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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볕이 한풀 꺾이고, 저녁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자주 함께했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익숙해져 갔다.
"오빠, 여기 봐봐!"
여주는 내 팔을 잡아당기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내 모습이 찍혀 있었다.
"뭐야, 언제 찍었어?"
"아까! 근데 오빠 이거 봐, 표정 너무 귀여워!"
그녀는 낄낄 웃으며 내 얼굴을 쿡 찔렀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도 피식 웃고 말았다.
"넌 맨날 몰래 찍고 저장하면서, 내가 찍으려 하면 못 찍게 하잖아?"
"오빠가 찍으면 안예쁘다구!"
"그건 아니거든?"
"그럼 한 번 찍어봐바!"
여주는 해맑게 웃으며 내 앞에 섰다. 핸드폰을 받아 들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귀엽게 웃었다.
찰칵.
"어때? 예쁘게 나왔어?"
나는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꽃은 무슨 꽃이지?"
"뭐야, 갑자기?"
"이렇게 예쁜 꽃은 처음 봐서."
"…오, 요즘 장난 아닌데?"
여주는 감탄한 듯 박수를 치더니, 이내 내 어깨를 쿡 찌르며 웃었다.
"근데 이런 건 원래 내가 더 잘하잖아. 이제 오빠도 연애 고수 되는 거야?"
"뭐, 그런 걸로 해두지."
나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손바닥에 닿는 온기가 편안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놓고 싶지 않았다. 여름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했다.
"근데, 이제 곧 개강이네."
내가 말하자,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다시 수업 듣고, 과제하고, 시험 공부하고… 귀찮아!"
"그래도 학교에 가면 재미있지 않아?"
"음… 그건 그렇지. 근데 오빠랑 이렇게 자주 못 보는 게 싫어."
여주는 투덜거리며 내 팔짱을 꼈다.
"학교 다닐 때도 시간 날 때마다 보러 와 줄 거지?"
"음… 몰라. 해 보면 알겠지."
"에이, 뻔하네. 처음엔 귀찮다고 하다가 나중엔 오빠가 더 보고 싶어서 먼저 연락할걸?"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어느새 그녀와 함께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이렇게 평온한 여름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수는 없었다.
"아, 그런데 오빠."
여주는 가볍게 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 알바 그만둬야 할 것 같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