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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포럼 입니다.

아산/천안 라이딩 후기입니다.^^13

[* 비회원 *]
등록일 2016-02-21 10:58
조회수 2387
http://blog.naver.com/flyjakka/220633441225

화창한 토요일, 아산 현충사로 향했다. 이순신 장군을 뵙기 위해서.

'이날 밤, 으스름 달빛이 다락을 비치는데 잠을 들지 못하고 시를 읊으며 밤을 지새웠다' (난중일기 1595년 8월 15일)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순신 장군은 실은 '실패자'였다. 그의 이력을 보라. 나이 스물 하나에 장가를 들고나서야 스물 둘에 비로소 무예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남들 공부할 때 놀다가 장가가고 늦게 철든 셈이다.

스물 여덟, 벌써 애가 둘인데 처음으로 응시한 무과에 낙방했다. 결국 서른 둘이 되어서야 겨우 무과에 급제해서 열 달을 대기하다가 간신히 함경도의 권관으로 부임했다. (내가 전업작가를 시작한 때도 서른 둘이다.)

서른 여덟, 군기경차관 서익의 허위 보고로 파직됐다가 다시 훈련원 봉사로 복직했다. 품계는 여전히 종9품. 서른 둘과 같았다.

나이 마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이순신은 여전히 변변치 못했다. 3년상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여진족을 물리치는 공을 세우고도 상관의 허위 보고로 또 파직당했다.

그러다 마흔 다섯에 정읍현감이 됐다. 전운이 감돌던 마흔 일곱, 진도군수, 가리포첨사로 연이어 발령을 받고 드디어 정3품 전라좌수사가 되었다. 전시戦時에 대비해 무관들을 발탁한 덕분이었다.

바람이 거셌다. 제주나 진도에서 만났던 강풍 같았다. 오뚜기라면 공장을 지나는데, CBR 여러 대가 마주쳐 지나갔다. 할리 한 대도 나를 앞질렀다. 라이더들은 모두 같은 마음인가보다.

벌써 아산방조제에 닿았다. 제주 투어 때는 무려 네 시간이나 걸렸는데, 이제는 불과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평균 속도는 80-90km, 코너링을 할 때 새삼스럽게 '카운터 스티어링'과 '에이펙스'에 집중했더니 오히려 코너링을 마치고 가속이 더 붙었다. 최고속도 108km 달성. (125cc라 더 내고 싶어도..ㅠㅠ)

아산만 방조제 입구.

아산만방조제 평택호 배수갑문.

지나는 길이라, 먼저 <공세리 성당>에 들렀다.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라는 어마어마한 별명을 지닌 곳으로 영화에도 여러 번 등장했던 명소다.

공세리 성당 본당. (나는 안다. 이런 성당에서 근무하는 게 사제에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성당이 예쁘다는 생각보다, 사제들이 죽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출신은 어쩔 수 없나보다.ㅋ) 무슨 행사가 겹쳤는지 관광객에 총회 참석자들까지 몰려서 성당 근처가 북새통이었다.

사람들을 피해 조용히 기도할 곳을 찾았다.

공세리 성당 성체조배실. 성체란 미사를 드릴 때 제병을 축성하여 예수의 몸으로 화하는 밀가루떡이다. 성체조배실은 고해성사실을 겸하는 경우도 있다. 가만히 들어가 기도를 올리고 나왔다. 몇 달 만에 성당에서 드리는 기도...

현충사로 향하는 길, 곡교천 '은행나무길'이 나를 반긴다.

가을이면 차들과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은행나무 길

아산은 이순신 장군의 외가가 있는 곳이다. 장군은 열 두살 때부터 줄곧 아산에서 살았다.

아산은 독특하게도 산과 바다가 모두 가깝다. 이순신 장군이 문무와 예를 겸비한 것도 아산에서 자랐기 때문은 아닐까?

평일 오후인데도 현충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3품 전라좌수사가 됐지만, 상황은 급박했다. 조정은 전쟁에 대비하기보다는 회피하기 급급했고, 수군은 육군보다도 더 엉망이었다. 평시平時라면 출세에 관심없는 이순신에게는 오지도 않았을 벼슬이지만, 전시戦時를 앞두고서는 그저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위험한 사지死地로 내몰린 셈이다.

관람시간이 끝났습니다. 어라? 동절기 입장은 오후 네시까지란다. 이럴수가. 장군을 뵈러 서울에서 달려왔는데,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날 좋은 때 다시 오라는 것으로 알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이순신 장군의 삶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마흔 여덟부터 전란이 끝나는 쉰 넷까지 가장 빛났다. 그러나 가장 빛나는 순간에 거짓말처럼 끝나버렸다. 마치 임진왜란에서 적과 싸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이, 이순신 장군은 오로지 54년 길지 않은 삶 내내 외롭고 궂은 삶을 살았다.

"생에 여한은 없을까?"

새벽에 아우 여필(여필)과 조카 봉, 아들 회가 와서 이야기했다. 다만 어머니를 떠나 남쪽에서 두번이나 설을 세니 간절한 회포를 이길 길이 없다. 1592년 1월 1일.

오늘이 곧 어머니 생신날이건만 이런 적을 토벌하는 일 때문에 가서 축수의 잔을 올리지 못하니, 평생 한이 되겠다. 1593년 5월 4일.

