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하우스 오브 구찌>는 실제 90년대에 벌어진 구찌 일가 살인사건을 원작으로 한 책을 극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트럭 회사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사무실에서 경리업무를 보는 파트리시아(레이디 가가)는 파티장에서 우연히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를 만나게 됩니다. 그의 성이 구찌라는 것을 간파한 파트리시아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하고 연인관계로 발전합니다. 마우리치오는 아버지 란돌프(제레미 아이언스)에게 그녀를 소개하고 결혼 승낙까지 받으려고 하지만 란돌프는 파트리시아가 돈을 노리고 접근한 거라며 아들을 타이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우리치오는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으면서 파트리시아의 집으로 들어가 살고 트럭 회사에서 일을 하며 자신이 그동안 공부해왔던 변호사의 꿈도 함께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란돌프의 형이자 마우리치오의 큰아버지인 알도(알 파치노)는 뉴욕에서 밀라노로 잠시 들어와 마우리치오와 파트리시아를 자신의 생일파티에 초대합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호전되어 보이지 않아 파트리시아는 알도에게 접근하면서 자신의 남편을 구찌 사업에 동행하려합니다. 마치 알도는 골치 아픈 친아들, 파울로(자레드 레토)를 대신해 마우리치오를 키워 보려하고 그들을 뉴욕으로 초대합니다. 생각보다 사업에 잘 녹아든 마우리치오와 자신의 꿈을 조금씩 이뤄가는 파트리시아는 조금씩 구찌 내에서 자신의 지분을 넓혀나갑니다.

명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패션계에선 엄청난 빅네임은 구찌 일가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90년대에 일어났던 한 여성의 끔직한 청부살인은 인간의 욕망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역할을 레이디 가가가 해내고 있는데 이젠 여배우로서 엄청난 입지를 굳힌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연기력을 떠나서 존재감 자체가 엄청납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이탈리아 태생의 여성으로 보이고 엄청난 노력이 있었겠지만 이탈리아 억양으로 연기한 캐릭터도 훌륭했습니다. 물론 예상했던 거 보다 캐릭터 자체가 내뿜는 '욕망'이 좀 더 강했으면 했지만 만들어진 캐릭터 내에서 레이디 가가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아담 드라이버,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모두 훌륭했지만 골치거리 아들 연기를 하는 자레드 레토의 연기는 신의 한수 인거 같습니다. 어느 집안에나 입는 골칫거리이지만 이 작품 속에서 파올로를 보면 안타까운 감정이 먼저 드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가 카리스마 강한 캐릭터인 알 파치노이니 더욱 더 기를 못 펴겠죠. 아이러니한 게 <대부2>에서 알 파치노의 둘째 형의 캐릭터와 너무 겹쳐져서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대부의 알 파치노, 즉 마이클인 끔직한 선택을 하지만 역시 아버지의 캐릭터는 거기까진 행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찌라는 엄청난 빅네임의 가족사라는 흥미로운 소재의 작품이지만 이야기 자체보다도 배우들의 캐릭터와 연기로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일 것 같습니다. 언제 또 다시 제레미 아이언스와 알 파치노가 한 테이블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