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壤妓生學校求景, 石 平壤의 花柳淸調
련광정(煉光亭)에서 대동강을 끼고 부벽루(浮碧樓) 잇는 곳으로 향하야 한참 올너가노라면 바람결에 거문고 소리가 은은히 들녀오는 긔정장춘관(旗亭長春舘)이 잇고 그리고 두어집 더 올너가면 강물 우에 호화로운 3층 다락이 가르눕고 잇는 양식 절반 조선식 절반의 크다란 건물이 잇스니 이곳이 색향(色鄕) 평양에도 유명한 평양긔생학교(妓生學校)이다.
바로 작년에 교실를 신축하여 노아서 주홍칠한 기둥에나 학두룸과 룡(龍)가튼 오색그림을 그린 벽화가 틔하나 아니 뭇은 채 그냥 잇다. 녜전에는 대동문(大同門) 부근의 채관리 골목에 잇더니<117> 몃 해 아니되어 재산도 상당히 모여 작년에 신축하여 노흔 것이다.
나는 12월 9일 석양이 련광정 아래 옷 빨기에 급한 서도 각氏들 당기 우에 흐를 때에 긔생학교 구경차로 학교문을 두드렷다.
이층의 웅접실로 드러서자 동백기름 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어대서 간드러지게 웃는 젊은 녀자의 우슴소리도 새어 나온다. 그리고 마루에는 외씨가튼 조고마한 하얀 갓신들이 짝을 지어 가즈런히 여러 켤네 노여 잇다.
웅접실은 체경도 달아 노앗고 등의자도 가추어 노은 양실로 되엇다. 젊은 녀사무원이 응대하여준다. 온 뜻을 간단히 이약이하엿더니 대단히 반기며 자긔가 압장을 서서 학교사무실이며, 교실이며 심지어 학생들이 자는 긔숙사까지 보여 준다. 퍽으나 자미잇게 보얏슴으로 본 대로 적으리라.
춤추는 색씨들
나는 교사에게 잇글니어 맨처음 벽돌 삼층 우에 잇는 큰 교실문올 녹크하엿다. 안에서는 바야흐로 춤이 버러젓다. 무용시간(舞踊時間)인 것이다.
아마 춤을 가르키는 교실이 되야 더욱 그러하겟지만 몹시 너르다. 서울 종로 청년회관의 사교실을 련상하리 만치 약 이십여 평이나 되는 대광간으로 바닥은 판장널로 깔앗는데 윤이 흐르도록 잘 닥거노앗다. 여기에는 맨 버선 바닥으로라야 출입하게 되엇다. 이 무용교실과 련하여 또 기억자형으로 아조 너른 강당 한 개가 잇스니 이것이 아마 전교학생을 모아 놋코 무슨 훈시할 일이 잇스면 하는 곳이요 경우에 따라서는 야회장(夜會場)으로나 긔생연주음악회장(妓生演奏音樂會場) 등으로 씨우는 듯하다.
지금 무용교실에서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가치 왜청빗흐로 삼팔장삼을 하여 입은 긔생 아니 학생 넷이 칼춤(劍舞)를 추고 잇다. 박자 마처 잘낭잘낭 젓는 칼자루의 구슬가튼 방울이 울니는 소리가 들닌다.
그리고 한쪽 놉흔 고대에는 교실모양으로 흑판이 잇고 그 흑판 우에는 딴쓰, 교실에 가면 스텝 밟는 도해(圖解)를 긔호(記號)로 하여 노은 모양으로 검무의 박자와 승무의 발자곡 떼는 순서 등을 그려 노앗다. 그 엽헤서는
생황 피리 젓대를 갓춘 악사(樂師) 오륙인이<118> 삼헌륙각을 잡히고 잇다.
그 소리 멀니 대동강 일대에 아름답게 흘너 내린다. 한가한 풍경이다.
