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국에서는 진입 장벽이 낮고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인간 대접을 못 받는 게 현실입니다.

소위 딸배라 불리는 배달업 종사자분들은 사고나서 사지가 찢겨나가도 애도는 커녕 비하와 조롱에 시달리는 게 일상입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면 공부도 못하고 노력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인생 패배자 취급을 받기 십상이구요.

한국에서는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상위 10% 정도의 사람이 아니면 살 가치를 인정받기가 참 어렵습니다.

민간 아파트에 살면서 k5 같은 국산차보다 급이 높은 차량을 끌어야 인성과 떳떳한 사회의 구성원임을 인정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사회를 누가 만들었는지 아십니까? 바로 여러분입니다.

이런 세상을 만들어놓고 막상 2030 청년들이 취직을 안 하고 놀고 있다는 기사라도 나오면

배가 불러서 그렇다, 널린 건 일자리인데 개념이 없어서 일을 안 하는 거다 하면서 지탄을 하죠.

몇 년 전부터 서장훈 vs 김제동 이라고 돌아다니는 논제가 있죠.

취직을 못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의 탓이다 위로를 할 것이냐

노력을 안 한 너의 잘못이니 노력해서 뭐라도 해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죠.

정답은 둘 다 맞다는 겁니다.

100명 중에 1명 뽑는 구직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인간쓰레기가 아니고

100번을 떨어졌어도 101번째 지원을 해야 취직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들이 평범하게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은 사회의 탓이고

높아지는 취업 장벽을 넘어설 정도의 능력과 재능이 없는 것은 개인의 탓이죠.

방구석에서 사회탓만 하면서 빈둥거리는 것도 문제이고

노력만 하면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는데 노력을 안 해서 못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세상을 이분법과 흑백논리로만 바라보면서 그저 갈라치기 혐오 조장에만 앞장서는 세태가 심히 염려스럽네요.

누구나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 인정받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감과 동시에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거죠.

4050 세대는 젊어서는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한국이 계속 성장했기에 지금같은 풍요를 누리게 된 것이고

2030은 부족한 것 없이 자라났지만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 뿐입니다.

이걸 너는 꿀빨았다느니 너는 배때지가 불렀다느니 하면서 서로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는 게 정상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