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동권의 양축은 NL과 PD다.

NL은 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

PD는 People's Democracy/민중민주

를 뜻하는 말로 한국 진보 진영 양대축이다.

(혹자는 한국엔 진보가 없고 좌파가 있다고 한다.)

두 진영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원인을 찾기 때문에

투쟁의 방향성도 달라 서로 충돌한다.

NL은 한국사회의 문제는

남북 분단에서 비롯되었다고 봤기 때문에

친북성향이 강하고 민족 해방에 방점을 둔다.

반면 PD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노동-자본간의 계급문제로 보고 있으며

친중성향이 강하고 사회주의를 신봉한다.

NL

반미/민족주의+친북

80년 광주항쟁 이후 반미운동과 함께 태동

임종석, 우상호, 이인영, 이석기, 이정희...

PD

노동/사회주의+친중

80년 공장에 위장취업해 노동조직 건설 주력

조국, 송영길, 심상정, 박용진, 노회찬...

그렇다면 현 정권은 어디에 위치했을까?

2.

우리는 현정권을 통해 이 둘을 모두 경험했다.

정권 초반엔 임종석을 필두로한

NL계열이 북미 이벤트를 활용해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그 위세를 떨쳤다.

그리고 정권 후반엔 조국을 필두로해서

PD계열이 사회주의를 이 사회에 이식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친미보다 친중에 더 무게를 두었다.

이들 머릿속엔 '자연=약육강식'

이라는 공식이 깊게 박혀있다.

그래서 '인간다움'이란

자연을 거스르는데에 있다고 믿는다.

자연은 나와 내자식 새끼 배를 불리는 것을 선택하는 이기심인 반면, 인간다움은 그것을 거슬러 불구덩이 속에 내 몸을 던져 생명을 구하고, 지구 반대편에 굶주린자도 보호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에 보수 진보가 따로 있을까?

여야를 종횡무진하는 킹메이커 김종인은 이것을

경제 민주화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시장은 폭발하고 말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걸 무작정 시장에 맡기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존재하지않는다. 다만, 시장을 어떻게 잘 컨트롤하느냐의 문제이다. 컨트롤하되 자연과 자율성은 크게 훼손하지 않는 것이 보수일 것이다.

그러나 좌파진영에게 시장에 대해 물으면,

'자연/자율'보단 '규제/통제'가

더 필요한 곳이라고 답한다.

때문에 그들에게 자본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똑똑히 보이는 주먹'으로

길들여야 하는 곳일 뿐이다.

우리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통해

똑똑히 보이는 25번의 주먹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은 투기꾼을 두드려 팼다고 주장하지만,

이제와 보니 얻어맞고 피를 토한건

일반 서민들이었다.

이념을 신봉하는 사회주의자들의 가장 큰 실수는

자신들이 절대선이라는 믿는 오만에 있고,

독선의 댓가는 오롯이 서민에게 전가된다.

3.

2년 전 부동산 관점에서 정부 비판글을 많이 썼다.

정치적 비난이 아니라 합리적 비판이었다.

일개 소시민의 작은 외침이

운좋게 언론지 상에 실렸지만 바뀐 건 없었다.

조은산 논객의 '시무7조'상소 역시

큰 방향을 일으켰지만 이후 바뀐 건 없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된 윤희숙 의원 연설은

국민의 처절한 심정을 대변해 주었지만

이또한 역시 바뀐 건 없었다.

수년간 애타게 읍소한 건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투기꾼이 아닙니다."

그렇다.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은 투기꾼이 아니다.

집을 여러 채 가졌더라도 정당하게 게임의 룰을 지켰다면, 투자자이지 투기꾼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집 한 채 가진 사람들 까지도

모두 투기꾼인 것 마냥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무가내식 땜질식 규제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 까지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투기꾼이 아니다라는 시민들에게

그들은 보복/징벌적 세금이라는 재갈을 물렸다.

4.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시행했다.

이 규제의 가장 큰 문제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정부의 환수다.

집을 매도하고 이익을 얻지도 않았는데,

큰 금액을 국가에 내야하는 것은 부당하다.

미실현 이익에 대해 정부에 댓가를 치뤘다면,

향후 그 집값이 떨어질 경우 정부가 돌려주는가?

그건 내 알바 아니라고 이 법은 말한다.

이를 두고 지인은

'상상 임신했다고, 출생신고 하라는 격'

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 목표는 연 4만호 수준인데,

재초환으로 이 목표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하면서

사실상 민간 재건축의 싹을 완전히 밟아 버렸다.

부동산 시장의 변수 네가지를 꼽자면,

수요, 공급, 금리, 규제일텐데.

수요와 금리는 어찌 못하는 상황이었더라도 공급을 늘리고 규제는 필요한 곳에 적절히 사용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공급을 줄이고, 규제로 더 줄였다.

