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시라노>는 프랑스 유명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다수의 나라에서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영국의 멜로 장인인 조 라이트와 제작사 워킹 타이틀이 함께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평생을 한 사람만을 사랑한 시라노(피터 댄클리지)는 그에 앞의 경쟁자(?)가 나타납니다. 짝사랑의 상대인 록산(헤일리 베넷)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는 시라노가 근무하는 근위대로 전입한 크리스티앙(켈빈 해리슨 주니어)입니다. 10명과 싸움을 해도 두려움이 없는 시라노는 록산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채 새로운 상대를 맞이하게 되고 심지어 록산의 부탁으로 크리스티앙과의 만남을 주선해야 할 판입니다.

계급의 차이뿐만 아니라 록산은 현재 공작과의 만남이 진행 중이라 크리스티앙과의 만남이 어려워 편지로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록산은 메신저로서 시라노에게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전달받고 합니다. 하지만 글재주가 전혀 없는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에게 대필을 부탁하고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애정이 듬뿍 받긴 편지가 시라노에 의해서 오고 갑니다. 하지만 편지로서 해소되지 않은 마음은 결국 만남으로 이어지는데 편지에서 구사하던 그 아름다운 말들이 크리스티앙의 입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록산은 실망합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다시 한 번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서 세레나데를 읊게 됩니다.

30년 전 제라르 드 빠르디유가 주연한 프랑스 작품,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시라노 연애 조작단>등 다양한 형태 혹은 각색을 통한 이야기의 변주를 주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은 원작입니다. 그 만큼 기본적인 이야기 즉 희곡 자체가 엄청난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이번 작품은 뮤지컬 장르를 차용해서 기본적인 이야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입니다. 희곡에서 시라노의 외모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시라노>에선 작은 키를 가진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크리스티앙 캐릭터 또한 원작과는 다른 인종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잘 못 연출하면 감정이입이 어려울 캐릭터 라이징과 캐스팅이지만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진 않았습니다. 그 만큼 조 라이트의 연출이 좋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뮤지컬 장르의 작품이긴 하지만 노래 파트가 엄청나게 많은 작품은 아닙니다. 주요 캐릭터들이 넘버를 한 번씩 부르는 정도였습니다. 뮤지컬을 보지 않아서 어떤 넘버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기억에 크게 남는 노래는 없었습니다.

배우로서 맡는 캐릭터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피터 딘클리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뿜어내고 있습니다. 다수의 상대와 대결을 펼치면서 동물적인 매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아름다운 시구처럼 멋진 대사들을 시종일관 선보입니다. 이렇게 대비되는 매력이 캐릭터의 입체감을 줌과 동시에 딘클리지가 이를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오만과 편견><어톤먼트>등 다수의 작품에서 멜로 장르를 훌륭히 보여줬던 조 라이트가 이번엔 여러 가지 핸디캡을 안고 있는 캐릭터들을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에 잘 녹아낸 연출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뮤지컬 영화로서의 장점은 크게 보이지는 않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