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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제 과거(무주택 전세 기간)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회사가 송파구에서 분당구로 이사가서 저 역시 송파구(전세)에서 남하(?)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다 성남시 수정구의 어느 빌라 2층으로 이사간 게 2009년 가을이었습니다.
처음 그 집을 보러갈 때 언덕을 올라가면서 '여기 겨울에 엄청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겨울이 되고 눈이 오니 이웃들이 부지런히 눈을 쓸더군요.
사회 초년생일 때, 반지하->옥탑을 거치면서 '전세'라는 게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집주인은 내 전세금을 받고 집을 빌려주고 2년 후에 그 전세금을 그대로 나에게 전해준다? 그럼 집주인에게 남는 게 없잖아?
그땐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모를 때였지요. 그래서 무조건 전세는 세입자에게 유리하고 난 2년후에 손해를 1도 안본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집주인이 2년이 지났는데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겁니다. 너무 좋았죠. 그렇게 전세 6천에 6년을 살았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전세 8천으로 올려버립니다. 갑작스러워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들이 장가를 가서 돈이 필요하답니다. 그때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습니다. 집주인이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세금은 올라갈 수 있는 거구나. 전세라는 게 안정된 주거 형태가 아닐 수 있구나. 그래서 외곽에 집을 알아보고 등기치고 무주택 인생을 끝낸 게 2016년입니다.
전세사는 사람들이 착각할 수 있는 게 '2년 뒤에 내 전세금을 그대로 받으니 난 손해본 게 아니다(본전이다)'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게 착각이 아니려면 그 손해는 전세주는 집주인이 봐야 합니다. 그런데 전세를 주는 집주인들이 미쳤다고 (집단적으로) 손해볼 짓을 하고 있을까요?
일단, 전세주는 집주인의 입장에서 바라봅시다. 여기서 '갭투자' 라는 용어가 빠질 수 없습니다. 전세는 '갭투자'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우니까요.
내 소유의 집을 가지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 매매가의 50~10%의 자금만 있으면 소유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건, 아주아주 매력적인 거래(deal)인 겁니다.
물론, 들어가 살 수는 없지요. 전세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매력적인 '갭투자'가 성립합니다. 이러한 갭투자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세입자는 고마운 동업자(?)인 셈입니다. 전세 세입자는 자신도 모르게 집주인과 동업 비슷한 관계가 됩니다.
여기서 전세사는 사람들이 착각할 수 있는 게 또 있는데요. '집주인은 내 전세금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을 것이고 그래야 한다'입니다. 물론, 그러한 집주인들도 있을 겁니다(감히 단언하건데, 10% 미만일 겁니다). 하지만, 갭투자 집주인들은 애초에 받은 전세금이 없었어요. 이분들 대부분은 그 '갭'(매매가-전세금)을 대출없이 지불했고, 한 가지 리스크는 전세금이 내려가면 매꿔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전세 만기가 됐는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전세금을 줄 수 있다는 집주인의 말에 분노하는 세입자에게, '자신의 상황이 어떠한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갭투자인 경우 매매가는 '갭 + 전세금'입니다. 갭은 집주인이, 전세금은 세입자가 부담하죠. 전세라는 제도는 집주인은 소유권을, 세입자는 주거권을 확보한 형태입니다. 임대차보호법이 있긴 하지만, 주거권이 소유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주거권은 계약기간(예, 2년) 동안만 존재하니까요. 심하게 말하면, 갭투자인 경우, 전세 세입자는 갭투자자에게 '이용당하는 형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편, 전세 임대계약에서 돈을 빌려준 세입자는 채권자이고 집주인은 채무자입니다. 집주인은 채권자에게 이자를 주는 대신 계약기간동안 주거권을 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채권자는 채무자의 눈치를 보게 되지요. 희한하게요. 보통, 채권자가 갑인데, 전세는 그렇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세입자는 빌려준 돈(전세금)을 떼일 수 있는 리스크 때문에 불안해합니다. 그리고 이런 리스크를 법이 완벽하게 해결해주지도 않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해결하려면 집주인이 갭투자자인지, 계약당시 집주인의 채무상태가 어떤지, 집주인이 대출/채납/경매시 자동으로 세입자에게 통보된다든지 등의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걸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은행에는 고객이 맡긴 돈의 일정 비율을 보유해야 하는 지급준비율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갭투자 집주인은 전세금을 모두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요. 아직도, 전세가 세입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얘기한 것들은 집주인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전세라는 제도를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전세 덕분에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소유권을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 엄청난 이득은 전세 세입자 덕분이지요. 이 모든 걸 알면서, 매매가의 절반인 전세로 어느 지역의 좋은 학군과 인프라를 누리겠다면 다른 얘기일 겁니다.
전세 인생을 끝내고 유주택 인생을 살고 있는 제가 무주택 전세 임차인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단 하나입니다. 현재, 감당할 수 있는 금액(현금+대출)으로 외곽이라도 유주택 인생을 시작하거나 유주택 인생을 준비하라는 겁니다. 저는 수정구의 집주인이 조금 더 일찍 전세금을 올렸더라면 좀 더 일찍 유주택 인생을 살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워합니다. 전세라는 환상에서 빨리 빠져나오시길 바랍니다. 여건이 안되시면 갭투자하고 남은 금액으로 월세나 전세사는 걸 추천드립니다. 무주택보다 낫다고 보거든요. 제가 다시 얘기하지만, 미국에서는 무주택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린답니다.
아래는 <환상속의 그대>의 가사 중의 일부입니다.
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
그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
꼭 잘될거라고 큰소리로 말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대가 살고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세상은 Yo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위로 뛰어다니고
그대는 방 한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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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저도 만약 일찍 자가소유에 대한 생각이 있었으면 서울에 대출 끼고 매수할수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나간 세월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