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말 "서울 아파트 중장기 하락장의 트리거"라는 글을 썼습니다.

서울 아파트 중장기 하락장은 과거 두 차례 있었는데

첫번째 하락장(1991~95년)은 대규모 공급(1기 신도시 입주),

두번째 하락장(2009~13년)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 확대가 트리거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장기간 하락시키고 싶다면

대규모 공급(입주)을 하거나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당장 대규모 공급(입주)은 요원합니다.

과거 서울에 중장기 하락장을 초래했던 1기/2기 신도시처럼

3기 신도시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3기 신도시 입주는 일러야 2026년부터입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0년 5.0만호 → 2021년 2.7만호 → 2022년 1.7만호로 급감합니다.

집값을 하락시켜야 하는데 대규모 공급은 아직 요원한데다

오히려 앞으로 2년간 입주 물량은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집값을 하락 전환시키려면

또는 최소한 상승폭을 축소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1~22년은 입주 물량 급감으로 집값 하락 가능성이 현저히 낮습니다.

매매가를 강력히 지탱해주는 전세가율이 지금도 높은 수준인데

입주 물량 급감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결국 2026년 3기 신도시 입주 개시전까지 다른 대안이 필요합니다.

우선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들이

대거 2023~24년에 입주하는 상황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남권에서만 둔촌주공, 개포1ㆍ4단지,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잠실 진주ㆍ미성크로바 등

대단지들이 줄줄이 입주하기 때문에 전세가부터 타격을 줄 것입니다.

(위 단지들의 조합원 비중이 높고 일반분양 비중이 적어서 영향이 없다는 의견이 간혹 있으신데

이 단지들은 이미 멸실되어 조합원들이 다른 어딘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완료후 이 분들이 다시 돌아오면, 이분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집들은 비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단지들이 재건축 완료되면 현 시점보다 공급 순증효과가 있는게 맞습니다.)

그러나 2021~22년 입주 물량 급감으로 한껏 전세가가 부풀어올랐을 것이기 때문에

2023~24년 입주 물량 증가로 다시 전세가가 내려가도

유의미한 수준까지 하락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유의미한 수준이란 2020년 이전의 전세가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을 더 확대시키기 위해

전세가를 더 낮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규제의 원복" 입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8년 12월 31일 입주를 개시한 헬리오시티를 2019년 입주 물량으로 간주할 경우

2019년 5.4만호, 2020년 5.0만호에 이르러 상당히 많은 물량이 있었습니다.

이는 2008년 5.4만호 이래 11년만의 최대 입주 물량으로

결코 작지 않은 물량 부담이었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으로는 2019~20년은 전세가가 하락했어야 맞고

이것이 매매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해당 시기에 전세가가 오른 것은 바로 "규제의 부작용" 탓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에 실거주 기간을 삽입하여

집주인들로 하여금 양도차익이 높은 서울로 회귀하게 만들어 전세 매물을 감소시켰고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 수요가 증가되었으며

인위적인 분양가 조정이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시기 지연을 초래해 입주도 늦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임대차3법까지 가세하여

전세 유통 매물을 감소시키고 전세가를 폭등시키는 바람에

매매가 급등 및 대규모 입주 물량에도 불구하고 전세가율 하락폭이 최소화되었습니다.

(전세가율 : 2018년 12월 59% → 2021년 4월 56%)

이러한 규제의 부작용으로 오른 전세가는

실제 가치보다 오버슈팅된 버블이 껴있다고 판단되므로

해당 규제가 원복될 경우 다시 꺼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집을 매도할 계획이 있는 유주택자분도,

집을 매수할 계획이 있는 무주택자분도

바로 이런 "규제의 원복" 여부를 눈여겨보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서울 부동산이 사상 최장 기간 상승을 달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와 "정책의 부작용"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는데

그중 한축인 정책이 기존대로 원복될 경우

"정책의 부작용"으로 초래된 상승폭은 반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2022년 대선을 눈여겨보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 전세가율과 중장기 고점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지난 상승장을 돌이켜보면 한강 이남, 특히 강남3구는 2007년 상반기가 고점이었고

한강 이북은 2008년 하반기가 고점이었습니다.

2007년 상반기 한강 이남의 전세가율은 37% 내외까지 떨어지면서

매매가의 고점을 형성한 반면

2007년 상반기 한강 이북의 전세가율은 무려 50% 내외에 이르러

매매가의 고점이 더 지연되었습니다.

그 이후 한강 이북의 전세가율은 계속 하락하다가

2008년 하반기 41% 내외에서 더이상 하락하지 않았고

그때를 기점으로 매매가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2021년 4월 기준 전세가율은 한강 이남 55%, 한강 이북 57%로 별 차이는 없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과거 상승장과 달리 이번 상승장의 고점은

한강 이남과 이북이 시기상으로 별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 집값을 잡는 방법으로

일각에서는 주택임대사업자의 세금 혜택 박탈 내지 축소가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러한 방법의 효과에 대해 논하기 앞서

이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기사화되었듯이

제도를 만든 당사자가 제도를 이용한 국민을 적폐로 모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가 있으며

세제 혜택을 당근으로 제시하여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는데

이 세제 혜택을 박탈 내지 축소한다는 것은

이익을 침해하는 침익적 규정의 소급 입법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