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히잡 미착용' 여성의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이란 시위가 친정부파들까지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가세해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시위대를 규탄하는 친정부 집회가 열렸다.
테헤란에서만 해도 수천명이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며 "쿠란을 위반한 자들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 등 강경한 내용을 담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란 혁명을 주도한 고(故) 호메이니의 사진을 손에 들고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한 친정부파들은 최근 소요를 적대적인 외국의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공식 노선을 반영해 반정부 시위대를 '이스라엘 군인'으로 칭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구호도 함께 외쳤다.
이러한 정부 지지 시위에 대해 이란 정부는 "자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친정부 시위가 이슬람 공화국의 힘과 명예를 보여줬다"며 이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17일 첫 시위가 일어난 후 일주일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23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TV는 현재까지 시위로 3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사상자 수 집계 및 발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정부 시위의 최초 발단이 된 사건은 히잡 미착용으로 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가 16일(현지시간) 갑자기 숨지면서 아미니가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아미니의 고향인 북서부 사케즈를 비롯한 최소 13개 지역에서 시위가 발생했고,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의무 착용인 히잡을 벗어 깃발처럼 공중에 흔들며 "자유!"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반정부 해커들은 최근 며칠간 정부 웹사이트를 표적으로 삼아 일부 사이트들을 잠시나마 다운시켰다.
해커들은 인기 웹사이트에서 몇 분 동안 이란의 공식 TV 채널 재생을 방해하는 한편 시위를 지지하는 비디오를 올리기도 했다.
이에 맞서 이란 정부는 집회를 조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과 같은 플랫폼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