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 단풍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보아라
「오.매 단풍들것네」
이 시는 장독대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가을이 왔음에 놀라는 누이와, 그런 누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누이가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를 바라는 화자의 따뜻한 마음을 전라도 사투리로 정겹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전체 2연 8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연은 화자의 누이가 장독대에 날아드는 붉은 감잎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고, 2연은 조숙한 누이가 추수 걱정일랑 제쳐두고 가을을 만끽하기를 바라는 오빠의 마음이 표현되어 있다. 다만 2연의 초반에서 추석을 앞두고 바람이 잦은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이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은 열 네 살의 어린 나이로 결혼을 했다가 1년 만에 상처를 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어린 누이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어린 누이가 장독대에 무언가를 가지러 나갔다가 무심코 떨어지는 붉은 감잎을 보고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런 누이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 오빠의 짓궂은 장난을 상상해보자. 사투리가 주는 정감과 누이와의 교감이 물씬 느껴지는 아름다운 밤이 연상되지 않는가.
| 
등록안내
시 오랜만에 읽어보네요. 공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