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장비 풀세트로 무장하고 북악스카이웨이를 다녀왔다. 헬멧 핀락은 잘 작동하는지, 방풍, 방음은 어떤지, 장갑의 그립과 부츠의 편의성은 어떤지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수 없었다.

시간은 오후 4시 40분 무렵, 뉘엿뉘엿 해가 산을 넘어가던 도중이었다. 바람은 강하지 않았고, 노면상태도 (염화칼슘이 흩뿌려진 부암동쪽 두어 군데만 제외하면) 그럭저럭 괜찮았다.   

1) 헬멧: AGV K-3 SV ELEMENTS  

나의 첫번째 오리지널 풀페이스 헬멧.   

  쉴드를 내리자, 세상이 고요해졌다. 훨씬 더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전에 쓰던 SOL 모타드헬멧도 나쁘진 않았지만, AGV 헬멧이 한 차원 더 높았다. 헬멧은 합격. 거기다 무게도 200g 정도 더 가볍다고 하는데, 체감상으로는 제법 더 가볍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장거리를 달려도 좋겠다. 

  SOL 헬멧도 그랬고, 그 이전에 착용하던 MT 오픈페이스 헬멧도 XL였는데, 이번 AGV 헬멧은 L 사이즈가 XL보다 더 편했다. 아시안 핏이라는데, 기분좋게 밀착하는 느낌이 훨씬 더 편안한 착용감을 주었다. 헬멧은 대 만족!!

2) 알파인스타 S-MX3

역시 내 생애 첫 라이딩 부츠. 발과 발목 보호는 물론이고 발목을 조여주는 느낌이나 기어변속시 움직임에서 일반 신발을 신을 때보다 훨씬 더 유리했다. (단, 그냥 땅을 걸을 때는 썩 편한 건 아닌 듯) 

  사실 라이딩 부츠는 여태까지 한 번도 신어본 적이 없을 만큼 별로 생각하지 않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라이딩에 대해 공부하면서 손목과 발목이 라이딩 사고 시에 많이 다치는 부분이라는 걸 실감했다. 그래서 일부러 손에 맞는 라이딩 장갑과 부츠를 사러 꽤나 발품을 많이 팔았더랬다. (알파인스타는 2월부터 가격인상 소식이 있다는 첩보가...) 

  라이딩 시에 기어변속에 있어 발과 클러치 페달 사이의 유격을 줄여서 시간손실을 줄이라는 말을 본적이 있었다. 솔직히 그게 얼마나 된다고...하면서 그냥 지나갔었는데, 알파인스타 라이딩부츠를 신으니 자연스럽게 유격이 사라졌다. 부츠의 두께 때문인데, 부츠의 적당한 디자인과 두께 덕분에 기어변속이 더 편하고 빨라졌다. 순전히 라이딩 시점에서만 보자면 부츠도 대 만족! (걸을 때는 좀 불편...) 

3) 코미네 GK-799WP Protect W-Gloves

나는 손이 작은 편이라서 S 사이즈가 맞는데, 웃기는 건 내 손이 S 사이즈가 맞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장갑은 바이크샵에서 서비스로 받은 것, 아내가 선물해준 것 등 남이 준 것만 끼고 다녔던 탓이었다. ㅠㅠ 

  장갑은 보호기능과 더불어 '그립감'이 중요하다. 사실 라이딩 장갑은 그립감이 떨어지거나 불편함이 느껴져서 좀 꺼리는 부분이 있었다. 보호도 좋지만, 핸들 조작 자체가 불편하니까. 그런데 코미네 장갑은 의외로 손에 착 붙는 착용감이 좋았다. 다만 다른 손가락은 다 괜찮은데 엄지손가락 부분이 좀 컸다. (라이딩 할 때 골무라도 껴야 하는 건가...OTL) 하지만 이전에 착용하던 장갑들보다 착용감이 훨씬 좋아서 손을 움직이는데도 좀 더 자신감이 붙었다. 점수를 준다면 대략 85점?

 그 외 블랙비자칼 라이딩진은 아주 만족하면서 잘 입고 있고, 코미네 라이딩자켓은 올 겨울 내내 내 유니폼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겠으나, 만에 하나 슬립을 하더라도 내 몸을 지킬 방비는 완료한 셈. 

팔각정에서. 수도 없이 지나다니는 길이긴 한데, 정작 팔각정 안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은 한 번 들어갔다 올까 싶었지만, 여전히 입구에서 돌아나왔다. 다음에 누군가 커피 한 잔 같이 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혼자서는 잘 안들어가지는 곳.    

  풀페이스 헬멧과 부츠 때문에 생긴 자신감일까? 오늘은 나도 모르게 적극적으로 코너링을 하면서 덩달아 엉덩이 이동을 했다. 하다보니 재미가 붙어서 속도도 더 내보고, 유턴을 해서 다시 돌아보기도 했다. 여름이었다면 더 빠르게 해보기도 했을 텐데, 속도를 내는 것 만큼은 참았다. 주로 50km대를 유지하면서 돌았다.    

그림과 같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거의 비슷하게 엉덩이를 이용해 체중이동을 했다. 라이딩하기 전에 미리 생각했던 게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해봤다는 게 신기하다. 

  린아웃(Lean-Out) 자세를 잡으면서 여기에 체중이동까지 시켜주니 바이크도 훨씬 더 안정적으로 기울일 수 있었고, 코너링도 부드럽고 빨라졌다. 운동이라면 젬병인 내가 바이크를 가지고 이렇게 움직여간다는 게 참 기분좋았다. (바이크는 몸치 교정에도 좋습니다?^^a)  

부암동에서. 우리 식구들이 좋아하는 치킨집 <계열사>가 휴무일이라서 처음으로 그 옆에 있는 <사이치킨>에서 후라이드와 숙주샐러드를 GET. (오? 괜찮은데?!!) 

  바이크를 타는 덕분에 집안에만 콕 틀어박혀 있기 좋아하던 내가 여기저기 몸을 움직여 찾아다닌다. 게으른 성격인데도 바이크를 수리하고, 세차하고, 부지런히 용품을 챙긴다. 블로그도 더 재미있어지고, 글쓰기도 즐겁다. 

북악스카이웨이에서 성북동 방향으로 돌아오는 길. 스쿠터 탈 때도 자주 다녔던 길인데, 레드 하트를 타면서 이제야 '코너링'을 몸으로 알게 되다니. 바이크 덕분에 배우는 게 참 많구나 싶다.    

  내일은 또 어디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