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장을 갔다 분당으로 올라오는 도중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모처럼 연락이 왔다.

머뭇거리며 말을 꺼내는 친구에게서 십여 년 전 헤어졌던 옛 여자친구의 소식이 들렸다.

정연이. 십여년전 헤어졌던 여자친구 그 친구가 왜.. 그곳에

정연이가 친구가 근무하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나 보다. 그 병원은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환자들의 마지막을 돌봐주는 병원이라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길어야 한 달 정도라는 말에 그 친구와 추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우리가 헤어진 후에 정연이는 바로 1년간 어학연수를 떠났다고만 들었다.

27살 동갑네기였고 나는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라 생각했던 정연이는 현실을 생각하며 결혼 얘기를 싫어했다.

소소한 문제로 자주 다투던 우리는 헤어졌고 10개월 후 다른 여자와 난 결혼을 쫓듯 했다..

그렇게 두 아이의 아빠로서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으로서 잘살고 있었고 정연이도 어디선가 잘살고 있으리라는 생각만 했다.

그때는 싸이월드 시대였고 인스타나 페이스북이 없던 시대라 어느 순간부터 소식을 접할 수 없었고 구글링을 해봐도 별다른 소식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부지불식간에 정연이의 소식이 나에게 배달된 것이다.

친구는 나에게 정연이가 떠나기 전에 한번 얼굴이라도 보러 오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했고 마음은 심하게 고민되었다.

옛정으로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는 게 예의일까. 현재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위해 그런 행동은 실례일까.

친구에게 난 못 간다고 말했다..

차라리 친구가 정연이의 마지막 말을 나에게 전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울지 않았을 텐데..

별 얘긴 아니었다.

정연이가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는 얘기. 죽음을 앞두고 되돌려 생각해보니 서로 너무 사랑했는데 결혼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피하기만 했던 과거가 너무 후회스럽고 누군가에게 쫓기듯 결혼한 듯 날 보며 지난 십여 년간 미안해했다고.

난 그 얘기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난 정연이가 적어도 우리가 결혼하지 못한 책임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었나 보다.

마흔셋 아직 젊은 나이에 죽음이라는 운명이 다가왔을 때 즘 나에게 꼭 전하고 싶었나 보다.

헤어지던 날이 생각났다. 그때도 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많이 울었다 산 사람을 이젠 못 본다니 가슴이 뜯어지는 것 같다며 울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제 곧 죽어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너무 흘러 고속도로 운전을 도저히 못 하겠다.

이러다 큰 사고 나겠다. 난 오토파일럿을 활성화했다. 테슬라의 자율 주행 기술은 기가 막혔다. 

칼같이 차선을 지키며 고속도로를 주파하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6개월 전에 구입한 모델3인데 정말 잘 산 것 같다.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