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20화. 흔들릴 것 같잖아

주말, 오랜만에 그녀와 마주 앉았다.
우리 둘 다 익숙한 듯, 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카페 창밖으로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오랜만이야, 오빠."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잘 지냈어?"

그녀는 커피잔을 손으로 감싸 쥐고 조용히 웃었다.

"그냥… 바쁘게 지냈어. 오빠는?"
"나도 뭐, 비슷하지."

짧고 간결한 대화.
하지만 그 안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다.
나는 본론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이렇게 어색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진 않았다.

"너… 잘 지내는 거 보니까 다행이야."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할 말 있어 보여."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었어."
"뭔데?"

나는 눈을 피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 마음에 들어?"

그녀의 손이 멈칫했다.
커피잔을 쥔 손가락이 살짝 떨리는 듯했다.
나는 그녀가 바로 대답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나는 기다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

나는 예상했던 답변이었지만, 그래도 듣고 나니 묘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그럼… 우리, 예전처럼 함께할 수 있을까?"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마치 이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오빠…"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리고,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나는… 오빠를 아직 잊지 못했어. 근데, 그렇다고 해서 다시 시작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그녀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부모님의 기대, 선을 본 상대방, 그리고 나와의 관계.
나는 손을 테이블 위로 올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혼자 고민하지 말고, 나랑 같이 고민하면 안 돼?"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같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이 해결해보자. 천천히, 네가 부담되지 않게."

그녀는 나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오빠는, 참…"
"응?"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작게 웃었다.

"진짜 이상해."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가?"

그녀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이렇게 말하면, 또 흔들릴 것 같잖아."

나는 그녀의 말에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흔들려도 돼."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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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나와 그녀와 함께 길을 걸었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며 가로변의 벚꽃이 흩날렸다.
거리에는 따뜻한 조명이 드리워져 있었고, 조용한 저녁노을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벚꽃잎이 천천히 내려앉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빠, 벚꽃 진짜 예쁘다."

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부드럽게 비치는 그녀의 얼굴이 벚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걷다가, 문득 솔직한 감정을 전하고 싶어졌다.

"너랑 이렇게 걸으니 기분이 좋아."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미소를 짓던 그녀의 표정이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마치 무언가 떠오른 듯, 짧은 침묵 끝에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나도… 오늘 기분 좋아."

그녀의 말에 심장이 조금 더 빠르게 뛰었다.
밤공기가 차가워졌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그녀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이 감정을 더는 숨기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내 시선을 느끼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벚꽃잎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너랑 이렇게 같이 있는 게 행복해. 그리고… 너를 보면 더 행복해."

그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그녀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러니까… 이제 더는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손끝이 가볍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빠… 나도… 사실, 고민 많이 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하지만, 확신이 담겨 있었다.

"선을 본 사람이 나쁜 건 아니었어. 부모님이 연결해준 자리라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하지만… 자꾸 오빠 생각이 났어."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오빠… 나도… 더는 멀어지고 싶지 않아."

그 순간,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그녀의 눈빛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내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나는 그녀를 원했고, 그녀도 나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럼... 우리 다시 시작해볼까?"

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불어와 벚꽃잎이 우리 주위를 감싸듯 흩날렸다.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