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고민 끝에 그냥 고급형 워머(R190 PRO)를 질러버렸습니다..

여러 불편점에도 불구하고 워머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발'의 방한이었어요.

따뜻한 신발을 신으면 문제가 별로 없을 지 모르겠으나

출근 복장으로서 슬립온 형식의 구두를 신고 있는데

신발의 형상이 발등이 바로 노출되는 구조라 발이 너무 춥더라고요..

오늘도 설명서를 읽어가며 장착을 시도해봅니다..

똥손인 저는 설명서만으로는 안 돼서 유튜브 영상, 네이버 검색 등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고무발판을 뜯고 볼트를 체결하여 브라켓 같은 것을 설치하는데

고무워셔를 엉뚱하게 설치하는 바람에 다시 꽂는 등 생쑈를 했네요..

손재주 없는 똥손은 웁니다...

(브라켓 설치하고 나면 고무발판이 딱 맞게 안 들어가서 대충 욱여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차저차 중간설치 완료입니다.

계기판쪽에 볼트로 고정하는 거 시도하다가 잘 안 돼서

힘으로 하다가 볼트 하나 부러지고... (이상하게 부러지면서 체결은 됐더군요.. 나중에 어떻게 뺄지...)

라디에이터 그릴 쪽에 기존에 있는 볼트를 빼고 줄을 묶으라고 되어 있는데

들여다보니 볼트가 하나도 없습니다... -_- 중고 매물을 살 때 이런 것까지는 안 보고 샀는데 엉망이네요..

어마어마한 시행착오 끝에 체결을 다 하고

가장 걱정이었던 '주유'를 해보러 잠시 나서봅니다.

집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 (1km 남짓)에 주유소가 있어서

평소에는 바이크 탈 때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방풍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반바지 & 맨발 슬리퍼 차림으로 주유를 하러 나섰습니다.

지금부터 워머의 후기를 남기자면...

1. 승하차: 생각보다 훨씬 불편합니다.

-> 제가 제대로 설치를 못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스탠드를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손으로만 중심을 잡으면서 승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혹시 팁 아시는 분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사이드스탠드를 세워둔 상태에서 왼쪽에서부터 오른다리를 밀어넣다시피 승차해야 겨우 자세가 나오네요..

    내릴 때도 마찬가지로 되게 불편했습니다. 오른 다리를 자연스럽게 빼내기 힘들고 뭔가 뽑아내는 느낌이 되네요.

2. 정차 중 다리 내리기: 생각보다는 훨씬 편합니다.

-> 의외로 큰 간섭 없이 내려져서 이 부분은 별 불만이 없습니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당연히 불편합니다.

3. 방풍성능: 부위별로 좀 다르지만 기대했던 수준에 살짝 못 미칩니다.

-> 가격이 아무래도 비싸다보니 어마어마한 성능을 기대했던 탓이겠지요.

    부위별로 방풍 느낌을 표현해보자면 아래와 같을 것 같습니다.

    워머가 없을 때 맞는 바람을 100%로 나타냈을 때

    종아리(50%), 허벅지 바깥 옆쪽~엉덩이 옆라인 (20~30%), 발 (15~20%), 허벅지 윗쪽(1%) 정도인 듯합니다.

    완벽하게 포근하게 들어가있는 허벅지 안쪽은 실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람이 안 들어옵니다.

    앞으로는 바람이 거의 안 들어오는데, 타고 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있는 유격이 있어요.

    그 유격으로 바람이 조금씩 들어옵니다. 워머를 대지 않은 것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그래도 바람이 약간 돌아쳐서 들어온다는 느낌이 듭니다.

    겨울에는 방풍도 중요하지만 보온도 중요한 요소일 텐데

    워머는 방풍 보다는 보온 측면에서 조금 더 유리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발쪽으로 바람이 확실히 덜 들어오니 좋았습니다.

4. 주유 시: 생각보다는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 물론 편한 건 아닙니다만, 확실하게 걷어올리고 주유하면 괜찮은 듯합니다.

    사이드 스탠드를 세우면 차체가 왼쪽으로 기울다보니, 오른쪽에서 주유를 시도하는 편이 더 편했던 듯합니다.

    (메인 스탠드를 세우고 주유를 하는 편이 수평 맞추기에 더 좋겠으나, 귀찮아서 그렇게까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아주 추운 겨울이 되지는 않아서 돈값 (23만원... ㅂㄷㅂㄷ...)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일같이 주섬주섬 덧바지를 걸쳐입지 않아도 되는 점은 분명한 장점인 듯합니다.

하지만 지갑에 큰 타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100점은 못 줄 것 같고

지금까지는 70점 정도 줄 수 있을 듯한데, 써보면서 만족감이 더 느껴지면 그때 재평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