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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 나는 그녀의 매대 근처를 서성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는 척하면서 한 번 더 보고 가는 거였는데,
그녀는 그런 나를 금방 눈치채곤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오빠, 또 왔어요?"
"어?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근데 그 '지나가는 길'이 왜 이렇게 자주 우리 매대 쪽으로 나 있어요?"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맴돌았다.
나도 굳이 변명하지 않고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우리는 종종 마감 시간이 비슷하면 함께 퇴근하기도 했다.
놀이동산의 조명이 하나둘 꺼질 때쯤, 관객들은 빠져나가고
남아 있는 건 직원들뿐인 조용한 밤.
우리는 그런 밤공기를 함께 걸었다.
"여기서 일하는 거 힘들지 않아?"
"힘들죠. 근데 뭐, 돈 벌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도 그렇잖아요. 등록금 벌려고 한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네가 하는 일은 더 힘들어 보이는데?"
그녀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했고,
바쁜 시간대에는 쉴 틈도 없이 손을 움직여야 했다.
나는 그런 그녀가 대단해 보이면서도 힘들지 않을까 걱정됐다.
"이런 말 하면 웃길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뭐가?"
"이렇게 사람들 구경하는 거요. 어떤 사람들은 되게 귀엽고, 어떤 사람들은 황당할 정도로 재밌고. 그리고…"
그녀가 말을 멈추길래 나는 궁금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작게 말했다.
"그리고, 요즘은 퇴근길이 좀 더 기대되고요."
그 말에 나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홱 돌리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녀를 따라가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몰라도 돼요!"
그녀는 빠르게 걸었지만, 나는 굳이 따라잡지 않고 천천히 걸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마치 정해진 듯이 함께 퇴근했다.
놀이동산을 빠져나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이야기했다.
그녀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쾌한 사람이었다.
"퍼레이드하면서 제일 힘든 게 뭐예요?"
"의상. 덥고, 무겁고, 가끔은 안에 땀 차서 죽을 것 같아."
"아, 그러고 보니 오늘도 꽤 더웠는데 괜찮았어요?"
"너 생각하느라 더웠나?"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는데,
그녀는 살짝 당황한 듯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런 말 아무한테나 하면 안 돼요."
"아무한테나 안 해. 너한테만 하는 거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조금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돌렸다.
"큰일이네."
"뭐가?"
"자꾸 내 퇴근길을 기다리게 된다고 하면, 좀 오글거리려나?"
그녀의 말에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더 즐거워지고 있었다.
"나도 기다릴 건데?"
내 말에 그녀는 살짝 놀란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서 그녀의 표정이 살짝 붉어진 듯 보였다.
"뭐야, 그런 말 쉽게 하지 마요."
"왜? 싫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녀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앞서 걸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놀이동산에서의 여름밤.
알바생 두 명의 퇴근길은 그렇게 조금씩 특별해지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