나는 한참이나 곡조에 마처 나비가치 가비엽게 춤추는 학생 넷의 모양을 취하야 물끄럼히 보다가 안내자의 재촉에 못 이겨 이번에는 맨 아랫층으로 내려왓다. 나려오면서 듯건대 이년급과 삼학년 생도에게만 가르친다는데 지금 추든 학생이 하나가 채봉(彩鳳)이 학선이(鶴仙), 옥희(玉姬), 춘월(春月)으로 모다 열칠팔세나 되는 삼학년 학생들이라 한다. 그 아름다운 용모들은 과연 녯서울 평양의 꼿이로구나 하고 감탄불이 하엿다.
소리 배우는 학생떼
아랫층 교실도 역시 구조는 마천가지엇다. 다만 서울 명월관의 대광간에서 보는 것가치 호화롭게 꾸민 산수평풍이 둘너잇고 벽에는 소상팔경을 그린 남회(南畵)늘이 부처 잇다.
아마 저것이 바둑두던 상산사호쯤 되고 저것이 한산사(寒山寺)의 만종(晩鍾)인가 보다 하게 모다 그럴듯한 화제(畵題)가 부터잇다.
여기서는 가곡을 배운다. 팔구십명 학생이 전후좌우에 벌녀 안저 제비가치 일제히 조고마한 입을 벌녀가며
『반남아 늙엇스니 다시 젊든 못하리라』
『낙양성 십리허 놉고나즌 저 무덤에 재자가인이 몃몃치고 영웅호걸이 누구누구』
듯고 듯고 또 듯고 십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거문고를 가르친다. 무듼 줄을 은어가튼 힌손끄락으로 누르며 박자마처 날새게 이 줄 우 저 줄 우를 날닐 때 장부의 간장을 다 녹이는 역금도 나오고 단가별곡도 나온다.
엇던 때는 천인절벽에서 떠러지는 폭포수 밋헤 선듯 웅장 호탕한 소리 들려오는가 하면 엇던 때는 갈대밧헤 새벽달 흐르고 그 흐른 새벽달 아래 물새 두어마리 고요히 나라가는 날개소리인 듯시 들닐 듯 말 듯한 연한 소리가 무-드를 잡는다.
이러케 노래와 거문고 뜻은 모양도 아른답거니와 그 안즌 모양이 오색평풍을 와락 방안에 펴 노흔 것 갓다. 오색평풍이란 말이 어색하다면 겨울에 피는 동백꼿 여름에 피는 해당화 가을에 피는 국화 봄에 피는 수선화꼿송이를 한아름 안어다가 와락 뿌려 노흔 것가치 모다 열칠팔세 한창 피는 젊은 색씨들의 어엽분 얼골이 오골오골 모힌 광경은 흡사 한빈유녀(漢賓遊女)가 노드란 신선터전을 생각케 한다.
어느 색씨든지 연지찍고 보-얏케 분바르고 윤흐르는 머리를 내렷스니 붉은치마 힌저고리를 밧처 입은 이가 잇는가 하면 또 한편에는 옥색저고리에 초록치마를 입은 이들<119> 길게 말한대도 다 표현할 수 업시 미상불 꼿밧치다. 너르다 너르다란 때아닌 꼿밧이 여기에 전개되어 잇는 것이다.
서화배우는 童妓들
그리고 그 엽대이에 잇는 방은 일학년 학생들이 서화(書畵)치는 시간이다. 청황모 무심필을 심지깁게 와락 푸러힌 조희 우에 점을 찍고 선을 끗고 곡선을 이리저리 끗는 사이에 박연폭포도 되어 나오고 부벽루 엽헤 짓튼 단풍입도 되어 나오며 또 국화도 그리고 홀로 푸른 힌 눈속 참대도 되어 나온다.
애송이 학생들이니 만치 겻눈 팔 줄도 모르고 상급학생 가치 사내가 방에 드러왓다고 추파보낼 줄도 모르고 그저 모다 단정하게 꿀어 안저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다.
