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럼 입니다.

0. 원작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 이만큼이나 기대가 우려가 공존한 작품이 있었을까요? '라스트 오브 어스'(이하 '라오어')에 대한 시선은 기대와 우려라는 양극단이 아닌 정확하게 두 엇갈린 기대치의 공존에 의한 어떤 의구심에 가까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라오어'의 원작이 주는 임팩트가 워낙 컸기 때문이죠. 원작은 2013년 플레이스테이션의 독점작으로 출시되며 당시만해도 게임이라는 서브컬쳐업계에 영화보다 훨씬 임팩트있는 스토리와 연출로 인정받으며 커다란 획을 그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죠. 그 뿐만 아닙니다. 당연스레 모아지는 후속작에대한 엄청난 기대감 속에 2020년 출시되었던 '라오어2'는 전작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며 또 한번 화제를 모았습니다. 전작에 대한 기대감의 크기에 더해 실망감이란 무게의 질량을 더한 수많은 비난의 화살들이 쏟아졌죠. 2편을 향한 비난은 어쩌면 1편이 게임계의 역사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들만한 게임이었기에 비교적 준수한 게임성을 갖췄음에도 가질 수 있는 일종의 훈장같을 수도 있겠죠. (물론 욕을 먹은 이유는 게임성보다는 다른 이유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단한 IP는 질타하는 팬들을 원성을 그대로 묵과하기엔 너무 거대했죠. 그리고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모세의 홍수처럼 갈라지는 질타와 일종의 희망과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라스트 오브 어스'의 드라마가 공개되었습니다. 1편뿐만 아니라 2편까지도 제법 재미있게 게임을 플레이했던 팬으로서 드라마를 접했고 그냥 시청에서 끝내기만은 아쉬워 몇 자 끄적여봅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그때의 감동과 뒤이었던 아쉬움을 드라마는 과연 어떻게 달래주었고, 앞으로는 어떤 감정으로 대해야될지 말이죠.

-영화로 나오면 안됐을 게임원작 작품들 : https://blog.naver.com/rdgcwg/222258370359

1. 디자인 아트

단순히 '라오어'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요즘 미드들을 보면 정말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드라마 특성상 영화보다 스케일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퀄리티가 조금 낮은 작품이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드라마들은 정말 장난없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역대 최고의 제작비가 들어간 '힘의 반지', 판타지 세계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하우스 오브 드래곤', 스타워즈 세계관을 고스란히 배경에 녹여내린 '만달로리안'과 '안도르' 등은 그냥 스케일 크고 잘만든 디자인과 배경이 아니었죠. 작품의 정확한 방향성을 읽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어 관객들에게 정말로 체험의 공간을 제공하는 배경과 디장인을 만들어내는 미드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취향 및 시나리오, 연기력 등과 종합한 전체적인 작품성은 별개의 문제지만요.)

'라오어'역시 상당히 경이로운 수준의 배경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적재 적소의 디자인 아트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인물의 이동과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비췬 한줄기 희망,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질 힘겨운 여정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장면은 빌딩에 기대어 떨어질 듯한 빌딩, 그리고 그 사이로 비취는 빛과 주인공들을 보여준 씬은 역동적이거나 별다른 대사가 없어도 드라마 시대상과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최고의 한장면이 아니었나 싶네요. 곳곳을 다니면서 생각나게 만드는 원작의 향기(왜 전 드라마를 보는데 2편의 장소들이 더 많이 생각나는지는 모르겠지만...)는 게임을 즐겨본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또다른 재미이기도 했습니다.

