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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이제 37살 되는 아재임. 주4일 회사 다니면서 금, 토, 일 시간 버리는게 아까워 저녁 5시부터 10시까지 5시간씩 주 3일 고깃집에서 주말 알바함. 알바로 땡기는 돈은 월 80정도임. 참고.
1.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회사에서 암만 날고 기어도 결국 퇴근 후에 할 수 있는건 딸배, 대리, 식당서빙이 전부다. 식당알바, 거기도 30대 나이 가지고 덤비기에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일 주는 곳 입장에서도 이왕이면 활달하고 부리기 편하고 체력 좋은 20대가 편하다.
2. 나이는 결국 현실에 직면한다.
크게 심리적인 문제와 신체적인 문제로 나뉜다.
#심리
내가 나를 내려놓고, 자존심 다 버리고 달려들었다지만 결국에 20대 한테 혼나면 화나고 직원이 싸가지 없이 말하면 열받는다. 손님도 자꾸만 내 인내심에 챌린지를 던진다.
#신체
5시간 서 있는것도 힘든데, 물건을 들고 나르고, 뛰고 줍고, 힘주고 비빈다. 다리가 제일 아프고 숨이 가쁘다. 허기도 빨리 찾아온다. 한숨이 계속 나온다. 허리가 쉽게 나가고 근육통이 잦다. 충분히 쉬어주질 못하니 누적된 피로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기도 잘걸린다. 알바 끝나면 밤 11시, 12시. 이 시간에도 어떻게든 놀아보겠다고 약속잡고 놀러나가는 20대 알바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3. 기회비용을 따지게 된다.
노느니 돈 벌겠다. 이 시간에 일했으면...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결국엔 이 휴식시간, 이 여가시간이 고작 시간당 12,000원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게 된다. 차라리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하는 게 더 생산성 있고 기회비용이 높다 생각되기 시작하고 내가 회사에서 버는 생산성과 알바의 생산성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내 월급이 세후 390이고 주 35시간을 일하니 회사에서 버는 돈이 시간당 28,000원인데 하면서 말도 안되는 비교를 하기 시작한다. 이 비교는 투잡러가 스스로 불행하다 느끼는 시작점이다.
4. 왕따 아닌 왕따.
사실 왕따는 아니다. 하지만 왕따나 다름없다. 직원들은 나이 많은 알바가 불편하고 20대 알바들 역시 지들끼리 얘기하는게 편하다. 내가 아무리 인싸라고 한들 결국 세대차이는 극복 못한다. 내가 직원들과 알바들이랑 친해지려고 커피나 간식도 쏴보고 술도 먹어봤지만 아무짝에 쓸모가 없었다.
애들한테 기프티콘이라도 보내볼까하고 휴대폰 번호 물어보려했지만 혹시라도 오해살까봐 더는 다가가지 못했다.
5. 자기 pr은 금지.
회사에선 팀장이고 이렇게 잘나가고 이런 일도 해봤어. 얘들아 아저씨 백수 아니야 투잡이야.
장담함. 애들하고 친해지지 않는 한, 앞에서 투잡 소리 1도 못꺼낸다. 내가 무슨 일하는지 설명하는것도 구차하고 직원이나 알바 애들 역시 내가 궁금하지 않다. 결국 애들 눈엔 월급 적어서 알바까지 해야하는 궁핍한 아저씨일 뿐이다. 불쌍하게나 생각안하면 다행일것.
오히려 더 밝고 긍정적으로 씩씩하게 출근하고 먼저 말걸고 실없는 소리 툭툭 던져놔야 어쩌다 한 둘이 아저씨는 왜 알바해요? 하고 물어볼거다. 그럼 그땐 나처럼 월급이 쥐꼬리만해서 쉬는 시간에 더 버는거야. 혹은 뭐 사고 싶은게 있어서 알바하는거야 라고 돌려말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6. 주말에는 차라리 쉬는게 맞음.
30대 후반이 되니 체력 회복이 안됨. 주중에 8시간씩 일하는거 절대 적은 피로가 아니다. 그리고 우린 30대다. 진짜 취미없고 주중에 일, 헬스만 다람쥐쳇바퀴 돌리는 나조차도 주말만 되면 겁부터 난다. 그만큼 알바 자체가 빡세기도 하지만 주중에 쌓인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거다.
거기에 더해 오전 11시만 되면 심리상태가 복잡해진다. 좀 있으면 알바간다. 하 ㅈ같다. 가기싫다. 하면서 불안해지고 초조해진다. 백일 휴가 복귀하는 이등병 심리랑 똑같아진다고 보면 된다.
일단 피곤하고 힘드니 몇시간 안되는 온전히 쉬는 시간 자체의 가치를 더 높게 생각한다.
빨래? 다음에. 청소? 평일에. 이발? 퇴근 후에. 늘 이런 식이 된다. 그냥 무작정 누워있고 싶고 그냥 쉬고 싶음. 쉬고 있어도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7. 오래 하기 힘듦.
용돈을 벌어야 술을 마실 수 있는 20대가 아님. 등록금을 벌어야하는 대학생도 아니고, 돈 70, 80이 아쉬워서 목숨걸어야 하는 나이가 아니다.
절실하지가 않으니 오래하기가 힘들다. 분명 투잡은 자기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건 맞다. 실수령 70, 80 이거 세전 연봉으로 따지면 월 1,500이상이다.
그리고 남들 돈 쓸 시간에 돈을 안쓰고 활동하게 되면 그로 인한 금전적 이익은 훨씬 높다.
근데 그돈? 없어도 그만이다. 절약하면 된다. 당장 첫 달은 돈버는 재미로 할 수는 있어도 딱 2달만 지나면 알바하는 시간이 아깝다. 힘든데 그만 둘까? 하는 나약한 생각이 하루 12번도 더 든다.
8. 생각보다 우린 주말에 많은 것들을 하고 있었음.
지금 허비한 이 주말 시간, 되돌이켜보면 누워만 있었던 거 같아도 사실은 진짜 많은 것들을 해왔다.
씻었지. 이발도 했지. 필요한거 쇼핑했지. 먹고 싶은것도 시켜먹었지. 친구들이랑 약속도 다녀왔고 여행도 갔다.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유튜브도 봤음.
투잡하면 이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시간을 쪼개면 된다? 시간은 언제나 늘 있었다. 여유와 체력이 없고 각오가 없었던거지.
모임은 주 중에 하면 될 줄 알았다. 실제로 주중으로 약속잡고 모였던 적 많지만 결국 모임은 주말에 더 많이 잡히더라. 주말에만 시간 되는 애들이 더 많다.
9. 투잡? 쉽지 않음.
가장 큰 문제가 이거다. 우리 직장인들은 모두 마음 속에 사직서랑 투잡의 꿈은 늘 있다. 근데 막상 투잡해보면 알거다. 쉽지 않음.
너가 의지만 있고 실행력이 없어서, 게을러서 인것도 맞는데 투잡 실제로 하고 있는 입장에서 투잡 절대 쉬운 거 아니다. 용기, 실천 이런거랑 다르게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아 떨어져야 하는거다.
근데 투잡하고 싶은 직장인 중에 10프로가 진짜 할까 말까이고 진짜 해보면 아 이거 사람 못할짓이구나 하고 그 중 절반이 포기할거다.
이거는 진짜다. 쉽게 볼일이 절대 아니다.
투잡보다는 차라리 투자를 하라는 선배 직장인들 조언이 괜히 있는게 아닌거 같음.
투잡에 대해 꿈 있는 친구들이 있을것 같아 주절주절해봤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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