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니까 별별 황당한 소리가 나오네요.

다음 댓글 추천도 그렇고(추천 1200 이상, 비추천 200), 부포 타노스 글에 해당 댓글이 베댓도 되고(12 추천), 정자게에도 해당 내용 그대로 믿고 글쓰는 사람도 있네요. 정자게글도 추천 3이네요.

내용은 이래요.

1. 대법원이 2017년에 선고한 사건 중, 화천대유가 기부채납한 1공단 공원부지에 대한 소유권 관련 소송이 있다.

2. 그런데 그 소송의 주심이 권순일이다.

3. 따라서 권순일은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이전에 이미 화천대유를 알고 있었다.

결론을 미리 적죠. 완전히 틀렸습니다.

1. 해당 사건의 사건번호는 2014다45126입니다. 이것 하나만 봐도 이 사건 판결문이나 사건기록에 화천대유가 등장할 수 없습니다. 

따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유는 소송의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시점은 마지막 사실심인 2심의 변론종결시까지고, 대법원은 서면을 제출하는 기한이 사건 접수 후 매우 짧은 기간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2. 해당 사건의 주심은 권순일도 아닙니다. 

3. 따라서 모두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1.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4다45126 소유권확인 등 사건

판결 전문은 링크에서 보는 게 가능합니다.

우선 대법원 사건번호 앞 숫자는 대법원이 상고장 접수한 연도죠. 즉 이 사건의 상고장은 대법원에 2014년에 도착했습니다(제출 자체는 2심 법원에 함). 2013년 말에 2심 법원에 제출됐을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화천대유는 2015년 2월에 만들어졌죠. 만들어지지도 않은 회사가 2014년 이전에 진행된 1, 2심에서 언급될수 없죠.  

2. 그럼 대법원 판결 선고가 2017년이었으니 대법원에서 중간에 화천대유에 대한 내용이 기재된 서면이 제출될수 있지 않느냐? 역시 아닙니다.

모든 소송의 사실관계는 사실심 법원인 2심의 변론종결 시점까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소송 한번이라도 한 분은 들었겠지만, 판사가 마지막 변론기일에 변론종결한다는 말을 하죠. 더 이상 주장할 내용이나 제출할 증거가 없다는 것을 당사자들에게 확인하고 나서요.

즉 2심의 변론종결시점 이후에 새롭게 발생하거나 변경된 사실관계는 소송에서 판단의 대상 자체가 아닙니다. 다만 판결에 영향을 미칠 내용이라고 판사가 판단하면 변론재개를 해서 계속 진행될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2014년에 상고된 사건에서 2015년의 화천대유가 기재된 서류를 낼 이유가 없어요. 내도 아무런 효과도 없죠.

3. 대법원은 1, 2심과 달리 서면을 계속 낼 수 있는게 아닙니다. 

대법원이 상고인의 상고장을 접수하면, [상고장을 접수했고, 상고의 이유를 상세히 적은 상고이유서를 본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제출하라]는 내용의 상고접수통지서 라는 서류를 상고인에게 보냅니다. 

상고인이 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면 대법원은 피상고인에게 부본을 보내주면서,  상고이유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상고이유에 대한 답변서를 내라고 안내합니다. 상고심은 2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이라는 상고인의 주장을 판단하는 거라서 상대가 답변서 안냈단 이유만으로 상고인의 주장이 인정되진 않습니다.

상고이유서를 기한 내에 안내면 상고기각입니다.

따라서 상고심에서는 1, 2심처럼 여러개의 서면을 계속 내는게 아닙니다. 다만 기한 내에 상고이유서가 제출됐다면 나중에 상고이유서에 기재됐던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상고이유보충서를 낼수 있죠. 상고이유서에 없었던 상고이유는 보충서에 새로 기재해서 내도 대법원은 무시합니다. 상고이유보충서가 제출된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에도 이게 명시돼 있어요.

민소법 제427조(상고이유서 제출) 상고장에 상고이유를 적지 아니한 때에 상고인은 제426조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제428조(상고이유서, 답변서의 송달 등) ①상고이유서를 제출받은 상고법원은 바로 그 부본이나 등본을 상대방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②상대방은 제1항의 서면을 송달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다.

③상고법원은 제2항의 답변서의 부본이나 등본을 상고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4. 해당 사건의 주심이 권순일이었나?

판결문 정본 마지막에 판사 표시는 본래 이래요.

재판장 대법관 ㄱㄱㄱ

            대법관 ㄴㄴㄴ

주  심  대법관 ㄷㄷㄷ

            대법관 ㄹㄹㄹ

인터넷에 이걸 줄여서 표시할 때는 이래요.

대법관 ㄱㄱㄱ(재판장) ㄴㄴㄴ ㄷㄷㄷ(주심) ㄹㄹㄹ

쉼표를 안하니 착각한건데 보통 보충하는 괄호를 뒤에 넣지 앞에 한 칸 비우고는 안 넣죠. 

그래서 살펴보면 해당 대법원 판결의 주심은 권순일이 아닙니다. 조희대라는 대법관이었어요.

비교하기 쉽도록 다른 대법원 2005다37185 판결의 판결문 조회를 두곳에서 한 이미지를 첨부하니 참고하세요.

마지막으로 대법관이 1년에 맡는 신규 상고건이 3600건 넘어요. 전체가 아니라 주심 1인당 건수에요. 1년안에 다 선고하는 건 아니지만 건당 백쪽만 잡아도 36만쪽, 3백쪽짜리 책 1,200권입니다. 사건당사자 이름도 아닌데 기록에 몇번 나온다고 이름을 알거다 생각하는 게 참 재밌어요. 권순일이 대법관 6년 하면서 몇건의 기록을 봤겠습니까.

일단 글 저장하고 이미지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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