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중후반의 의사입니다. 최근 불거지는 의대정원확대와 필수의료 패키지 등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과 더불어 안좋은 국민적 여론으로 인해 저를 포함한 많은 의사들의 좌절감이 큰상황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거의 최초로 장문의 글을 작성해봅니다. 의료인들 및 일반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해 보았으니 읽고 판단은 여러분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1.     문제인식

비필수의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소위 말하는 내과(중환자),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외과 등 기피과에 의사가 부족한 현상을 정부는 필수의료 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의사 압박에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것의 해결책으로 복지부 공무원들과 정부가 제시한 것이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입니다.

2.     해결책
의료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정부를 상대로 필수의료 부족과 위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왔습니다. 필수의료 소위 기피과의 수가를 올려 당근을 주어라. 돈이 되면 알아서 그쪽으로 가서 열심히 환자를 치료할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죠.) 그러나 정부, 복지부 공무원들은 의료계의 요구를 무시해온 뒤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것이 소위 비필수의료를 때려잡아서 필수의료로 가게 하겠다. 의대를 증원해서 돈이 안되는 곳까지 의사가 가는 낙수효과를 노리겠다. 당근이 아닌 채찍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것도 10년뒤에나 효과가 나타날 해결책이요. 예전부터 의협에서 몇 년 동안 주장하던 것들은 하나도 반영이 안되었죠? 반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3.     감정자극

예로부터 의사와 정부 및 공무원들은 적대 관계였습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및 건강보험급여체계 때문인데요. 수가를 나라에서 통제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진료를 하고 의료 신기술을 적용하려고 해도 나라에서 인정을 하지 않으면 돈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삭감하며 돈을 빼앗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급여 시장이 생기는 것이구요. 그러는 불편한 동거중에 이번 증원에 대한 부분도 협의 없이 불충분한 부족 논리를 앞세우며 (복지부의 2000명 증원 근거공개거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함께 강압적으로 시행하게 됩니다. 일단 언론플레이로 열심히 6개월넘게 간을 본 다음(의도적인게 느껴지고 정말 기분이 나쁘더군요) 여론의 찬성 목소리가 높으니 총선에 앞서 그대로 발표하게 되며 반발하는 의사들을 겁박하기 시작합니다. 당사자인 의사들의 주장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외면 받은채 말입니다. 면허 취소 및 형사처벌 등 의사들 만을 상대로 공공연하게 협박하고 평생 사람을 살리기 위해 진료에 몸바쳐온 사람들을 준범죄자 취급을 했습니다. 돈도 좋지만 사명감으로 일하던 소수의 의사들마저 그런 행태에 분노하게 됩니다. 얼마전에 흉기난동 피의자의 피해자 피해배상금과 불가항력적 의료과실로 인한 의사의 피해자에 대한 피해배상금이 비슷했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담긴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런 최근의 판결문과 더불어 파업하는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의사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4.     대한민국 의료수준

OECD 대비 의사수 부족이라는 근거를 자꾸 가져다 대는데 길건너건너 마다 병원이 있는 대부분의 도시에 사시는 여러분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실질적 체감으로 의사부족이 느껴지시는지. 다른 통계를 보면 한국 국민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횟수(세계1위), 의사1인당 진료수 (세계1위), 국토 면적대비 의사 수(의료접근성 세계3위) 등으로 세계 최상위 권에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니 여러 외국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해본 친구들이 있다면 물어보시면 대한민국 의료가 얼마나 괜찮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겁니다. 여러 선진국에 이민생활을하다 혹은 살다가 의료는 한국에 와서 이용하는 분들이 주변에도 많습니다.

