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비, 김태희 건물 보고 400억 손실이니 어쩌니 해서 몇 자 남기겠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구반포 주공아파트 같은 비싼 재건축 아파트를 보면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뭐 이렇게 비싸냐고 하면, 건축물이 아닌 땅을 보라고 하던데 건물에서도 제일 중요한 땅을 안 보고 다른 걸로 얘기하는 이유가 뭡니까. 건물이야말로 찐으로 땅을 사는 건데 말입니다. (땅값 생각해서 보면 신축 아파트나 재건축 불가능한 구축 아파트들이 말도 안 되게 비쌌다고 생각)

▲ 부동산플래닛 참조

해당 건물은 토지 공시지가만 540억이 넘는 건물로 어플 AI 추정가는 1,300억 가량 합니다. 매도한 사람도 2011년에 620억에 사서 이들 부부한테 920억 (평당 6.25억)에 판 거고요. 당장 작년 5월에 선릉역 상업지역 땅이 평당 6.7억 (2,200억)에 거래되었고, 9월에는 삼성역 상업지역 땅이 평당 8.5억 (1,630억)에 거래되었습니다. 지난달에는 찐 상업지역도 아니고 60%만 상업지역인 노선상업지역 신사역 99평 땅이 500억, 평당 5억도 넘는 금액에 거래되었습니다. 듣기로는 젊은 분이 1년 넘게 고민하다가 샀다고 합니다.

수익형 부동산이니까 월세 중요하고 안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월세만 보고 살 거였으면 지방에 건물 사거나 불법 잔뜩 섞여있는 원룸이나 고시원 이런 건물을 사지, 어떤 사람이 서울, 그것도 강남에 상업용 건물을 삽니까? 더군다나 상가 임대차보호법도 완전 누더기로 바꿔놔서 더 이상하게 되었는데요. 서울 웬만한 동네보다 부자 동네인 분당만 하더라도 수인분당선에 있는 상업지역 건물들 보면 서울 낙후지역 건물보다 수익률 높은 건물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서울 선택할 겁니다. 다 땅 보고 사는 겁니다.

제가 부모님 따라다니면서 건물을 2015년 후반부터 봤는데... 이때도 수익률 역산해서 적정가 얼마라고 생각하고 서울에 건물 보러 다녔으면 제대로 된 건물 못 샀습니다. 이때는 땅값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지라 지금보다는 기대 월세 수익률이 높았지만, 이때도 다 땅을 베이스로 놓고 월세, 개발 가능성, 지역적인 호재 등을 더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수익률 낮은 강남, 거기서도 손꼽히게 좋은 강남역 강남대로 땅을 월세 수익률만 보고 산다? 평생 못 삽니다. 또, 그걸로 적정가를 판단한다? 비웃음만 당할 뿐입니다. 이런 곳은 매물로도 쉽게 안 나와서 돈 있다고 살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미국 금융위기 때도 보듯이 땅 온전히 깔고 있는 부동산은 공동주택과는 다르게 떨어지지도 않았거나 얼마 떨어지지도 않았아서 헷지용으로도 좋습니다. 건물이 싸게 나오는 경우는 건물주가 죽을 때나 망할 때 말고는 없습니다.

건물은 세금적인 측면에서 급직전인 정책 변화(감세)도 없었고, 중요한 대출 이자도 고점 찍고 하락해서 현재 1년 고정 기준으로 보통 5% 초반 정도 하는 거 같습니다. 물론, 2~3% 정도 하던 때와는 다르니까 매수하려는 사람도 쉽게 입질을 못 하겠지만, 기존에 건물 갖고 있는 사람도 급할 게 없습니다. 가랑이 찢어지게 영끌해서 건물 산 사람(법인)도 분명 있습니다만, 서울 한정해서 (요지일수록 더 그렇고) 적당한 가격에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매물 내놓으면 금방 팔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금이 제일인 시기라지만, 역사적으로 현금 들고 있으면 똥 된다는 건 증명된 사실이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 건물이라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땅의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묶어서 개발할 여지가 없는 곳이라 상방이 조금 약합니다. 지구단위계획 상으로 뒷 필지와 공동개발 권장으로 약하게 묶이기는 했지만, 뒷 필지에는 신축급 구분 등기된 건물이 올라와서 사실상 개발 불가능하니까요. 물론, 이런 건물한테는 잘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고 우스운데 굳이 흠을 잡자면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신축 메리트가 떨어집니다. 용적률이 약 350% 남아있는 땅이지만, 이거 찾자고 지어진 지 22년 된 용적률 약 450%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다? 그것도 지금 같은 시국에? 메리트 하나도 없습니다.

최근 건물 산 유명인 한 명은 꼭지에 제대로 물렸다고 생각하는데... 비, 김태희는 다른 동네 건물들 거래된 거 보면 지금 팔아도 이자나 각종 부대비용 포함하고도 충분히 익절할 거라고 봅니다. 기회비용? 기회비용 생각해도 딱히 손해일 것 같지는 않고, 금액대가 커질수록 기대 수익률은 낮아지는 법이니까요. 건물(정확히 말하면 땅값)이 무작정 오른다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에셋파킹 목적으로 건물을 보유하는 자산가가 많고, 이 사람들이 투자로 할 게 뭐 있을까 생각하면 답 나온 문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