결국 수요 높고, 공급 적고, 금리 낮고, 규제는 불난집에 계속해서 기름을 부은격이되고 말았다.

집값이 튀어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5.

주택 공급은 재건축/재개발 처럼

건물을 직접 부수고 짓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법인/다주택자들이 소유한 주택도

민간의 공급물량에 해당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 물량도 양도세 중과세로 잠궜다.

누가 양도세 50~70%내고 매물을 내놓겠는가.

이로써 공급이 더 줄어들은데다가 저금리 유동성을 타고 가격은 미친듯이 튀어오르게 됐다.

가격이 튀어오를 때 마다

정부는 앵무새처럼 준비한 스크립트를 읽었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시장 교란 행위 반드시 잡겠습니다."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투기, 시장교란 때문에 집값이 급등했다며,

당신들을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설파했다.

그렇다. 그들의 특기는 투쟁이었다.

근데 그 투쟁을 왜 서민들한테 하고 있냐!

6.

임대인과 임차인은

악어와 악어새 처럼 공생관계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었고, 임차인은 대신 향후 집을 사기 위한 씨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희숙 의원이 국회에서 손을 떨면서 까지

5분간 연설을 통해 울분을 토해낸 건

임대차 3법이 이 공생관계의 생태계를

반드시 파괴할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반대했음에도

정부는 악어와 악어새를 서로 공격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느닷없이 악어를 두드려 패고, 굶주리게 해놓고선 억지로 입을 벌려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러니까 착한 악어(착한 임대인)가 되라고.

얻어맞고 굶주린 채 버려진

악어가 흘린 눈물은 위선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건 단지 '악어의 눈물'일 뿐이라며

몽둥이로 더 세게 내려 쳤다.

생태계는 파괴되었고, 이제 악어새의 자리는 없다.

7.

전세계 저금리 유동성 장세에서 모든 나라 부동산이 올랐는데 이게 현정권 탓으로만 볼건 아니다.

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 주장에 이렇게 반문해본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만 날카롭게 올랐을까?

서울 아파트는 현정권 출범전

세계 14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출범후 4년동안 12계단 상승해서

이제는 홍콩 다음으로 가장 비싼 도시가 되었다.

영국(런던), 싱가포르, 일본(도쿄), 중국(베이징),

미국(뉴욕)까지 단번에 제낀 결과다.

우리가 돈이 더 많이 풀렸을까?

아니다. 규제 역효과가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8.

민주당은 서울, 부산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 했다.

서울 25개구를 모두 내주고

분노의 민심을 목격 했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21대 총선에서 지지도 60%, 180석이라는 성적표로

거대여당을 만들어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업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하는 그랜드슬램(4관앙)을 달성했었다.(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로 지지도를 끌어올렸었다.)

이들이 진정한 '진보'였다면,

이러한 민심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제대로 사회를 '진보' 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수많은 사회주의자들이

하던 실수를 그대로 답습했다.

그건 바로 '내가 절대 선이다' 라는 오만이다.

180석의 독이든 성배를 들이키고 그들은 독주했다.

'자신감'이 지나치면 '교만'이라 했다.

'결단력'이 지나치면 '독재'라 했다.

'용기'가 지나치면 '객기'라 했다.

그들은 조국사태, 윤석렬 사단 뿐만 아니라

25번의 부동산 규제를 내놓는 과정에서

교만, 독재, 객기를 모두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으로

점을 하나 찍었는데, 그게 바로 '위선'이다.

교만, 독재, 객기, 위선

사람들은 이것을 빗대어 그들을

'내로남불'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급기야 뉴욕타임즈에

이번 재보궐 참패의 원인으로

Cho Kuk과 Naeronambul이 소개되었다.

임대차 3법 시행직전에 자신의 집의

전세가격은 14% 올려 받았던 김상조.

그가 교체될 때 한 언론의 캐치프레이즈가

인상에 남는다.

공정을 외친 위선의 퇴장.

그렇다. 이제 공정을 외쳤던

위선과 오만이 퇴장할 시간이 되었다.

LH사태가 터졌을 때도

그들은 끝까지 '투기꾼'프레임으로 일관했다.

집값상승의 원인이 정책실패가 아니라

이러한 투기꾼들 때문이라는 논조로 사과했다.

끝까지 개탄스러웠다. 정책실패에 대한 사과였다면,

정책 수정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개, 돼지 혹은 바보가 아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절대 선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당신들이 평생 시간을 바쳐

중요하게 여기는 이념적 투쟁에는 큰 관심 없다.

사람들은 '이념'보다 '현실'세계에 산다.

'투쟁'보다 지금 내 가족과 내 삶이 더 소중하다.

당신네들 가족과 삶이 소중한 것처럼 말이다.

당신네들이 가지고 있는 그 집 처럼 말이다.

당신네들이 올려받은 그 전세값 처럼 말이다.

Naeronambul

앞으로 1년간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