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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동산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여전히 분주했다. 퍼레이드에서 춤을 추고, 땀에 젖은 채 퇴근하는 건 여전했지만, 이제는 그 끝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가 특별해졌다.
"오빠, 오늘 동작 틀렸지?"
"…봤어?"
"당연하지! 오빠 살짝 당황하는 거까지 봤는데?"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옆에서 걸었다. 나는 괜히 민망해서 헛기침을 했다.
"그럴 수도 있지."
"에이, 퍼레이드 스타가 그럴 수도 있다니. 실망이네."
그녀는 일부러 실망한 척했지만, 나는 그 눈빛이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순간들이 쌓일수록, 나는 점점 더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오빠, 우리 어디 놀러 갈까?"
"놀러? 놀이동산에서 일하는 우리가 또 어디를 간다고?"
"그래도! 여기 말고, 우리만의 시간도 필요하잖아."
그녀의 말에 나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그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럼 바다 갈까?"
"바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좋지! 우리 밤에 가자! 야경 보게!"
그렇게 우리는 퇴근 후, 급하게 짐을 싸서 기차를 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
그녀는 바다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바다보다 네가 더 예쁜데."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오빠, 뭐라고 했어?"
"아, 아니. 그냥 경치가 좋다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내 팔짱을 꼈다.
"오빠, 지금 나한테 반했지?"
"…뭐?"
"봐봐, 얼굴 빨개진 거 같은데?"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었고, 나는 괜히 바다 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닌데." 하지만 그녀는 나보다 한 수 위였다. 그녀는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나도."
"뭐?"
"나도 오빠한테 반했어."
그 순간, 파도가 밀려와 우리 발끝을 적셨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 여름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거라는 걸.
그리고, 나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빠."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히 파도 소리에 섞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졌고, 달빛 아래에서 우리는 조용히 입을 맞췄다.
그녀의 입술이 닿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밤바다의 차가운 바람도, 부서지는 파도의 소리도, 오직 그녀와 나만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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