난중 일기 곳곳에는 어머니와 연관해 한스럽다는 표현이 연이은다. 충과 효가 부딪히니 결국은 효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순신 장군의 효심은 어디서부터 비롯하는 것일까?

현충사 입구. 부드럽고 유순한 산세가 마치 장군의 성품을 닮았다.

아쉬움과 의문을 쌓아두고 천안으로 향했다. 장군의 삶에 대해 더 들여다봐야겠다. 기대했던 만큼 배가 고파졌다.^^

이름이 '매운탕집'.

바이크 투어의 원칙. '경로는 항상 그때 그때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정한다.' 절대 미리 정하지 않는 투어의 원칙에 따라, 나는 가장 가까운 맛집을 수소문했다.

어죽 곱배기. 안성에서 일할 때 자주 먹었던 어죽. 매운탕은 혼자 시킬 수가 없으니, 어죽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게 왠 걸. 매운탕 열 그릇도 안 부러울 만치 너무나 맛있었다. 퍼지지도 않고 걸쭉하게 잘 스민 국물이 얼큰하면서도 맵지 않았다.

배를 가득 채우고 나서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었다.

아산에서 금새 천안으로 들어갔는데, 뜻하지 않게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과 마주쳤다. 뻥 뚫린 국도를 총알처럼 달려가는 게 라이딩의 매력이지만, 레드하트의 장점이라면 역시 도심 정체를 뚫고 나가는 날렵한 주행이 아니던가!

상습정체구간인지, 토요일 저녁인데 이런 정체를 만날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나는 레하와 함께 단숨에 돌파. ^^

천안 단대로에 있는 미소레 커피. 서울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어서 잠시 들렀다.

핸드드립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이것저것 취향을 묻고 '케냐'를 권한다.

나는 카페에 앉아 어둠이 내려앉기를 기다렸다. 이유가 있었다.

안개등 개시! 그동안 장착해놓고도 서울에서는 감히 켜지 못했던 안개등. (안개등은 구변도 안되는 단속대상이라서) 그저 드레스업 용도로만 이용했지만, 오늘은 드디어 안개등의 위력을 실감할 때가 되었다.

강/약/깜빡. 3가지 모드로 설정할 수 있는데, 약한 모드로 켜놓아도 헤드 밝기보다 훨씬 밝았다. ㅠㅠ

천안에서 용인까지 낮보다 더 빠르게 달렸다. 속도를 내려고 일부러 한 건 아니었다. 낮에 조심조심하면서 연습한 코너링이 몸에 배여들었나보다.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용인까지 내달렸다.

하루종일 바이크 위에 있었더니 그래도 피곤이 찾아온다. 주행풍이 너무 센 게 아쉽다. 날이 풀리면 좀 나아지겠지?

용인에서 성남, 분당으로 이어지는 길은 8차선 대로가 쭉 뻗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날씨만 춥지 않았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래도 너무 좋다.

분당에서 드디어 3,000km 마일스톤 달성!! 1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출고받은 이후에 거의 두 달만이다.

맞바람을 너무 많이 맞은 탓에 도저히 안되겠어서 잠시 우면동 동생집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피로회복제 1. 이제 갓 돌이 지난 조카. 딸이 없는 내게 찾아온 귀한 선물. ㅎㅎㅎ 이 녀석이랑 놀고 있으니 피로가 싹 가셨다.

피로회복제 2. 매제가 끓여준 진짬뽕. 처음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다!!@.@

피로를 풀고 나서 다시 집으로 향했다.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근처에서 같은 msx125를 타는 분을 만난 것 같은데, 좌회전 도중이라 인사를 못했다. ㅠㅠ

서울 시내로 들어오니 뭔가 분위기가 바뀌었다. 익숙한 길, 익숙한 느낌이 반가웠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집에 닿은 시간은 밤 11시 16분. 레하야, 오늘도 수고했어.

레하를 엘리베이터에 실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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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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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멋진 투어 근요~!!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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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비회원 *]

아산/천안이 둘러볼 곳이 많더라고요. 다녀오니까 더 가고 싶어졌습니다.^^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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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hyperyoo

멋진투입니다.. 나도 해보고파.. ㅠㅠ..

그나저나 .. 저게 .. 엘리베이터에 실리네 ㅋ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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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비회원 *]

어떤 분은 겨우내 베란다에 두셨다는..ㅎㅎ 무게도 100kg 밖에 안되서 뭐 거뜬합니다.^^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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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레쓰비@

아 마지막 엘레베이터가 압권이네요!!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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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비회원 *]

투어의 마무리는 엘리베이터입니다!^^*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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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동승이라니!!!!!!
저도 집으로 같이 델고 들어가고 싶어요 ㅠ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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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비회원 *]

머리맡에 놓고 잘까 싶어요. ㅋㅋㅋㅋ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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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야혼

정성스럽고 맛깔난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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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비회원 *]

감사합니다^^*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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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그래도_

헉.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니;; 테러로부터 100% 안전하겠군요.

2016-02-2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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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원파~

사진이며 글이며 멋잔 후기 감사합나다^ ^*

2016-02-22 *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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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하셔도 되겠네요.

2016-02-22 *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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