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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 후기, 그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나 (스포有) 35
분류: 영화리뷰
이름: 힙합팬


등록일: 2019-05-31 00:35
조회수: 7038 / 추천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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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을 보고 왔다. 왓챠 기준으로 450여편의 영화를 봤는데 이토록 충격적인 장면은 처음이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다시 포스터를 봤는데 1분간 멍 때리게 됐다. '황금종려상이 어떤 상인데?', '괜히 황금종려상 영화겠어?' 이런 멘트와 수식어 다 필요없이 내겐 충격적인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이 마음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부자와 빈자 그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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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괜히 봉테일이라 불리우는 것이 아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사회계층을 건드린다. 하지만 대중에게 익숙한 '부자'와 '빈자'의 모습이 아니다. 떳떳하게 자기 능력으로 자수성가해서 잘 살아가는 착한 부자와 생존을 위해서면 어떤 나쁜 짓이든 할 수 있는, 영화명 그대로 기생충의 모습의 빈자가 그려진다. 

 

* 빈자: 인디언, 반지하, 그림자, 척해야 생존한다, 재해에 떠내려 간 가구

* 부자: 미국, 대저택, 빛, 척하는 사람이 있어야 생존한다, 재해에도 끄떡없는 장난감 텐트 

 

봉준호 감독은 대중의 편견을 부수는데도 주안점을 두었다. 공식과도 같은 '가난한 자는 선, 부자는 악'이라는 권선징악 프레임을 부수고 뜯어냈다. 동시에 대중의 편견 밖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그려냈다. 이것이 봉준호의 디테일이자 그가 심리학자인 이유이다.

 

대저택을 정복한 기생충 가족.

"부자니까 착하잖아"

"아니야, 부자인데 착한거야"

이렇게 부부의 두 의견은 갈렸다.

 

개인적으로 기생충 부부의 주고받는 대사 중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대사이다.

 

 

[멀티 장르의 교과서]

 

백화점식 장르를 쫓아가다 망한 영화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기생충>은 달랐다. 봉테일의 디테일은 장르 구현에도 드러났다. 코미디, 좀비, 스릴러, 드라마, 19, 추리, 자연재해. 거의 모든 영화의 장르가 자연스럽게 녹아내렸다. 게다가 상업영화로서의 필수조건과 인디영화의 강점을 섞어냈다. 관객들은 쫓아가느라 손목시계 볼 시간도 없었을 듯하다. 이미 대중은 그의 장르를 '봉준호' 장르라고 부른다.

 

 

 

 

[아무 잘못없는 부자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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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장이 맡은 '냄새', 김기사의 '무계획'. 이 두개가 <기생충>의 핵심키워드라고 본다. 박사장과 아들이 맡은 냄새는 빈부격차의 간극을 제대로 보여주는 포인트였고, 김기사의 무계획은 결국 그런 엔딩을 만들었다. 서로의 선을 넘지 않으려던 두 남자. 그러나 그 선을 누가 먼저 넘기려 했는지는 아무도 계획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사장이 반지하 냄새나 지하철 냄새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 특히 '지하철 냄새'가 언급될 때는 관객 중 많은 사람들이 이입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박사장에 대한 불쾌감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박사장은 악의로 그 멘트를 한 것도 아니었고, 그들 앞에서 그런 표현을 한 것도 아니었다. 부부 사이에 그저 "이러이러한 냄새가 있었어" 이 정도의 팩트 공유만 했을 뿐이다(이 장면은 김 기사의 무의식적 무계획적 분노. 그 발단이기도 하다) 그들에 대한 악렬한 생각도 없었으며, 그들에 대해서도 에티켓을 지켰다(그들이 우연히 듣게 되었을 뿐)


반면에 그들은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법이며 윤리며 다 필요없었다. 사기 친 것이다. 집주인도 모르는 집 안에서, 재산은 마음대로 쓰여지고 있고, 나아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집안이 멋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심지어 CCTV까지 잘려있었고, 기생자를 목격한 아들은 트라우마에 걸렸다. 그러니 빈자-부자 프레임을 나누기 전에, 범법자들의 행태를 비판해야 한다고 본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쁜) 가난한 사람들이 (착한) 부자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영화 엔딩에 소개될까봐 조마조마했지만 소개되지 않았던, 망해버린 박사장 일가. 아무 잘못없는 부자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나.


칼을 들어야 했던 김 기사의 우발적이면서 무계획적인 분노보다

자수성가해서 깨끗하게 살았지만 자식 앞에서 살해당한 박사장에게 더 큰 연민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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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표현을 빌려, <기생충>은 정말 선을 잘 지킨 영화인 듯 하다. 비록 자본주의가 계급을 없앴지만 계층을 만들어냈듯, 지금 우리 사회도 사실상 계급과 같은 벽이 있다. 그 벽은 부자만의 산유물이라고만 볼 수 없다. 어쩌면 가난한 이들 역시 스스로 부자들에게 벽부터 치고 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자와 빈자. 빈부 간의 공감과 공생. 그것이 자본주의의 마지막 미션이 아닐까 싶다. 가난한 이들이 돈 때문에 목숨거는 일이 없는 미래를 기원하며..

 

(엉뚱한 생각)

 

봉준호 감독님이 인류학은 물론이고 심리에 엄청 관심 많은 것으로 안다. 이미 심리학자로도 불리시던데, 아주 개인적으로 조여정을 ISFP, 송강호를 ENFJ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와.. 자식 배우들 진짜 대박 연기 잘한다. 최우식이란 배우는 처음 알았는데 와 엄지척이다. 박소담 씨는 <검은사제들>때 부터 '미쳤구나' 싶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특히 변기담배씬은 그걸 생각한 봉준호도 봉준호지만 박소담의 연기력도 진짜 후덜덜했다. 아 근데.. 엉뚱한걸까? 김기택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살인의 추억이 떠올랐다. 살인 범죄를 저질렀으나 결국 저렇게 공소시효 만료될 때까지도 살 것 같다는 기분. 현실사회에서 몇십년전 범죄지만 아직도 못잡은 살인자들이 저런식으로 기생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진지한 상상도 해보았다.

본 게시글은 작성자에 의해 2019-05-31 09:38:57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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