5.     의사수

대한민국의 출산율과 미래성장률을 보았을 때 국가가 저성장으로 가고 인구 감소가 예정되어 있고 미래가 암울한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단기적으로 의사가 부족할지 몰라도 증원이 실현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급과잉이 됩니다. 단순계산으로 태어나는 인구 40명당 의사1명 수준이 되며 이는 일반인 분들이 봤을 때도 심한데? 라고 여겨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보다 출산율이 훨씬 높은 일본은 이미 의대정원을 늘렸다가 축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6.     의료재정

각종 연금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전환되고 급속도로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의료는 공급이 수요를 어느정도 창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과서에서도 실리는 검증된 내용입니다. 미래의료는 꾸준히 발전 및 개발될 것이고 증원을 더하면 이것들은 수요창출을 할 것입니다. 그 예로 지금까지 크게는 미용, 통증 및 검진 등의 발전, 요양병원에 대한 수요창출에서부터 작은 것까지 예시로 들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7.     밥그릇

밥그릇 챙기기를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의대증원은 의사의 공급과잉 및 의사의 소득감소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것도 파격적인 소득감소가 되겠지요. 그리고 의료재정의 파탄이 이어질 것입니다. 대한민국 의료와 의사들의 미래가 불투명해 집니다.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일을 하기 이전에 의사는 한 사람이고 가정의 가장이자 병원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입니다. 대다수 생각하는 것은 이럴 것입니다. 의사들 소득감소하네? ^^ 알빠노라구요. 단지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로 의사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번 증원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미래에 본인 혹은 가족들에게 대한민국에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전혀 없을까요?

8.     불확실한 미래

결국 10년뒤부터는 어떻게 되냐 무슨 일이 일어나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의사는 공급과잉이고 건강보험재정은 바닥이며 이것은 가속화된다고 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기란 정말 어렵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안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소아과가 왜 문을 닫고 부족하게 되었을까요? 아까 의사는 자영업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의사는 큰돈을 들여 대출 및 자기자본금으로 병원을 개업해서 인테리어하고 기계를 사고 직원을 고용하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1인 의원으로 기본적으로 한 달에 나가는 지출이 최소 3천만원에서 1억이상 나가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며 사업을 하는 것인데 경쟁이 치열해지면 사업 및 취업자리가 일단 충분할지 의문입니다. 의사들이 불안해하는 원인입니다. 의사의 수입감소가 심해지게 되면 간호사처럼 장롱면허가 늘어날 수도 있고, 교육 및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의대 입결 등이 장기적으로 낮아지겠죠? 소위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의료질 저하가 그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먼 미래의 문제일 수 있지만요.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또 하나는 의료의 양극화입니다. 대형 포털에서 간간히 댓글중에 의료민영화 전초정책이다 라는 글이 올라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업 및 큰 병원 종합병원 등에서는 싸게 의사를 부려먹으려고 할 것입니다. 급여로 병원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크게 늘린 민영병원이 생겨 활성화되던지 그것을 법으로 막으면, 더욱더 서울 굴지의 대학병원 대형 기업병원들로 사람이 몰려 진료대기에 1개월에서 6개월이상 소요되는 것이 심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형병원들은 신규진입이 어려워지며 망하고 저비용으로 비대면 진료나 직원이 적고 질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순약처방 의원이 생길 것 같기도 하구요. 이런 것들이 과연 일반 국민들에게 이득일까요? 저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세계에서 100점은 아니더라도 90점이상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를 칭찬하며 오바마케어를 도입하려고 했던 것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이런걸 생각하면 현재 대한민국 의료에 미세한 인력조정과 수가조정 의료인력 재배치가 필요한 것인지 파격적인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좋아하는 블로거인 메르님의 글에 이런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중요한 것은 작은 글씨이고 디테일에 있다.

9.     요약 및 결론

-       기피과 의사부족 문제로 의료계는 수년전부터 수가 개선 등 해결책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       정부는 협의없이 근거가 부족한 필수의료 패키지 및 의대증원이라는 10년이 지난 뒤 효과가 일어날까말까한 당근이 아닌 채찍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       정부의 해결책은 의사의 수입감소 및 건강보험재정 고갈 가속화 등의 미래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       반대하는 의사들을 정부는 대화가 아닌 협박과 겁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       현재 최고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해 파격적 증원 및 의사 겁박으로 미래에 대한민국 의료에 부작용이 더 클까 지금보다 더 나아질까?

-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