-원작을 뛰어넘은 작품들 : https://blog.naver.com/rdgcwg/221605011109

2. 배우

딱 두 배우만 보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1)조엘 밀러 - 페드로 파스칼

사실 '페드로 파스칼'이란 배우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연기력이나 필모를 신뢰하지 않았었죠. 그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원더우먼2'의 빌런이었는데 그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영화에 최악의 빌런으로서 등장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비록 성적이나 연기력에 대한 평은 좋진 않았지만 그는 '원더우먼2'로 그래픽 노블 원작인 영화의 주연으로 우뚝섰고, 영화사의 가장 위대한 IP 중 하나인 스타워즈의 드라마인 '만달로리안'에서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게임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의 드라마 시리즈에서도 주연을 꽤차며 명실상부 서브컬쳐 원작 IP의 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코믹스, 영화, 게임계에서 최고의 작품들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그를 높이 평가한다면 조금 어거지 인가요? 흠흠....)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페드로 파스칼'은 '라오어'에서 '조엘' 그자체였습니다. 무엇보다 싱크로율이 너무 좋았습니다. 원작을 뚫고 나온듯한 이미지를 그대로 입고서 말투와 목소리, 옷차림, 행동 등이 모두 조엘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었습니다. 원작을 보셨던 분이 이 드라마를 보신다면 저처럼 아마 상당히 만족하셨을 거라 생각되네요. 연기력도 수준급이었습니다. 물론 드라마가 9부작인데 비해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 변화하는 조엘과 엘리의 감정선이 급격하게 변하는 감은 있지만 (물론 이건 미드 몰아보기의 부작용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전개였죠. 조엘의 연기력은 제 몫을 다했다고 봅니다.

2)엘리 - 벨라 램지

헐~이럴 수가. '왕좌의 게임'에 잠깐 등장해 깜찍발랄했던 그 건방진 소녀가 바로 '엘리'였다니, 조금 놀랐습니다. 그때도 끼는 보이긴 했는데 이렇게 어마무시하게 날카로운 연기력을 숨기고 있을줄은 몰랐네요. 싱크로율이 높았던 '조엘'역의 '페드로 파스칼'과는 달리 '엘리'역을 맡은 '벨라 램지'는 사실 물음표가 많았습니다. PC까지는 아니어도 (여기서도 PC질했으면 니넨 정말...) 싱크로율도 떨어지는 편이었고 연기필모도 부족한 편이었죠. 당연히 '라오어'를 기대하는 팬층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고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부정적인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가 공개되자 부정적 시선은 쏙 들어갔습니다. '벨라 램지'는 '엘리'로 빙의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느꼈던 것 이상의 더 풍부한 감정을 보여줬습니다. 그녀가 멸망한 세계에서 느낄 어떤 두려움 뿐만 아니라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소녀감성도 있었고, 개구장이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버릇없는 양아치 말투를 가진 사춘기 소녀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원작을 기준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엘리의 모습은 바로 이것이었죠. 게임 '라오어 파트2'의 분노에 가득찬 여전사에 가까운 모습보다는 (사실 전 이것도 납득했고 좋았지만) 아직 어떤 확신이 없는체로 남겨진 미완성의 인물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우리는 기대했었죠. 그리고 '벨라 램지'는 연기력 하나로 모든 비난을 잠재웠습니다. 아마 전 '벨라 램지'의 팬이 될 것 같네요.(아~나 이쁜 여자 좋아하는데...)

-웹툰이 원작인 영화 : https://blog.naver.com/rdgcwg/221396133826

3. 게임

그래도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겠네요. 2013년에 처음 출시했던 '라오어'는 현재 계속된 리마스터링과 리메이크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죠. 오히려 욕좀 먹었다 싶은 후속작보다도 최근 2022년에 출시했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이 가장 최근작이고 미드와 가장 가까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접한 작품은 PS4로 리마스터링만 되었던 작품으로 사실 미드를 보면서도 더듬더듬 흔적에 가까운 기억만이 나는 꽤나 오래전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즐길 때도 이미 시간이 지난 터라 상당히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인 것과 높은 게임성은 동의하지만 당시의 신작에 비해 몇 몇 낡은 그래픽이나 개선되지 못했던 시스템 등으로 인생게임까지 등극하지는 못했던 게임이었죠.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라오어'의 못다한 이야기인 '시즌2'를 앞두고 과연 '파트2'라는 원작의 원성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뛰어넘느냐(혹은 맞딱뜨리느냐)입니다. 저의 경우 '파트2'도 상당히 재미있게 즐겼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더욱이 드라마 '라오어'도 비난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가장 비난 받았던 부분이 3화의 동성애 논란과 같은 'PC'적인 부분이라는 것이었죠. 과도한 PC질로 이미 선을 넘었던 파트2(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지만)의 드라마라화가 걱정되는 이유죠. 이미 확정되어버린 '시즌2'를 기다리면서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되지만 저는 기대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둬볼까 합니다.

-원작이 게임인 영화 : https://blog.naver.com/rdgcwg/221378555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