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입니다.

어제 글을 쓰고나서,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오늘도 쓴다.. 

뭐 최근 2주정도 글을 안썼으니, 몰아서 쓰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몇 년 전에, 내가 클래식을 듣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회사의 한 지인이 있었다.

처음에는 날 좀 이상하게 봤었다. 

내가 20대부터 줄곧 느꼈던 것은, 클래식 듣는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대체로 두 가지다.

1. 집이 럭셔리한 집인가?

2. 좀 취향이 독특한 사람?

그래서, 사회생활 하면서,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한건 아니지만, 그냥 티를 안내거나 얘기하지 않아왔다.

어쨌든, 그 지인이 내가 주문한 클래식 음반을 보고 내 취미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몇 개월 후에 놀라운 질문을 했다.

입문하기 좋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 실은 여자를 만났는데, 그 분이 피아노 음악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던 음원들을 가끔 공유해주면서 지냈다.

그러던 중, 또 한번 놀라운 주문을 했는데, 오페라 입문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것으로 입문을 하면 좋을지 소개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난 고민에 빠졌다.. 

오페라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써, 하지만 그래도 아예 모른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내가 들어본 것들 중에 이것저것 선별해보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내린 작품은 '칼 마리아 폰 베버' 의 <마탄의 사수> 였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를 꼽은 이유는? 당연한 말이지만, 음악이 정말 좋다..

오페라는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말 지루하고 따분한 구석이 많다. 스토리 역시 현대인이 보기에 유치뽕짝 스러운 것들이 많다.

일단 언어의 장벽이 제일 크다.. 특히 독일어 자체가 상당히 딱딱하다.

뭔소리하는지 잘 모르는, 길고도 확 와닿지 않는 노래들을 듣고 있기란 정말 쉽지 않다. 

오케스트라 파트나 노래 파트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만큼 좋지 않으면 사실 2,3시간씩 엉덩이 붙이고 듣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마탄의 사수>(마법 탄환을 쏘는 사람)를 골랐다. (물론 마탄의 사수가 일본식 어휘라서 피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마탄의 포수 라고 하면 되나?)

오페라에서 맨 처음 연주되어 곡 전체의 분위기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서곡 부분부터 좋다. 그래서 <마탄의 사수> 서곡은 따로 연주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하면서도, 서정적인 노래들도 많으며, 작품 후반부에 나오는 그 유명한 '늑대의 골짜기' 부분의 음울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음악들도 압권이다.

끝나기 전에 나오는 '사냥꾼들의 합창' 은 남성 합창의 호방한 매력을 잘 드러낸다.

대사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유머스럽다. 온전히 독일어의 감각을 느낄 수는 없지만 번역본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느껴진다. 

작품 시간은 짧지도 길지도 않다. 연주에 따라 다르겠지만, 2시간 정도면 된다.

딱 한가지, 이 작품이 '징슈필' 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징슈필 이라는 것은, 보통 '노래의 연극' 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중간중간에 배역들이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하듯이, 대사를 노래로 부르지 않고 그냥 연기하듯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이 쫌 지루할 수는 있으나, 그런 부분은 처음에 내용만 숙지를 한다면, 나중에 감상할때 대사 부분 나오는 트랙은 건너뛰고 들으면 된다.

오페라 입문하려는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가 되시길 바란다.

베버의 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음반은 역시 1973년에(맞나?) 발매된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음반일 것이다.

하지만, 경험상으로는 대본 보면서 음반으로만 오페라를 듣기에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영상물을 통해 대략적으로 파악한 후에, 또는 한장면 한장면씩 같이 듣는게 좋다.

이 음반은 50년전 녹음임에도 음질이 매우 뛰어나며, 클라이버의 생동감있는 지휘와 가수들의 노련함도 돋보인다.

대사 처리의 경우에도 가수들이 직접 한게 아니라, 전문 배우들이 녹음한 것이 아닌가 한다. (확인을 해본다고 생각만하고 15년째 안하고 있다..ㅠㅠ)

DG사에서 예전부터 복각되어 '오리지날스' 시리즈로 나왔으나, 내가 알기로 최근에는 더 좋은 음질로 다시 복각되어 나온게 있다(24-96KH 인가 뭔가 하는 것으로..)

여주인공 아가테를 맡은 '군둘라 야노비츠'는 카라얀이 총애했던 가수로 유명하다. 너무나도 아이같고 순진무구한 맑은 목소리를 가진 여인으로, 목소리만 들어도 정화되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경우에는 아래의 영상물을 참조했다. 영상물은 음악의 대사와 줄거리를 좀 더 쉽게 익힌다는 측면에서 참고용으로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