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리브스 감독이 연출한 <더 배트맨>은 리부트 된 작품이자 새로운 배트맨이 된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지난 2년 동안 고담시 밤의 치안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해 온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은 시장의 살인 소식에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는데 그 곳엔 자신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충격적인 시장의 살인에다 자신을 겨냥한 메시지까지 본 배트맨은 본격적으로 고든 경위(제프리 라이트)의 도움으로 사건을 함께 해결해 나가려 합니다.

수사 끝에 시장이 숨겨둔 연인으로 보이는 여성과 자주 드나 들었던 '44빌로우클럽'에 방문하게 되고 거기가 펭귄(콜린 파렐)을 만나 취조해보지만 아무 소득 없이 떠나려는 찰나 클럽에서 일하는 셀리나/캣우먼(조 크라비츠)의 행동이 수상하게 미행해봅니다. 셀리나의 집에서 시장의 연인인 아니카를 발견하게 되고 셀리나가 무언가 찾으려 가는 것도 따라가 봅니다. 서로의 목적을 알게 된 배트맨과 캣우먼은 다시 셀리나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야니카는 이미 납치되고만 상황입니다.

한편 배트맨에게 메시지를 남긴 악당 리들러는 고담시의 고위층을 차례로 살인해가며 배트맨에게 무언가 숨겨진 진실에 대한 힌트를 하나씩 남겨둡니다. 그 진실의 이면엔 브루스 웨인의 부모 즉 토마스 웨인에 관한 진실이 숨겨져 있고 브루스 웨인은 혼동에 빠집니다. 자신이 믿고 있던 진실에 대한 오해, 그리고 웨인 가문의 숙명이라고 생각해 온 일을 계속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연출자 맷 리브스가 연출한 <더 배트맨>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어두운 모습의 배트맨을 담고 있습니다. 그 어두움이란 배트맨의 내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실제 영상으로 보이는 어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낮 장면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이니까요.

이번 작품에 가장 큰 특징은 배트맨 자신이 가장 부각되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그 동안의 배트맨 시리즈의 주인공은 배트맨이 아니라 대부분 매력적인 빌런들이 배트맨보다 더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캐릭터 자체도 잘 설계되어 있었고 특히나 외형적인 모습에서 배트맨은 조커를 비롯한 빌런들보다 덜 매력적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었습니다. 심지어 각종 조롱이나 밈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또한 이 작품은 본격적인 디텍티브 장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수사물에서 필요한 요소들은 다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버디물 형식도 갖추고 있어 다른 시리즈보다 고든 형사의 비중이 꽤나 큽니다. 그와는 반대로 알프레드(앤디 서키스)의 비중은 좀 줄어든 느낌이고요. 물론 알프레드는 여전히 배트맨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인물입니다.

그래서인지 히어로물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리얼한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고담시라는 가상의 도시가 누가 봐도 뉴욕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 이 부분이 더욱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타임스퀘어, 메디슨 스퀘어 가든 등을 등장시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고도시라고 불리는 뉴욕의 어두운 면을 본격적으로 꼬집고 있습니다. 비록 영화적으로 확대된 점이 있지만 정계와 마약상의 거래, 그리고 비리 경찰 등의 커넥션을 보면 더욱 더 그런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캣우먼이 등장한 많은 배트맨 시리즈가 있지만 이번 작품만큼 멜로적인 코드가 강조된 작품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가장 현실에 가까운 배트맨을 그렸기 때문에 좀 더 사회적인 사명감에 기울어져 있는 것 보단 좀 더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프닝 장면과 동시에 캣우먼의 집을 염탐하는 배트맨의 모습에서도 이런 점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이건 뭐 히치콕의 <이창>을 오마주한 것이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아실이라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이 시리즈를 또한 나타내는 것은 바로 빌런들의 캐릭터입니다. 리들러(폴 다노), 펭귄(콜린 파렐) 그리고 팔코네(존 터투로)까지 모두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자 외형적인 모습도 그러합니다. 특히 펭귄의 모습은 가장 많이 바뀐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안 사실이지만 그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가 콜린 파렐이라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전혀 눈치 채지 못 했거든요.

이번 배트맨이 가장 놀랍고 신선한 설정은 바로 종교적 특히 노아의 방주, 그리고 부활에 대한 콘셉트였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할로윈 데이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끝은 바로 일주일 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날, 고담시는 물에 잠기고 사람들은 '방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스퀘어 가든으로 모입니다. 하지만 이는 리들러가 이미 계산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리들러는 이 부패한 도시의 거짓말쟁이들을 일망타진하고 부활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악의 축들은 펭귄과 팔코네는 이곳에 없죠.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작명입니다. 홍수가 날 때 새들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 공간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날지 못하는 펭귄, 그리고 팔코네(매)는 날 수 있지만 이미 죽고 난 뒤죠. 가장 강한 권력자들은 그 동안 이런 위기를 피해 잘 날아다니거나 도망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인간들과 똑같은 조건입니다. 이는 리들러가 배트맨에게 전해준 메시지 '라타 알라타'라는 문구를 통해 이미 복선을 깔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2번 관람했는데요. 먼저 일반관에서 관람하고 2회차는 스크린엑스관에서 관람했습니다. 짧은 텀을 두고 봐서 그런지 스크린엑스관의 효과를 좀 더 잘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스크린엑스관의 특성상 종적인 움직임보다 횡적인 움직임에 좀 더 집중할 수가 있었고 그만큼 횡적인 액션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많은 효과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장면은 초반부 전철 장면이었는데요. 동양인이 다른 무리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에서 일반관을 기준으로 하면 인물들이 행하는 액션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스크린엑스관은 인물들이 본 스크린에 투사되는 동안 측면 스크린에선 전철이 횡적인 움직임을 주면서 장면에 대한 스펙터클이 더 느껴졌습니다. 일반관에선 전철 소음만 나옵니다. 또한 배트맨과 고든 형사가 만나는 건물 옥상 장면이나 배트맨과 캣우먼이 타는 오토바이 장면 등에서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번 만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배트맨 시리즈가 없을 정도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배트카나 오토바이 그리고 슈트의 사용 등 클래식한 모습이 두드러지는 부분도 좋았고요. 이는 21세기를 맞이하는 배트맨의 모습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 특히 녹화가 되는 콘택트렌즈 등의 다른 기술로 보여줍니다. 다음 작품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리즈가 연결되었으면 좋겠고 다만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인장을 찍을 수 있는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