녯날 황진이(黃眞伊)라거나 게월향(桂月香)이 가튼 긔생들은 모다 매란국죽을 칠 줄 아럿다. 그러기에 그네들은 정숭들 압헤서 휘필도 하엿고 한림학사(翰林學士)들과 자리를 가치하여 시도 지엇다.
오늘 이 속에 어느 가인이 녯 일홈 놉든 선배긔생의 뒤를 이으려 하는고.
그리고는 긔숙사를 보앗다. 앗가 보든 귀여운 아가씨들이 여기 드러와 이불펴고 곤한 몸을 쉬이는가 함애 대갓집 규방인 듯 얼는 문을 닷고 도라젓다.
絶勝한 三層樓
구경을 끗낸 나는 긔생학교 둿 늘에 섯다. 순 조선식으로 꾸민 삼층 란간이 호화찬란하게 푸른 대동강물에 그림자를 던지고 섯다. 그러토록 이 학교건물은 바로 강변에 섯다. 돌각담에서 나려다 보면 바로 그 아래가 출넝출넝 흐르는 대동강물이다. 지금 선교리 잇는데로 돗단배 두 세 척이 고요히 꿈길 가치 흘너나린다.
마당에 수양버들이나 심어 놋는다면 풍치 조키로도 부벽루와 일이를 다트리라. 지금은 겨올이로되 그래도 눈아래 저 멀리 부벽루와 련광정을 부감할 수 잇거든 서늘한 강풍을 그리워하는 삼복 녀름날 이 다락에 안지면 이 제일강산의<120> 어느 모통이가 보이지 안으랴. 실로 지리를 어든 곳에 이 다락을 지엇다.
이백 오십 명의 학생들
사무실로 오니 소장되는 이가 일일히 자세히 설명하여 준다.
긔생학교의 교수과목이라고 일너주는 것을 드르면
제1학년 가곡, 서화, 修身, 창가, 조선어, 산술, 국어
제2학년 羽調, 시조, 가사, 조선어, 산술, 음악, 국어, 서화, 修身, 창가, 무용
제3학년 가사, 무용, 雜歌, 창가, 日本唄, 조선어, 국어, 동서음악, 서화, 修身, 창가
이다. 무척 만히 배운다. 여기는 모다 보통학교 6학년을 마춘 열세살 이상 열다섯살까지의 아히들을 밧음으로 보통교육 우에 이러케 규모잇는 각 학과를 3년씩이나 가르처 내어놋는다면 그 상식이 놀나울 것이다.
여기도 녀학교 모양으로 학긔도 하고, 월사금도 잇다. 월사금은 1학년이 한달에 2원, 2학년이 2원 50전, 3학년이 3원이요 따로 입학금이 삼원씩 잇다. 학긔도
제1학기 自 4월 1일 至 8월 31일
제2학기 自 9월 1일 至 12월 31일
제3학기 自 1월 1일 至 3월 31일
로 되어 잇다. 그리고 이 학교장은 긔성권번취제역사장이 겸임하고 잇다.
현재 수용하고 잇는 학생은 모다 250명의 다수에 달한다. 이 학생이 3년 동안의 업을 마치고는 평양바닥에 떠러지기도 하고 혹은 서울로 대구로 의주로 흐터저가서 평양긔생의 성까를 올니고 잇다.
그리고 긔생학교가 이 고도의 한 명물이 되어 잇느니 만치 상해 남경 등지로 오는 서양사람이나 동경 대판 등지로 오는 일본사람이나 서울 기타 각처로부터 구경오는 귀한 손님들이 끗칠 새가 업시 구경으로 차저 온다고 한다.
패성의 자랑은 이리하야 이 향긔 놉흔 긔생학교를 가젓기에 더욱 빗나간다.
나는 나오면서 여러 번 되도라 보앗다. 그 가야금소리 그 춤추는 자태가 그립고 앗가워서...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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