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동산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와 보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거의 매일을 같이 퇴근했다.
"오늘은 안 더웠어요?"
"조금? 그래도 네 얼굴 보면 더위가 좀 가시는 것 같아."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요즘 너무 자연스럽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왜, 듣기 싫어?"
"아니, 뭐… 싫지는 않은데."
그녀는 괜히 손끝으로 매대 위에 놓인 종이컵을 툭툭 건드리며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반응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이엔 특별한 고백도, 확실한 관계 정리도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퍼레이드 공연을 마친 어느 날, 나는 그녀가 일하는 매대 앞에서 기다렸다.
"끝났어?"
"응. 근데 갑자기 왜 기다리고 있어요?"
"같이 가려고."
그녀는 내 말에 살짝 웃더니, 짐을 챙기며 말했다.
"오늘도 공연 잘했어요?"
"완벽했지."
"오늘은 실수 안 했어요?"
"아니. 근데 네가 보고 있었으면 일부러라도 틀릴걸?"
"뭐야, 왜요?"
"너 또 놀리게."
그녀는 피식 웃더니 내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
"정말 장난꾸러기 같아."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놀이동산을 빠져나왔다. 낮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퍼레이드 음악으로 가득 찼던 공간이, 이제는 직원들만 남아 고요해진 풍경으로 변했다.
"이제 곧 방학 끝나는데, 너 계속 여기서 일할 거야?"
내가 조심스레 묻자,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글쎄요. 아직 고민 중이에요. 근데…"
그녀는 내 눈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너 계속 있을 거면 나도 좀 더 있어볼까?"
그 말이 장난인지, 진심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 마음이 점점 더 그녀에게 기울고 있다는 거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