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협업하거나 죽거나(Collaborate or die).’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제약바이오업계의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5일 주최한 ‘2022 KPBMA 오픈 이노베이션 플라자’에서 기조발표에 나선 원희목 협회장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생존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각 기업이 장벽을 허물고 기술과 정보를 교류하는 것에 이제는 기업의 생존이 달렸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원 회장은 먼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특유의 폐쇄성을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애물로 꼽았다.
그는 “매출은 세계적으로 보면 형편없으면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문제가 아직도 팽배하다”며 “글로벌 빅파마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정보를 더 공개하고 함께 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어느 정도 맞추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껍질을 깨야 확장성 있는 발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융복합, 초연결, 탈경계, 무한확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정보의 자율화’가 일어난다.
원 회장은 “정보 자체가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시대가 이미 왔다”며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기술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현재 제약바이오 업계가 맞닥뜨린 현실을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원 회장은 대표적 사례로 유한양행의 국산신약 31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들었다.
렉라자는 2015년 오스코텍·제노스코로부터 유한양행이 기술도입하며 시작됐고, 2018년 글로벌 빅파마인 얀센에 기술수출하며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의약품이 중요한 캐시카우이고 핵심 자산임은 맞지만, 이것만으로 끝까지 견딜 수는 없다”며 “폐쇄적 껍질을 벗고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원 회장은 협회가 앞으로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국내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한자리에 모은 ‘K-스페이스(SPACE)’ 플랫폼을 이날 선보였다.
이 플랫폼에는 국내 제약사 227개사의 1950개 파이프라인을 총망라했다.
이 가운데 검증이 완료된 1200개의 파이프라인이 현재 플랫폼에 올라와 있다.
파이프라인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으로, 기술 데이터 축적→기업 파트너링 촉진→기술 사업화로 이어지는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우수 파이프라인 선정 경연대회 ▲기술가치평가 연계 파트너링 촉진 ▲선제적 연구개발(R&D)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운영방안도 마련했다.
원 회장은 “파이프라인을 살펴보고 관심이 있다면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의 현황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100년 전통’의 제약업계는 그간 새 도전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했지만, 이것이 우리의 뒷덜미를 잡았다”면서 “이제는 가급적 내놓고, 주고받고, 함께 가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혁신신약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제약바이오는 그 자체로 사회적 기업이자 미래 성장 동력을 가진 우리 산업”이라며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거듭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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