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에이브라함스, 데이비드 주커, 제리 주커 감독이 공동 연출하고 각본을 쓴 1984년 작 <특급 비밀>은 <음모자들><블루 라군>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한 패러디 영화입니다.

미국의 락앤롤 스타 닉 리버스(발 킬머)는 동독에서 펼쳐지는 문화 축제에 초청을 받아 참가합니다. 한 파티장에서 닉은 위험에 빠진 레지스탕스의 일원인 힐러리(루시 게터리즈)를 구해주고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동독 군인들의 끊임없는 추격에 닉은 위험에 처하게 되고 포로로 잡히게 되지만 세계인이 지켜보는 공연날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ZAZ(주커, 에이브라함스, 주커) 사단이 <에어플레인>의 대성공 이후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리고 신인이었던 발 킬머의 주연 데뷔작이기도 하고요. 전작에서도 그러했지만 여러 영화들의 구성과 이야기 그리고 캐릭터를 가져와 코미디화한 패러디 영화가 <특급 비밀>입니다. 이야기 전체는 스파이 영화 <음모자들>를 가져왔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힐러리와 전 연인인 나이젤의 캐릭터는 브룩 쉴즈 주연의 <블루 라군>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닉 리버스는 누가 보더라도 앨리스 프레슬리 캐릭터이고요. '닉 리버스'라는 작명도 앨비스가 출연했던 뮤지컬 영화의 캐릭터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하네요. ZAZ사단과 발 킬머는 앨비스의 광팬이었다고 합니다.

현재의 성인지 감수성이나 미국식 코미디에 적응하기 힘든 관객들에겐 납득하기 어려운 영화일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관객에겐 유효한 코미디 영화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미덕인 단순한 코미디를 떠나 영화적 기법을 이용한 코미디라던지 냉전시대를 반영한 시대성을 보여주는 코미디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경, 후경을 대비한 딥포커스를 아이러니하게 이용한 장면이나 당시 약물을 복용하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동독의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에서 아이러니한 코미디를 구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빵빵 터졌던 장면이 두 개 있는데요. 먼저 대배우 오마 샤리프의 캐릭터였습니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오마 샤리프는 스파이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적에게 붙잡혀 폐차장에서 차에 탄 채로 짜부(?)됩니다. 그런데 그 찌그러진 차에 탄 모습으로 그대로 살아나 힐러리에게 찾아가서 펼치는 코미디는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그리고 말을 타고 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카메라는 패닝을 하는데 노랫소리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벌써 이 작품이 만들어진 게 40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탑건: 매버릭>을 통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발 킬머의 파릇파릇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고 ZAZ 사단의 스타일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