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사실 공포라기 보다는 잔혹한 장면을 잘 못 보는 편인데 대체로 호러영화들이 잔혹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쏘우'라든지 '택사스 연쇄 살인마'같은 사지절단형 고어영화들을 상당히 기피하는 편이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피하지는 않습니다. 언제까지고 좋은 영화들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몇 몇 장면들에 대해서 감수할만한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라면 대체로 보는 편입니다. 물론 그런 영화적 허세 때문에 '디센트'같은 영화를 보다가 진짜 죽는줄(?) 알았던 적도 있었죠. 같은 이유로 호러 장르에서 조금은 덜 잔혹한 편인 오컬트류의 영화들은 잘 보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오컬트는 잔혹함의 시각적 효과보다는 심리적 공포를 유도하는 영화들이 많은 편이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오컬트'류의 영화들은 또 호러적 감성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편이 많은 편입니다.

이런 것이 일종의 취향일 순 있겠지만 그 취향에는 제가 기독교인이라는 것도 한 몫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좀 드네요. 바꿔생각하면 오늘부터 소개할 호러영화들이나 한 때 미국에서 유행했던 오컬트 영화들의 대부분이 기독교영화를 뿌리에 두고 있다는 데에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좀 듭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오늘부터 소개할 영화들은 '마이크 플래너건'이라는 감독의 작품들입니다. 사실 한 명의 감독을 대상으로 영화를 소개한 다는 것은 배우를 중심에 두고 소개하는 것보다 조금 더 영화적 접근에 가깝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영화적 접근이라는 표현이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는 것에 극히 공감을 하는 이로서 감독을 중심으로 필모를 읽다보면 어떤 것에 기대어 작품이 만들어졌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소개할 다섯 편의 영화들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오큘러스', '위자', '허쉬', '제럴드의 게임', '닥터 슬립'인데 재미있게도 같은 호러영화의 범주인데도 초창기에는 오컬트 중심의 영화, 중간에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에 의한 영화, 그리고 기존 작품의 후속작으로 정확하게 나눠져있습니다. 그만큼 호러라는 범주 안에서도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감독이라는 점을 알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 시간 순서상으로도 나눠져있는 필모가 상당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로 감독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순 있지만 자신의 기존 작품들을 장르적 혼용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결 같네요.

'오큘러스'나 '위자'를 보면 재미있게도 기존의 헐리우드 '오컬트'와는 조금 다른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헐리우드 대표 '오컬트'물들은 '엑소시스트', '오멘', '컨저링' 등의 있을 법한 이야기 혹은 실화를 소재로 하거나 기독교 색체가 상당히 짙은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마이크 플레너건의 호러영화들은 현실기반의 판타지성을 가미한 호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구전되어 오던 민담이나 설화, 혹은 떠도는 이야기 등을 실제처럼 펼쳐집니다. 특히 거울, 혹은 놀이 등의 소재를 차용한 연출이 일품이며 소재가 주는 특성에 따라 인간이 가지는 감정선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 일품입니다. 가령, 오큘러스 같은 경우는 거울이라는 소재를 차용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 모습과 그곳에 비친 외연과 내면의 특성을 잘 살려낸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그의 영화는 '허쉬'나 '제럴드의 게임'과 같은 사물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에 집중한 호러로 나아갑니다. 허쉬가 낯선이와의 관계를 통한 불확실성 속에서의 공포를 나타냈다면 제럴드의 게임은 나와 가장 가까운 인물과의 갑작스런 단절 속 익숙한 환경 속에서 펼쳐지는 낯선 이들과의 대척점들과의 사투가 펼쳐지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마이크 플레너건의 가장 뛰어난 작품은 '오큘러스'라고 생각되지만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오히려 '닥터 슬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근 40년만의바 후속작이자 사이킥 호러물의 명작 중의 명작의 후속작을 과연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과거를 불러들이고 받아들이며 표현할지 상당히 궁굼했습니다. 상당한 시간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세공솜씨가 탁월했던 좋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네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감독이 될 것 같습니다. 호러영화이면서도 자극적이기보다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하며 보여주는 면이 제 취향에 더 맞더군요. 지금까지의 작품들도 참 좋았지만 앞으로의 작품이 더 기대되는 감독이었습니다.

-안냐 테일러 조이 추천작 : https://blog.naver.com/rdgcwg/223049379998

-스티븐 스필버그 읽기 : https://blog.naver.com/rdgcwg/221319210281

-스티븐 스필버그의 유토피아 : https://blog.naver.com/rdgcwg/221324099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