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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제가,
''고요의 바다 보고나서 돈룩업 보니 속이 다 시원하더라''
이런 글을 썼는데 몇 분이 동감을 표해 주셨고,
비슷한 내용의 다른 글들도 여럿 올라 왔었습니다.
근데 어느 분이,
''고요의 바다 보고나서 돈룩업 보니 사이다라던데,
난 고요의 바다가 안땡겨서 그냥 돈룩업을 봤다.
근데 뭐가 사이다냐, 답답하기만 하고, 괜히 봤다''
이런 글을 올리셨네요.
혹시 또 이런 분들 있을까봐 글을 씁니다.
우선 돈룩업은 사이다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고구마에 가까운, 답답한 내용의 영화지요.
지구의 위기를 막을 기회를 못된 놈들과 멍청한 놈들이 힘을 합쳐 날려버리고,
결국 파멸의 순간이 닥쳐오자 그놈들만 도망가버리는 이야긴데,
내용만 보자면 답답해서 속 터집니다.
근데 돈룩업이 사이다라는 분들의 공통점은
'고요의 바다를 보고 나서' 였다는 점입니다.
고요의 바다는 스토리가 아닌 연출에 악평이 많은데,
늘려도 너무 늘려서 '거의 무편집본' 수준이라는 말도 나오죠.
저도 보면서
'이 장면을 왜 이렇게 오래 보여주나', '아직도 그 얘기네'
하면서 지루해 했고요.
또 많이들 지적한 문제는,
우주와 달에서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어색하다는 겁니다.
다른 건 다 제껴놓고 달에 도착해서 기지를 향해 이동하는 장면 하나만 봐도,
'달에서는 지구에서보다 6배나 높이, 멀리 뛸 수 있을텐데 왜들 저러고 있나?'
같은 불만들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우주복과 무거운 짐 때문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1/6로 줄었을테니 지구에서보단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야 하고,
짐을 안 든 사람들은 훨씬 더 가볍게 움직여야 하는데 다 똑같이 움직이죠.
배우들의 다리 각도나 몸의 움직임을 보면 실제로 힘껏 뛴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뛰어오르는 순간부터 땅에 닿는 순간까지 속도가 똑같이 느립니다.
이건 배우들이 성큼성큼 뛰게 하고 그걸 통째로 슬로우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뛰어오를 땐 빠른 속도로 떨어질 땐 느린 속도로' 여야 하는데,
와이어라도 쓰든지 이게 뭐냐? 싶지요.
이 기이한 뜀뛰기는 기지에 도착할 때 까지 계속됩니다.
이렇게 고요의 바다는 실감이 안나는 장면과 이건 왜 들어갔나 싶은 컷들이 되풀이되면서
스토리와는 별개로 참으로 답답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반면 돈룩업은 스토리는 고구마 그 자체지만, 연출이 정말 시원시원합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 벌어지는 사건들이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다음 장면이 궁금해질 틈이 없을 정도로 화면전환이 빠릅니다.
cg도 아주 좋고요.
배우들 자체의 매력도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건 덤이랄까요.
물론 블랙코미디 특유의 '한쪽으로 치우친' 면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현실을 과하게 부각시켜 쓴 웃음이 유발되는 건데,
이 점이 불편하거나 불쾌한 사람들도 있을 거고,
오히려 통쾌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돈룩업이 정말 재미있게 잘 만든 영화라는 거고,
고요의 바다는 너무 재미없게 만들었단 겁니다.
아이고,
고요의 바다를 보지않고 돈룩업을 먼저 봤으니,
돈룩업이 사이다라는 말을 이해 못 하신거라는 글을 참 길게도 썼네요.
'돈룩업 재밌으니 많이들 보세요~'
라는 글 하나 썼다가 AS까지 하게 된 기분입니다.
돈룩업은 사이다영화 아니니까 그런 기대는 하지 마시고,
재밌는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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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가 너무유치해서 포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