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아바시 감독이 연출한 <성스러운 거미>는 2000년 이란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일명 '순교자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란 최대의 종교 도시인 마슈하드에선 매춘과 약물을 하는 여성들만 노리고 살인을 하는 일명 '거미'라고 칭해지는 살인마가 위협의 대상이 됩니다. 한편신문사에서 좌천당한 기자 라히미(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마슈하드에 도착하자마자 여성으로서 불평등을 받으면서 살인마에 대해 조사를 시작합니다.

살인마는 살인을 저지른 직후 언론사에 전화를 해 시체를 유기한 장소를 알려줄 정도로 대담한데 라히미는 그 언론사를 찾아가 통화내역을 듣게 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취재를 위해 경찰서로 가지만 비협조적인 경찰의 모습에 좀 더 살인마에 가까이 가는 방향을 스스로 모색합니다.

몇 년 전 <경계선>이라는 충격적인 영화로 우리에겐 알려진 알리 아바시의 신작입니다. 이번 작품은 본 국 즉 이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실제 벌어진 것은 2000년이라고 하는데 영화는 2001년 9.11 테러 이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큰 시간의 차이는 없지만 워낙 상징적인 사건 이후로 시간적 배경을 옮긴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살인마 거미가 왜 그런 16명의 여성을 살인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살인마의 정체는 거의 영화가 시작하고 20분도 안 되어 공개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의 여성을 유혹해 목을 조르는 방식으로 살인을 하는 그는 이것이 순교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성인 남성들은 전쟁 등으로 알라신의 뜻을 떠받는다고 생각하는 살인마는 자신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놓여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회악이라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약에 취해 매춘을 하는 여성들입니다. 약간 다른 인물 설정이지만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가 얼핏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트래비스 또한 베트남 전 이후 트라우마에 빠진 인물로 등장합니다.

주연을 맡은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가 작년 깐느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취재를 하는 라히미의 캐릭터를 따라가면서 감정이입을 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지만 살인마 거미 캐릭터가 좀 더 입체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거의 비중도 라히미와 비슷해 살짝 놀라기도 했는데 감독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이란의 이런 문화를 깊게 꼬집기 위해 만든 캐릭터로 보입니다.

<경계선>과 또 다른 분위기의 <성스러운 거미>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이란 시민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무언가 변화가 시작되는 듯한 이란의 과거와 현재가 대비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여전히 여성 인권에 대해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지만 많은 국민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조금씩 변화한 모습을 현실에서 만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