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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어머님을 잠시 모시고 있습니다.65

 

어머님은 시골의 작은 교회 목사입니다. 

따로 헌금을 내는 성도는 없고 20년동안 5일장 같은 곳 나가셔서 힘드신 분들 차 나눠드리고 

아프신분들에게 교회에서 며칠씩 지내게 해주시면서 밥해주시고 기도해주시면서 

본인 노후는 단 1도 준비 못하시다가 3번의 허리디스크 수술과 건강악화로 안식년을 시작하셨습니다. 

 

말이 안식년이지, 이제는 본인 몸도 챙기기 힘들어하셔서 저는 은퇴하시라고 말씀드리고, 

그래도 맘과 몸이 아픈 분들이 어머님 사정 생각 못하고 계속 찾아오시니 저 있는 곳 (멕시코 작은 항구 마을에 삽니다.) 

으로 오시라고 했습니다. 

 

거동이 힘드시니 처음으로 비니지스도 태워드리고 (편도만 450만원이 넘네요;) 

마사지도 보내드리고 

집에 살림하는 분도 고용해서 어머니가 아무일도 안하고 해변가 가서 쉴 수 있게만 해드렸습니다. 

 

처음으로 집안 살림을 안해본다고, 

누가 차려주는 밥이 정말 맛있다고, 

마사지도, 페디도, 해수욕도 처음 해보신다며 매우 기뻐하시네요. 

 

저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어렸을 때 부터 어머님이 봉사하시는 모습 보면서 

그것이 너무 멋져보였고, 그래서 그런지 저도 해외에서 무료 진료소와 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가난한 아이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부모님처럼 헌신하는 것이 싫어서 종교색을 버리고, 제 월급도 받아가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먹사라고, 개독교라고 여기저기서 욕듣지만 저와 저의 어머님 주변에는 자식들 유학보내는 목사도, 딱히 잘 사는 목사도 없습니다. 

어머님 교회는 저희 아버지가 벌어서 겨우 생활유지가 될 정도죠. 

 

45일째 어머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제 혼자서 조금 멀리 걷기도 하시고, 기운도 찾으셔서 (63세밖에 안되십니다.) 저희 가족과 맛집도 다니고, 해수욕 하신다고 수영복도 사야겠다며 쇼핑하러 가자고 하시네요. 

 

구호단체를 운영하다가 정말 사정이 딱한 가족들을 만납니다. 

회사 이름으로 돕는건 형평성에 어긋날때가 있어 아내와 상의해서 저희 사비로 집을 지어주기도 하고, 

사업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쓴 돈이 5천만원은 넘을건데, 그 동안 어머님에게는 제대로 된 효도를 못해드렸네요. 

어머님에게 서운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본인도 저 키우면서 생활비도 못주고 (저도 18살에 경제적 독립을 했습니다.) 결혼할 때 한푼도 못 보태준게 미안해서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냥 주절 주절 해봅니다. 

 

오늘은 어머님 모시고 카약을 타고 왔습니다. 

 

엄마에게 좋은거 해줄 생각 말고, 그럴 시간에 너도 좀 쉬라는 어머님 말씀에

뒤에서 눈물을 좀 흘렸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머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또 이제 제가 어머님의 보호자가 되니 신기하기도 하네요. (마을에 한국인이 한명도 없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거든요)

 

어머님이 건강하실 때 모셨으면 어땠을까, 이렇게 아프실때 까지 살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네요. 

 

요즘은 어머님과 손잡고 많이 걷습니다. 

사실 어머님과 손을 잡고 걷는게 좀 어색하기도 한데,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걸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아내를 만난 것도 참 복이겠죠. 

 

장인 장모님께 더 잘하고 더 멋진 사위가 되고 싶은 욕구도 치솟는 요즘입니다. 

 

오랜만에 뽐뿌에 글을 남깁니다. 

 

곧 어머님과 한국에 들어가거든요. 

 

이렇게 자랑하고, 뽐 쿠폰 받을겁니다. 

 

매번 그거 바꿔서 좋은 일에 썼는데 

이번에는 부모님 모시고 꽃놀이 가서 뽐쿠폰으로 커피 사먹을려구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약 인증샷 첨부합니다. ㅋ 

 

20240328094755_Jj2AirHpXW.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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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2 FirstKid
이제 어머님 한창이실 때인데요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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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3 꽃부자한영준
감사합니다. 정말 건강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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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1 고만사
효도는 추천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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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0 라니21
이런 자랑 부럽습니다. 추천 쾅쾅ㅎㅎ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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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0 뽀뽀뽀파이

시골교회는 어렵죠.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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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0 난고래야
멋있으십니다^^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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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0 Mr.Happy

뒷모습이 멋쟁이시네요 :)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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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0 ahuakatl

아침부터 훈훈합니다. 👍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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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5 dirl

개독은 싫어하지만

정말 이런분들은 본받을만합니다

행쇼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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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7 꽃부자한영준
저도 개독이 싫어 교회라는 건물을 떠났긴 했습니다.  어머님의 삶은 본받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헌신만 하신것 같습니다. ㅠ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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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2 나봉구
어머님께서 목회하셨던 교회가 이 시대의 참된 교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강자 편에 서지 말고 항상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을 섬기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한 주에 헌금만 10억이 넘는 교회, 새성전을 건축하면서 서초구 도로 지하를 무단으로 교회시설로 사용한 교회... 이런 세련되고 삐까번쩍한 대형교회들이 예수님이 원하신 교회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님과 님 어머님 응원합니다.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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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1 꽃부자한영준
교회에서 가르치는 이웃의 범위가 딱 교회인듯 한 모습이 마음 아픕니다.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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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7 꽃부자한영준
방금 댓글에 어머님은 타인의 어머니 또는 돌아가신 본인의 어머니를 지칭할때 쓰는거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지워졌네요. 

새롭게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은 따로 수정은 하지 않고,  다음부터는 제대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2024-03-28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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