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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 불안한 감정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나와 있는 시간이 버겁다고도 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나는 그녀에게 짐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모든 게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래서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녀가 바쁘다는 걸 알면서도, 이대로 멀어질 수는 없었다. 적어도 우리가 예전처럼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한 번이라도 더 그녀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사서, 그녀의 학교로 향했다.
원래는 미리 연락을 하려 했지만, 그러면 서프라이즈가 아니니까.
그녀가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내가 이렇게 찾아가는 게 맞는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나를 보면 기뻐할지, 아니면 부담스러워할지.
그녀가 아직도 나를 좋아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그녀가 자주 다니던 건물 앞으로 갔다.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북적거렸다.
그리고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다.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편안해 보였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와 있을 때보다 더 가벼운 표정으로.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저 학과 친구일 수도 있고, 과제나 수업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장면에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그녀는 요즘 힘들다고 했고, 나를 만나는 게 버거울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춘 채, 한참을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나는 그녀에게 가까워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빠?"
얼마 후, 그녀가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여기서 뭐 해?"
그녀가 반갑게 다가오며 물었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본 것을 말해야 할까? 아니면, 모른 척해야 할까?
"오빠가 먼저 연락하지도 않고 학교에 오다니, 무슨 일 있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내 앞에 섰다. 하지만 그 미소가, 조금 전 다른 남자와 이야기할 때와 똑같이 느껴졌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디저트 봉투를 바라보다가, 결국 내밀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너, 아까 누구랑 있었어?"
그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응?"
"아까, 네가 이야기하던 남자. 누구야?"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같은 과 친구야. 그냥 수업 얘기하고 있었어."
그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해하지못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웃고 있었어?"
"…오빠, 그게 왜?"
그녀는 난처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그냥. 넌 나랑 있을 때보다 더 편해 보이더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피곤한 듯 이마를 짚었다.
"오빠… 설마 나 의심하는 거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오빠, 이러지 마. 나 그냥 학교생활하고 있었던 거야. 과 친구랑 이야기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몰아가?"
"몰아가는 게 아니야. 그냥, 요즘 넌 나랑 있을 때보다…"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오빠, 나 학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려야 해. 그게 당연한 거야. 그런데 왜 오빠 앞에서는 항상 긴장해야 할까?"
그 말이 가슴 깊숙이 박혔다.
"긴장해?"
"응. 오빠 앞에서는, 뭘 해도 조심스러워져. 혹시라도 오빠가 서운해할까 봐,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신경 쓰이거든."
나는 차라리 그녀가 화를 내주길 바랐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오빠랑 있으면 좋은데… 이제는 조금 힘들어."
그녀의 말이,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나, 오빠를 사랑해.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계속 싸우는 게 너무 지쳐."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감정을 보며,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 그런데도 힘들어한다.
그럼, 나도 그녀를 위해 뭔가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어쩌면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힘들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내가 사라지는 것.
하지만 나는 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녀를 사랑하는데, 정말로 그녀를 위해 떠나야 하는 걸까?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내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멀어진 느낌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