 손을 긁혔는데, 아빠는 울어버렸단다.

우리 예서는 아빠가 조금만 다쳐도 약을 발라야 한다며, 약장 서랍에서

반창고, 연고를 꺼내와 발라준다했었지... 그랬던 니가 생각이 났단다.

-예서야..

머리를 감다가 아빠는 울었다.

우리 예서 혼자서 샤워하고 바디로션을 혼자 다 바르고 난 뒤에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귀에 생생하다.."엄마, 등에 로션~~" 

주방에 있는 엄마에게 니 목소리가 들릴수 있게 있는 힘껏 부르는 소리....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소리에 왜 니 목소리가 들리는거 같니..

-예서야..

집에 있으니 눈물만 나서... 집을 나섰다..

운전하다가 룸미러에 보이던 우리 예서 없으니, 아빠 너무 힘들었다.

바깥 풍경 구경하다가 잠을 자던 우리 예서.. 늘 그 자리에 앉았던 우리 예서가 없으니

아빠는 꺼이꺼이 울었다. 니 언니가 사고날까봐 무서웠다고 엄마에게 얘기했다더라...

-예서야..

길을 걸을 때마다 내가 손을 뻗으면 항상 잡아주던 우리 강아지..

너의 작은 손이 아빠에게 잡힐때 나는 고맙고, 행복했고, 감동이었다.

니가 손을 잡아줄 때마다 아빠는 늘 너무너무 행복했었다.

"아빠는 우리 예서 손 잡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라고 말할때 "그래?"하면서 웃던 우리 강아지...

가슴이 사무치게 너의 손이 다시 잡고 싶구나.

-예서야..

베란다 식물이 죽어가고 있다. 미안하다. 우리 강아지 생각이 나서..

상한 잎 니가 정리하겠다며 아빠 곁에 있어주던 니가 구슬땀을 흘리길래

힘들면 그만하라고 해도 괜찮다며 식물에게 사랑을 주던 우리 예서... 니가 없잖아..

-예서야..

어버이날이네. 우리 강아지 있었다면 하트가 잔뜩 그려진 편지를

엄마,아빠에게 웃으며 줬을텐데.. 예서야. 편지는 없어도 되니, 아빠한테 와주렴.

-예서야..

식사준비때도 엄마 도와서 야채썰고, 식구들 숟가락 젓가락 다 니가 놓고,

음식 입에 넣자마자 엄마에게 엄지척해주는 우리 예서... 다 먹고 나면 싱크대에

먹은 그릇 다 정리해서 넣고, 식기세척기이모가 일안하면 자기가 설거지 요정하겠다는

우리 강아지... 니가 없으니 식사 시간엔 라디오소리만 가득하다.. 

-예서야..

이사하는게 어떻겠냐고 다른 사람이 말한다..

이 방, 저 방, 쇼파, 침대, 화장실, 욕조, 책장 앞, 거실테이블,식탁...

니가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 눈에 생생한데 이 곳을 어찌 떠나겠니..

신나게 뛰어다니며 장난치고 엄마 앞에서 엉덩이 춤을 추던 이 곳을 어찌 떠나겠니..

-예서야..

아빠 퇴근할때마다 문여는 소리만 나면 안방으로 뛰어가 이불속에 숨던 우리 강아지.

모른 척 니 옆에 누워 숨소리 거칠게 내면 킥킥대면서 웃었던 내새끼..

"여기 숨어있는지 어떻게 알았어?"하면서 방긋 웃던 내새끼..

이제 퇴근해도 안방에는 니가 없는데 아빠는 어떻게 살아가니.

-예서야..

우리 강아지 핸드폰에 카톡으로 니 친구들이 너를 부른다.. 예서야.. 예서야..라고

친구들이 너를 찾는데,..... 아빠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예서야..

저녁밥 먹다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광고노래가 나오면 신나게 따라불렀는데.. 

너와 언니와 니 엄마... 니가 없으니 광고노래도 듣기 힘들다..

-예서야..

CCTV영상을 구하러 다녔는데, 편의점 앞에서 찍힌 니 모습이 너무 잘보여서 눈물이 터졌다.

우리 예서.. 왼쪽으로 학교동생 손 꼭잡고, 교통지도 해주시는 할아버지 보더니 오른손을 배에 올리고

공손하게 인사하더라. 할아버지는 니 인사를 꾸벅하고 받아주시고.... 우리 예서...

누가 그렇게 가르쳤니? 아빠는 그렇게까지는 못 살았는데, 우리 예서가 아빠보다 훨씬 낫구나..

편의점 사장님이 그러더라. 니가 인사하면 황송하다고.. 예서야.. 어른이 아이보고 황송하다는 말을 해서

당황했는데, 사장님 말이 니가 인사할때는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인사받게 된다더라..

다시 한번 생각하지만,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어떻게 너같은 애가 와줬었니..

-예서야..

지킴이 선생님하고 많이 포옹도 하고, 대화도 많이 했었다며...

너는 주위 어른들하고 많이 살갑게 지냈었구나. 집에서만 귀염둥이 .. 우리 강아지 인줄 알았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주변의 많은 어른들이 너를 기억하고 있었고, 너의 공손하고 상냥하고 귀여운 모습을..

경비원 할아버지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더라... 우리 예서.. 

-예서야..

구청에서 받은 사고 당시영상을 수십번 돌려봤다. 어떻게 된건지 알아야겠기에..

우리 강아지.. 얼마나 아팠겠니..... 아빠 마음이 찢어진다. 니가 전혀 모른체 뒤에서 원통화물이 덮치는

줄 알았는데, 덮치기 전에 니가 뒤를 돌아보더구나... 우리 예서... 이제 감기 다 나았는데..

이비인후과에서 코에 치료기구 들어가도 엄청 무서워하고, 겁을 먹는데... 

우리 예서 얼마나 아팠겠니... 우리 강아지... 우리 강아지가 화물에 먹히는 모습을 여러번 보면서

아빠는 가슴이 정말 찢어졌단다... 

아빠는 그래 생각한다. 그 영상보면서 우리 강아지가 깔리면서 그 공간으로 1학년 동생이 

목숨을 건졌다고.. 아빠는 그렇게 봤고, 그 1학년 동생 아버지도 같은 생각을 했다..

예서야.... 학교 동생을 살렸으니, 너 답고,, 예서답다.. 우리 강아지 답다... 잘했다. 예서야..

-예서야..

아빠에게 힘을 줄래? 아빠는..... 이제 삶을 이어갈 힘이 없다..

다 그만두고 싶고, 영도를 떠나고 싶고, 부산을 떠나고 싶고, 한국을 떠나고 .. 그냥 세상을 떠나고 싶단다.

니 언니, 니 엄마 지켜야 하는 마음... 매일 수십번 먹는데.. 

니 옆으로 가고 싶은 생각도 매일 수십번 한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니 옆으로 갈 생각을 하는데.... 아빠 스스로도 무섭구나...

나의 인생의 행복인 니가.. 내 옆에 없는데.... 아빠는 어찌 사니.. 예서야.. 

니 엄마... 니 언니 지킬수 있도록... 꿈에서라도 아빠에게 나타나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예서야...

곧 생일이다...

흔한 생일축하 노래에도 세상 기뻐하고 즐거워했던 우리 강아지..

내 비타민.. 나의 행복.. 예서야..

아빠에게 힘을 줘... 버텨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