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삼성전자가 명실공히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큰손'임이 입증됐다.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3년 만에 미국 인텔을 제치고 매출 기준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반도체 구매 액수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2021년 글로벌 반도체 고객업체 톱10 명단'에서 삼성전자는 7.8%의 점유율로 미국 애플(11.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구매에만 457억75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전년(356억2200만달러) 대비 28.5% 늘어난 규모다.

가트너는 반도체 부족 현상 및 코로나19 팬더믹에 따른 비용 증가 영향에 삼성전자의 지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생산하지만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완성품에 많은 반도체를 구매해 사용하는 회사다.
스마트폰과 TV 등 모든 상품의 판매가 호조세를 보임에 따라 반도체 구매도 덩달아 늘었다는 분석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지출을 34.1%, 비메모리 칩 지출을 23.9% 늘렸다.

삼성전자의 경쟁업체인 애플은 같은 기간 반도체 구매에 682억6900만달러를 지출했다.
전년(541억8000만달러) 보다 26% 늘어난 규모로 '아이폰12·13' 모델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중국 레노버(252억8300만달러·32.9%)와 BBK일렉트로닉스(233억5000만달러·63.8%), 미국 델(210억9200만달러·25.4%), 샤오미(172억5100만달러·68.2%), 화웨이(153억8200만달러·-32.3%) 등이 뒤를 이었다.
세계 10대 반도체 회사 중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만이 구매액이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5835억달러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가트너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디지털화를 가속화시켜 반도체 매출 시장이 오는 2030년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94조1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3년 만에 세계 1위 판매사의 자리를 탈환했다.
3년 간 1위 자리를 지켜온 인텔은 지난해 90조446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삼성전자와 비교해 3조7137억원이 적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재택근무 및 원격수업 증가로 메모리 수요가 증가해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인텔의 경우 주력 상품의 매출이 제자리 수준을 기록하며 전체적 매출도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정보통신(IT) 투자 확대 등으로 올해 메모리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올 1분기 이후를 업황 반등 시점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 예상치는 312조8426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1.9% 증가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