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연출한 <멋진 세계>는 13년간 복역한 조폭 출신 남자가 이 전 과는 전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직 야쿠자 출신인 미카미(아쿠쇼 코지)는 13년간의 복역 생활을 마치고 후원자의 도움으로 세상과의 적응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심각한 몸 상태(엄청 높은 혈압수치)와 더불어 뜻대로 되진 않고 스스로 뭔가 해보려는 그에게 사회복지 대상자라는 정부 차원의 도움도 그는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마트 사장, 후견인, 그리고 공무원 담당자의 도움으로 조금씩 사회에 적응하려고 합니다.

한편 그의 수감기록을 입수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그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합니다. 미카미도 이에 흔쾌히 허락을 합니다. 하지만 행인을 괴롭히는 불량배를 폭력으로서 해결하는 미카미의 폭력적인 모습을 본 감독은 줄행랑을 치고 연락을 끊어버립니다. 하지만 다른 피디의 설득과 고심 끝에 다시 촬영은 시작되고 끊임없이 사회에 적응하고 좋은 인간들 사이에 지려내고 노력하는 미카미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그려집니다.

79년 작 이마무라 쇼헤이 마스터피스인 <복수는 나의 것>의 원작자인 사키 류조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맡고 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순수 '악'으로서 '이와오'라는 실존 인물을 그려냈다면 이 작품에선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려는 야쿠자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지만 지금 시대에 야쿠자로서 돈벌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한심한 짓이라는 것을 주인공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은 결심과는 다른 사회에서 그를 받아주지 않아 그는 옛 동료를 찾아가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동료의 모습에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가려 하진 않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세상은 사람으로서 그것도 좋은 주변인으로서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역할을 해낸 것은 일본의 국민배우인 아쿠쇼 코지입니다. 이미 수많은 작품들(특히 구로자와 기요시의 작품)에서 엄청난 연기와 캐릭터를 보여줬던 아쿠쇼 코지이지만 60세를 넘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멋진 세계>의 캐릭터도 충분히 높은 순위로 기억될 연기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 아쿠자로 지내온 캐릭터가 갱생을 하려고 하지만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폭력성과 더불어 세상에 순응하려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는 엄청난 입체감을 보여주는 연기를 합니다.

<아주 긴 변명>이라는 전작에서도 좋은 연출을 보여줬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세상과 단절된 인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긴 호흡으로 인물을 따라가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엔딩에서 그 처연하고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연출은 기억에 아주 오래 남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